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네가 하나님을 의지하면”
[라이프] “네가 하나님을 의지하면”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 승인 2021.03.12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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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3회)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니까 교회와 하나님의 종들 앞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역하는 동안  연약함에 매여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 LA에서 선교하며 잊지 못할 사건을 만나는데, 교회에 들어온 강도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그의 삶을 이끌어 가셨다.(사진 : UCLA대학 전도)

선교학교에서 석 달가량 재훈련을 받는 동안 내 인생에 처음으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았다. 말씀이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마음이 달라졌고,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드니까 마음이 참 평안했고 담대해졌다. 1995년 5월에 결혼하고 서울에 있는 기쁜소식독산교회로 파송을 받았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보았다. 길이 없어서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았던 기도는 어느새 형식적으로 변하고 있었고, 감사도 점점 식어갔다. 하나님께 은혜를 입은 간증을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육신적이고 게으른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인데 교회 앞에 또 하나님의 종들 앞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이런 모습은 아닌 것 같아.’ 하면서 육신적이고 세상적인 내 모습을 숨기고 가리기 시작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예배당 유아보호실 창문 밖으로 케이블 TV 선이 하나 보였다. 우리 것이 아니었지만 혹시나 해서 연결해 보니 TV가 나왔다. 그때부터 TV 앞에 자주 앉았다. 정신없이 TV를 보고 나면 괴로웠다. 어느 날 다시는 TV를 안 보겠다며 펜치를 가지고 와서 선을 잘라버렸다. 며칠 뒤 잘린 선을 다시 연결하려고 앉아있는 나를 보았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역시 나는 안돼.’라고 생각했다. 주변 목사님들에게 이런 내 모습을 알리면 되는데 ‘은혜를 입었으면 내게 좋은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내 모습은 전도사라고 하기에 형편없었다.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한번은 아내와 싸우다가 너무 화가 나서 작은 탁자를 방바닥에 던졌는데, 탁자가 튀어 오르면서 장롱에 주먹만 한 구멍을 냈다. 성도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봐 걱정되었다. 주일예배를 마치면 안방에서 부서별로 모임을 하기에 나는 예배를 마치자마자 제일 먼저 방으로 가서 장롱을 등으로 가리고 앉았다. 나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서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전도자가 되었는데 그 후에 나는 또다시 나를 세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선교학교에서 배운 대로 다시 말씀을 믿는 믿음을 가져 보려고 애써봤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기쁜소식독산교회에서 3년 반을 지내는 동안 하나님이 교회를 돕고 인도하셨지만, 나는 내 모습에 참 많이 매여 살았다. 

