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하와이에서 이사하기, 먼저 내 마음을 무너뜨리신 후에
[라이프] 하와이에서 이사하기, 먼저 내 마음을 무너뜨리신 후에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선교사)
  • 승인 2021.05.20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5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5회)

 

 

내 생각을 믿지 못하자 그때부터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말씀을 따라갈 때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 하나님이 일하셨다. 6년간 있었던 LA를 떠나 2007년 하와이로 이동했을 때 처음 만난 어려움은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내 마음을 이끌어 일하신 것이 감사하다. 

 

나는 빠지고 하나님이 일하셔야겠구나
하와이로 이동해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밀린 지난달 집세를 내라고 독촉했다. 집세는 2천 달러였다. 우리가 LA 교회를 떠날 때 형제 자매들이 주신 돈이 2천 달러 좀 넘게 있었다. 그 돈으로 집세를 내려고 생각했다. 
그날 새벽, 성경을 읽는데 요한복음 5장 19절의 말씀이 마음에 다가왔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들이 아버지의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요 5:19) 
이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아들이 해야 할 일은 먼저 아버지의 하시는 일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이 왜 나를 하와이로 부르셨을까? 교회가 어려우니까 내게 돕고 일으켜 세우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하와이 교회에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보라고 나를 부르셨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2천 달러가량이 있어서 이번 달은 집세를 지불할 수 있지만, 다음 달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었다. 성도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처음부터 나는 빠지고 하나님이 일하셔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천 달러로 교회에 필요한 것들을 다 샀다. 컴퓨터도 한 대 구입하고,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가진 돈을 다 써 버렸다.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분명히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이제는 내 생각을 더 이상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망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몇 주가 지났다. 집 주인이 계속 독촉해왔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다. 

