가장 훌륭한 양은 누구?
가장 훌륭한 양은 누구?
  • 송근영
  • 승인 2021.01.1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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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넓고 푸른 풀밭이 펼쳐진 목장에 퐁실퐁실한 털을 가진 사랑스러운 양들이 살고 있었어요. 목장 주인은 양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양들은 맛있는 풀을 마음껏 뜯어 먹으며 건강하게 자랐지요.

 

양들이 자라면서 먹는 풀의 양이 아주 많아졌어요. 넓은 목장이 었지만 양들이 먹을 풀이 가끔씩 모자라기도 했어요. “내가 먼저 먹을 거야!” “야, 여기는 아까부터 내가 먹고 있었거든?” “어허, 너희들은 위아래도 없니?” 배고픈 양들은 종종 다투기도 했어요. “어? 얘들아, 저쪽에 풀이 많이 자랐다!” 그러다 누군가 풀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소리치면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가 다시 배부르게 풀을 먹었지요.

 

하지만 호기심 많은 곰곰양은 조금 달랐어요.
‘어? 이 근처 풀도 벌써 다 먹었네?’
항상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주변을 살피는 버릇이 있는 곰곰 양은 풀이 떨어질 때가 되면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 니며 풀을 찾았어요.
‘이곳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니 언제나 편하게 풀을 뜯어 먹을 수 있지만 나중에 내가 어떤 곳에 가게 될지 모르잖아? 그러니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기보다 힘들더라도 풀이 있는 곳을 찾아가 보는 게 좋겠어.’
곰곰양은 수풀 사이 구석구석과 높은 바위 틈새, 언덕 위를 오르며 풀을 뜯어 먹다보니 편하게 풀을 뜯는 다른 양들처럼 살이 찌지는 않았어요.

 

그런 곰곰양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양들 중에 먹성이 가장 좋은 통통양이었지요. 통통양은 가까이에 풀이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많이 뜯어 먹었어요. 그리고 그 풀을 다 먹으면 다른 양들이 있는 곳의 풀까지 먹으려고 양들과 다투곤 했어요. 먹을 풀이 없는 날에는 쫄쫄 굶고 있다가 누군가 “저쪽에 풀이 있어!” 라고 외치면 가장 먼저 달려가 맛있는 풀을 입안 가득 베어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요. 통통양은 누가 봐도 목장에서 가장 통통하고 풍성한 털을 가진 양이었어요.
그런 통통양은 목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곰곰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풀에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늘 고고하게 다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으이구, 저 잘난 척쟁이. 삐쩍 말라가지고 자기가 무슨 연구자인 줄 아나봐? 그냥 있는 풀이나 뜯어 먹으면 될 일이지. 저렇게 유난을 떨고 돌아다녀요.”

 

“야, 곰곰양!”
통통양은 바위틈을 둘러보고 돌아온 곰곰양에게 시비를 걸었어요. 곰곰양은 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답했지요.
“왜?” “야, 나는 있잖아~ 너의 삐쩍 마른 몸을 보고 있으면 네가 양인지, 염손지 헷갈린다야! 얘들아, 안 그래? 저 나뭇가지 같은 꼴을 보라고! 염소라고 부르기도 아깝다! 하하하!”
기분이 상한 곰곰양이 한마디하려는 순간, 누군가 외쳤어요.
“주인님이시다!”
목장 주인이 온 거예요.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다른 사람과 함께였어요.
“이렇게 직접 목장을 찾아다니며 우수한 양을 찾아내시는군요.”
주인은 가운데에 있는 남자에게 양들을 보여 주며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말했어요. 그 남자는 바로 ‘우수 양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이었어요.
“네, 양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우수한 양을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주인과 함께 온 깊은 눈빛을 가진 심사위원은 양들을 천천히 살펴보았어요.
“뭐야? 우수 양 콘테스트?”
통통양은 그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갔어요.
“얘들아! 당연히 내가 1등 아니겠니? 이 중에서 나보다 통통하고 털 많은 양 있으면 나와 봐!”
“맞아. 통통양은 우리 목장에서만 아니라 다른 목장의 양들과 비교해도 최고일 걸.”
양들은 통통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통통양은 저쪽에 곰곰양이 보이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어요.
“풋, 야, 염소인지 양인지 헷갈리게 생긴 너! 넌 어쩌냐? 심사위원이 너한테 눈길이나 한 번 주겠어? 하하하!”
곰곰양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렇다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심사위원들은 한참 동안 양들을 지켜보았어요. 시간이 흐르자 양들은 배가 고파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도 잊은 채 풀을 뜯어 먹기 시작했지요. 통통양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풀이 무성한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열심히 먹었고, 곰곰양은 언덕 위로 올라가며 구석구석 풀을 뜯었어요.
‘아, 배부르다. 아니 저 사람은 얼른 나를 고르면 될 텐데 뭘 저렇게 뜸을 들인담?’
배가 빵빵해진 통통양이 슬슬 투덜거리기 시작할 때, 한 심사위원이 소리쳤어요.
“오~! 이럴 수가! 지금까지 많은 농장에 가보았지만 이곳에 있는 저 양만큼 훌륭한 양은 못 봤습니다. 저 양을 우수 양으로 선정하겠습니다!”
‘역시!’ 통통양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칭찬받을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심사위원이 가리킨 양은 통통양이 아닌 곰곰양이었어요.
“엥? 이게 무슨 일이야? 저렇게 마르고 볼품없는 곰곰양을 고르 다니?”
양들은 모두 놀라 웅성거렸어요. 주인도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했는지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아니, 이 양은 다른 양들에 비해 왜소한데 우수 양이라니요?”
심사위원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어요.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대회는 양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평가하는 대회입니다.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양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요. 아래로 내려오며 풀을 뜯는 편한 삶에 길들여진 양은 위로 올라갈 줄 모르기 때문에 험한 지형에서는 굶어 죽고 맙니다. 그래서 언덕을 오르며 풀을 뜯는 양을 찾으러 다녔는데, 이곳에서 발견한 겁니다. 더 볼 것 없이 바로 저 양이 우수 양입니다!” 심사위원은 환하게 웃으며 곰곰양의 목에 우수 양 메달을 걸어주었어요. 그동안 곰곰양을 놀려댔던 통통양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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