내가 볼 때는 좋은 간증이었지만
얼마 뒤 사역자 이동 공문이 났고, 나는 미국으로 파송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비자를 받지 못해 다른 분이 선교를 나가시고 우리는 부산은혜교회로 파송되었다. 1년가량 부산에서 지내며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입었다. 사람들이 구원받기 시작했고, 또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해서 발을 디딜 때마다 하나님이 도우시는 것을 보았다. 특히 주변 목사님들의 말씀이 내 마음에 많은 은혜가 되었고, 그 말씀들을 마음으로 받아서 앞으로 나갈 때마다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간증이 생겼다. 
어느 날 대덕수양관에서 며칠 동안 전국 사역자 모임을 했다. 하루는 한 목사님이 나에게 간증을 하라고 하셨다. 부담스럽고 떨리지만, 전국의 사역자들과 박옥수 목사님 앞에서 하나님이 역사하신 간증을 이야기했다. 내가 볼 때는 좋은 간증이었다. 그러나 박 목사님이 단상에 올라오셔서 말씀하셨다.  
“오영신 목사가 이런저런 은혜 입은 간증을 했는데, 제가 원하는 간증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악한 것을 발견하고 나를 버린 회개의 간증을 원합니다.” 
그러나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은혜를 입은 것 같았기에 박 목사님 말씀을 크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살면 하나님이 역사하시겠다
2001년 10월, 미국으로 다시 파송을 받았다. 이번에는 비자가 나와서 LA에 있는 기쁜소식중앙교회에 갔다. ‘그래 내가 앞선 목사님들의 마음을 받으니까 하나님이 내게 역사하시는구나. 미국에서도 이렇게 살면 하나님이 역사하시겠다’ 하는 마음으로 부사역자로 선교를 시작했다.
미국 교회는 건물도 컸고 성도들도 많았다. 한번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연세 많으신 장년 형제님과 통역으로 교제했다. 몇 차례 교제하다 보니 나는 영어를 정말 못 하는데도  직접 영어로 말하고 싶었다. 통역하는 형제가 바쁜 일로 오지 못했을 때 ‘기회다’ 싶어서 서툰 영어로 손짓 발짓하면서 교제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형제님은 고개를 끄떡이며 내 말을 너무 잘 들어 주셨다. 내 마음이 형제님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장년회 모임에 형제님이 오지 않으셨다. 다음날 주일예배도 안 오셨다. 부인에게 남편이 왜 어제오늘 모임에 오지 않으셨는지 여쭤보았다. 아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어제 남편이 선교사님과 교제하면서 영어를 알아들으려고 너무 애를 쓰다가 그만 몸살이 나서 집에 누워계신다고 했다. 

내 기준으로 모든 사람을 판단했다 
나는 영어도 못 하고 머리도 좋지 않았지만, LA에서 부사역자로서 열심히 생활했다. 복음도 많이 전했고, 심방도 다니고, 교회 일도 돌보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 열심히 교회 일을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고 날마다 무거워갔다. 같이 살고 있던 목사님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사역할 때 ‘앞선 목사님들의 마음을 흘러 받으면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라는 것을 배워서 미국에 왔는데 마음을 흘러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 모든 사람을 판단했다. 내가 옳은 자가 되니 상대방이 틀린 자가 되고 그때부터 마음이 막히기 시작했다. 막힌 마음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나는 서서히 고립되어갔다.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교회 일을 더 열심히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는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나를 감싸고 또 나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나를 옳은 자로 나타내고 싶었다. 목사님을 불신한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도둑 사건
하나님은 계속해서 나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셨다. 하나님은 정말 ‘나’라는 인간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내 마음의 방향은 내가 옳은 자가 되고 나를 세우는 쪽으로 갔기에 하나님이 나에게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나를 믿는 동안 나는 교회에 많은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 
당시 LA 교회는 한인타운 끝자락과 멕시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있었고, 교회에 도둑이 자주 들었다. 주일학교에 있는 전자피아노도 훔쳐 가고, 공사할 때 쓰는 큰 사다리도 훔쳐 갔다. 우리는 의논하여 개를 사다가 교회에서 키웠다. 개가 아직 어려서 제대로 짖지 못할 때였는데, 하루는 교회 마당에 도둑 네댓 명이 들어왔다. 도둑들은 담을 넘더니 살금살금 기어서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마침 나는 자동차 안에 있어서 이 모든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고함을 지르고 쫓아갔다. 도둑들이 나를 보고 놀라서 담을 넘어서 도망가버렸다. 
나는 도둑을 잡으려고 한 형제님과 차를 몰고 나갔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쇼핑몰 안에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그대로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가서 차를 세우고 달려 나갔다. 도둑들이 우리를 보고 다시 흩어져서 도망갔다. 나는 한 명을 끝까지 쫓아가서 붙잡았다. 도로 위에서 격투가 시작됐다. 나는 서른 살이었고 힘도 있었다. 한 명을 쉽게 제압했고 바닥에 눕히고 위에서 눌렀다. 그때 다른 한 명이 나를 등 뒤에서 공격했다. 갑자기 2대 1의 싸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한 명의 머리를 발로 찼고, 그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다. 다른 한 명은 바로 도망가버렸다. 