내가 무슨 믿음의 사람이라고...
그러던 가운데 한국에서 목사님 부부가 집회하러 하와이에 오셨다. 성도들이 없으니 내가 다 뛰어다녀야 했다. 아내는 장을 보고 나는 현수막을 달려고 빌린 예배당에 갔다.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서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갔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길에 뛰어나가서 소리를 치면서 아이들을 찾아다녔다. 한참 뒤에 동네 사람이 어린애들 둘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신고하여 경찰이 도착했고, 그 무렵 나도 도착했다. 아이들이 나를 찾으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정신없이 집회를 마쳤다. 목사님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선교비로 쓰라고 봉투를 주셨는데 열어보니 정확히 2천 달러가 들어있었다. 너무 기뻤다. 하나님이 주셨다는 마음이 들어서 바로 집주인에게 집세를 보내고 전화했는데 주인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편지를 보냈으니 읽어 보라고 했다. 그날 편지를 받았다. 다음 달 1일까지 집을 비우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놀랐다. 주인에게 전화해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무조건 비우라고 했다. 순간 후회했다. ‘돈이 있었을 때 집세를 내야 했는데 내가 무슨 믿음의 사람이라고 말씀대로 한다고 하다가 이렇게 더 큰 어려움을 만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제는 집을 비워줘야만 했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사람들은 하와이를 999당이라고 불렀다. 하늘나라가 천당이고 하와이는 바로 한 단계 낮다고 해서 999당이라고 했다. 맑고 깨끗한 바다,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구름, 온화한 날씨, 정말 아름다운 섬이지만 우리는 하와이를 볼 겨를이 없었다. 그때부터 거의 한 달가량 이사 갈 집을 알아보았다. 신문 광고를 보면서 서툰 영어로 전화하고 찾아가고 부지런히 알아봤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미국은 돈이 있다고 이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용이 있어야 했다. 나는 은행에 아무런 신용이 없었기에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돈, 신용, 언어 등 모든 것이 문제였다. 
시간이 점점 흘러 이사할 날이 다가왔다. 열흘쯤 남았을 때 새벽에 요한복음 14장을 읽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요 14:1) 하나님이 꼭 내게 하시는 말씀 같았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요 14:2) 영어 성경에는 아버지 집에 맨션이 많다고 했다. 사전에서 맨션을 찾아보니 ‘방이 많이 딸린 큰 저택’이었다. 갑자기 기뻤다. 아내와 단기선교사들을 불러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맨션을 주신다고 하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우리 형편은 당장 갈 곳이 없어서 길에 나가 앉아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기쁜소식하와이교회입니까?”
집을 비워야 할 날짜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기도하면서 집을 계속 알아봤지만 길이 없었다. 수요일 저녁 예배에 자매님 한 분이 참석하셨는데 예배를 마치고 자매님이 돌아간 후 아내가 내게 이야기했다. 자매님의 남편이 미군 부대에서 변호사로 있어서, 꽤 큰 집을 가지고 있으니 당분간 그 집에 와 있다가 형편이 좋아지면 이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자매님에게 전화했다.
“자매님, 오영신 목사입니다. 자매님이 제 아내에게 자매님 댁에 오라고 이야기하신 것이 맞습니까?”
“예, 목사님. 교회가 어려운 것 같아서요.”
“자매님, 감사합니다만 다시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제가 왜 하와이에 온 줄 아십니까?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보려고 왔습니다. 자매님의 도움을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내 입에서 담대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때 나는 정말 하나님을 의지하고 싶었고 하나님을 의지하다가 망하고 싶었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매님, 제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사를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집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이사할 때 트럭을 빌려서 이사한다. 나는 가장 큰 트럭을 빌리려고 했다. 하와이에서는 2006년 1월에 한국에서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와서 2주간 글로벌 캠프를 했다. 그래서 교회 살림살이가 너무 많았다. 성도들은 두세 명인데 냉장고는 다섯 대가 있었다. 성도들보다 냉장고 숫자가 더 많았다. 그래서 작은 차로는 이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큰 트럭을 빌리려고 했다. 모든 짐을 트럭에 싣고 하와이에서 유명한 명소 중 하나인 와이키키 해변으로 가려고 했다. 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족과 단기선교사들은 차에 두고 나는 성경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계획했다. 복음을 들은 사람들이 교회가 어디냐고 묻고 찾아올 것 같았다. 그러면 사람들을 트럭으로 데리고 가서 뒷문을 열면 트럭에 짐이 가득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그 안에서 밥을 먹고 있고 ….
“여기가 기쁜소식하와이교회입니까? 구원받으면 이렇게 됩니까?”
다 놀라서 도망갈 것 같고 아무도 구원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책임이다. 하나님이 집을 안 주셔서 그런 거니 내 책임이 아냐.’ 이것이 내 계획이었다. 하나님이 안 도우시면 나는 망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 그렇지, 7백 달러나 깎는 사람이 어딨겠어’
금요일이었다. 주일이 지나면 월요일까지 집을 비워줘야만 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집을 보러 다녔다. 그날은 부자들이 사는 산등성이 동네로 갔다. 경치가 너무 좋았다. 우연히 큰 집에 ‘세를 놓는다’라는 글이 적힌 것을 보았다. 삼층집인데 들어가서 보니 집은 비어 있고, 방이 5개, 화장실이 4개, 거실도 크고 너무 좋아 보였다. 집이 비쌀 것 같았다. ‘부자들은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사는구나.’ 하면서 아내를 재촉해서 집을 구하러 나갔다. 온종일 돌아봤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저녁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아침에 본 삼층집이 생각났다. ‘한 번 더 가보자’며 그 집에 갔다. 마침 한 사람이 있어서 이야기하는데 이틀 전에 살던 사람이 이사해서 집을 손보려 한다고 했다. 집세가 얼마인지 묻자 3천 4백 달러라고 했다. 예상대로 비쌌다. 그분은 집 주인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 온 선교사라고 소개하며 당장 다가오는 월요일에 이사해야 하고 갈 곳이 없는데 이 집에 들어와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월세는 얼마 줄 거냐고 물었다. 내 입에서 2천 7백 달러를 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내 편에서는 최대한 깎은 가격이었다. 그는 밤에 주인과 이야기하고 연락을 주겠다며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집으로 돌아와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7백 달러나 깎는 사람이 어딨겠어.’ 잠을 자고 오전 10시쯤 트럭 회사에 전화해서 가장 큰 트럭을 예약하고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제 그 사람이었다. 어제는 주인을 못 만났고 아침에 주인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니 주인이 허락했다는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너무 기뻤다. 그는 월요일 아침에 두 달 치 집세(한 달 치 보증금과 집세)를 가지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가서 계약하고 오라고 했다. 하나님이 극적으로 우리에게 큰 집을 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목사님, 돈은 있습니까?”
다음 날 주일 예배에 자매님 두 분이 오셨다. 하나님이 집을 주셨다고 기뻐하면서 간증하자 두 분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예배를 마치자 자매님들이 나를 찾아왔다.
“목사님, 돈은 있습니까? 두 달 치 집세를 가져오라는데 그럼 5천 4백 달러가 있습니까?”
그제야 나는 두 달 치 집세가 생각이 났다. 나는 주인이 허락해 준 것만으로 너무 기뻐서 집세는 생각도 못했다.
“목사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리고 LA 교회 목사님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모르십니다.”
“전화를 드리세요. 뭐 하십니까?”

하나님을 의지하면 나를 도우셔
월요일 새벽 일찍 잠에서 깨었다. 차에 가서 기도했다. 오늘 이사해야 하는 날인데 돈은 하나도 없었다. 어제 자매님들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LA에 전화해야 하는지 망설여졌다. 전화한다는 것은 도와달라는 것인데, 나는 하나님이 어떻게 도우시는지를 보려고 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기도했다. 기도 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선교회 안에서 박옥수 목사님의 간증을 많이 듣고 보았는데, 목사님은 항상 어떤 일을 하든 하나님만을 의지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래, 이 문제는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주신 문제야.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이 나를 도우셔.’라는 마음이 들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그 집으로 들어가라는 마음을 주셨다.
기도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서 자매님의 남편인, 교회에 나오지 않는 제이슨에게 전화해서 이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그와 같이 계약하러 갔다. 제이슨은 가면서 우리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담대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내게 돈을 달라고 했다.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중개인이 깜짝 놀라면서 집주인이 알고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아직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중개인이 계약서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주인과 한참 통화했다. 나는 하나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부동산 중개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약서를 내밀면서 집주인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너무 기뻤다. 

하나님이 주셨다는 마음이 드니 너무 행복했다
트럭을 빌리고 집주인에게 가서 열쇠를 받아서 이사를 시작했다. 이삿짐이 정말 많았다. 남자 단기선교사 두 명과 나는 짐을 차에 싣고 새집으로 날랐고, 아내와 여자 단기선교사 한 명은 집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했다. 날은 더웠고 몸은 힘들고 지쳤지만, 마음은 너무 뜨거웠다. 차 안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돈 한 푼 없이 하나님이 준비하신 맨션 같은 큰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나님이 집을 주셨다는 마음이 드니 너무 행복했다. 집이 크고 거실이 넓어서 거실에서 예배를 드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매님들에게 다가오는 주일에는 새집에서 예배를 드릴 것이니 새집으로 오라고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주일날 자매님 두 분이 와서 집 앞에 차를 대고는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주소는 맞는데 설마 우리가 이런 곳에 이사를 왔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하셨다. 
자매님들을 앉혀 놓고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를 인도해 주셨는지 간증했다. 너무 신기했다. 하나님이 말씀대로 어떻게 일하시는지 보여주셨다. 말씀을 마치고 식사하고 나자 자매님들이 서로에게 밀린 십일조를 내라며 다투었다. 얼마 뒤두 자매님들이 집세를 가지고 와서 주인에게 낼 수 있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소망이 생기고 믿음이 일어났다
LA에서 이동하여 하와이 교회에 갔을 때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웠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내가 교회를 위해 무언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것은, 하나님이 내가 하와이에 가기 전에 먼저 나를 믿는 마음을 무너뜨려 주셔서 하와이에서는 다만 하나님이 교회를 위해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보게 해 주신 것이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에 소망이 생기고 믿음이 일어났다. 하나님은 먼저 내 마음을 무너뜨리신 후에 믿음으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한 부분 한 부분 가르쳐주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