“변호사 선임하지 마라”
누군가의 신고로 앰뷸런스가 왔고 경찰이 왔다. 나는 도둑을 잡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꼬이면서 그날 밤에 내가 유치장에 갇혔다. 유치장 안에서 덩치 큰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는데 나는 영어를 못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냥 있었다. 다행히 교회 형제님들이 찾아와서 보석금을 내주어 밤에 풀려났다. 
얼마 뒤에 검찰에서 나를 중범죄로 고소했고, 재판을 받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미국인 변호사와 상담하는 데, 변호사는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나를 도와주고 싶다며 말했다. 
“미국에서는 재판에 나갈 때 변호사가 없이 나가면 절대 안 됩니다. 변호사 없이 재판에 나가는 것은 군인이 전쟁터에 연필을 들고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총을 들고 오는데 당신은 연필을 들고 나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말은 사실이었다. 교회 성도들도 다 나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미국에서 추방되든지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며칠 뒤에 한국에 계신 박옥수 목사님과 통화했다. 내 사정을 다 이야기드리자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변호사 선임하지 마라. 지금까지 우리 선교회 안에 어려움이 정말 많았지만, 하나님이 모든 것을 돕고 해결하셨어. 네가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이 이 일을 없는 것처럼 덮어 주실 거야.” 
목사님은 하나님만을 의지하기 바라셨다. 그러나 여러 성도들이 반대했다. ‘박 목사님이 미국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젊은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등의 여러 가지 말들을 했다. 나는 목사님 말씀을 그대로 따르고 싶었다. 변호사 없이 하나님을 의지하기로 했다. 

“왜 감옥에 가려고 합니까?”
드디어 첫 재판 날, 법원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선 변호사가 내게 다가와서 변호사도 없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박 목사님이 일러주신 대로 말했다. “저는 모든 사실을 판사 앞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판사가 판결하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지금 판사는 당신을 3개월간 미국 교도소에 보내기로 검사와 합의했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싸워야 합니다.”
“당신은 감옥에 갈 겁니까?”
순간 겁이 덜컥 났다. 감옥에 간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야기했다. 
“예. 감옥에 가겠습니다.”
그가 깜짝 놀랐다.
“왜 감옥에 가려고 합니까?”
“나는 감옥에 가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이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날 재판에 내가 때려서 기절했던 사람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서 재판이 다음으로 연기되었다. 몇 주 뒤에 두 번째 재판 때도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또 연기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목사님과 성도들은 내가 걱정되어서 변호사를 선임해 주셨다. 세 번째 네 번째 재판 때도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재판이 연기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구나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새벽에 혼자서 기도하고 있는데 마음이 평안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도우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신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평안을 가질 수 있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내 마음이 아니었다. 박 목사님이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계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누가 방문을 두드렸다. 한국에서 박옥수 목사님이 전화하셨으니 빨리 받으라고 했다. 뛰어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은 다른 것을 안 물으시고 내 마음이 어떤지를 묻고 살피셨다. 
“예. 목사님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신 문제로 또 하나님을 의지했습니다. 하나님이 도우실 것을 믿습니다.”
“내가 기도하고 있어.”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마지막 다섯 번째 재판 때도 그가 나오지 않자 박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재판이 없었던 것처럼 끝나 버렸다. 재판을 마치고 나올 때 담당 검사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내가 잘못한 사건인데 하나님이 해결해 주시는 것을 보며 너무 감사했다. 교회도 같이 기뻐해 주셨다. 목사님은 나를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밀어 넣어 주시는 분이셨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 모여서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나는 참 많은 실수를 하며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박 목사님은 내게 하나님만을 의지하라고 가르쳐 주셨고, 그 가르침대로 하나님을 의지했을 때 하나님이 내 행위나 내 잘잘못과 상관없이 도우시는 것을 한 번 두 번 경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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