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선교지에 자신을 뿌리는 사람들
[라이프] 선교지에 자신을 뿌리는 사람들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1.05.06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5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_256 | 박옥수 목사 간증

 

말라리아모기에 물리면 모기 주둥이에 있는 말라리아균이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다. 말라리아는 번식력이 아주 강해서 우리 몸에 들어올 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몸 안에서 빠르게 번식해서 뇌세포를 파괴시키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 속히 치료하면 쉽게 나을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죽는 경우가 많은 무서운 병이다. 
언젠가 내가 탄자니아에 갔을 때, 탄자니아 교회 사모님이 나에게 몸이 어떠냐고 물었다. 전날 요하네스버그에서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했더니, 사모님이 말했다. “목사님, 여기는 아프리카입니다. 큰일납니다.” 사모님은 나를 억지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의사가 바늘로 내 귀 밑을 찔러서 피를 한 방울 뽑더니 유리판에 펴서 말렸다. 그것을 염색약에 담근 후 꺼내서 현미경으로 보더니 말라리아라고 했다. 의사는 나에게 ‘판시다’라는 약을 두 알 주었고, 그 약을 먹고 말라리아를 쉽게 고칠 수 있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죽는다. 너무나 슬픈 사실은, 1달러만 있으면 약을 사먹어 금방 나을 수 있는데도 그냥 견디다가 균이 몸 안에서 빠르게 번식해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기만 했던, 어느 선교사의 아내
얼마 전, 가나에서 선교하시던 이장용 선교사님도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셨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 전에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신, 어느 선교사 사모님이 있었다. 이 사모님은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결혼했고, 나중에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 가나로 선교하러 갔다. 남편은 신앙이 깊어서 아프리카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정말 행복했지만, 사모님은 그렇지 못했다. 아프리카가 너무 싫었다. ‘저 파리 모기, 저 벌레. 수돗물은 왜 또 안 나와? 아이 더워! 나는 여기 더 못 살아. 내가 미쳤어? 나는 내일 한국으로 갈 거야!’ 늘 이렇게 불평하며 지냈다. 
하루는, 아주 깊은 정글 마을에서 집회를 하게 되어 그 선교사 내외가 그곳에 가기로 결정되었다. 정글 마을에 2주 정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사모님은 혼자 방에 와서 드러누웠다. ‘나는 못 가. 대도시인 아크라에서도 살기 힘든데 정글에 가서 어떻게 살아? 나는 못 해.’ 불평이 쏟아져나왔다. 저녁때 남편이 와서 말했다. “여보, 하나님이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는 숲속에 사는 주민들의 말도 서툴고 모든 것이 서툰데, 그곳 말을 우리보다 잘하는 선교사가 많은데 우리가 뽑힌 것이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 여보?” 사모님은 정글에 가기 정말 싫었지만 남편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예” 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정글 마을로 가기 위해 먼저 아크라에서 쿠마시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쿠마시에 도착해서는 2시간을 기다려, 정글에서 통나무를 실어나르는 트럭을 타고 정글 안으로 들어갔다. 트럭에서 내리자 정글 마을까지 안내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걸어서 세 시간을 더 가야 했다. 정글은 낮에도 어두컴컴하다. 그리고 나무들이 우거져서 허리를 굽히고 걸어야 한다. 안내하는 사람이 정글 안을 가볍게 걸어가면 사모님과 뒤따르는 남편은 뛰다시피 했다. 그렇게 3시간을 걸어 마침내 정글 마을에 도착했다. 
깊은 숲에 있는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지은 움막이 50여 채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2주 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찬송을 부르고 선교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그들이 죄 사함을 받고 밝은 삶을 살도록 인도했다. 밤이건 낮이건 사람들이 모이면 성경을 가르치고 한국 이야기도 해주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를 동경한다. 하지만 도시에 가서 살려면 그들에게는 아주 큰돈이 필요하다. 그래야 집도 사고 직장도 잡을 수 있다. 그런 돈을 숲속에서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작정 도시로 갔다가 고생만 하고 정글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 
정글에는 시계가 없다. 그래서 특별히 시간이 없다. 배가 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잔다. 예배 시간도 정해진 것이 없다. 사람이 모이면 예배가 시작된다. 어떤 때는 두 사람, 어떤 때는 다섯 사람, 많을 때는 15명 정도가 모였다. 선교사님은 말이 서툴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프리카에 젊음을 다 바친 사모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말씀을 가르쳐주어서 감사하다는 표현으로 선물을 가지고 왔다. 어떤 사람은 코코넛이나 파파야나 망고를, 어떤 사람은 계란을 가져오고, 어떤 사람은 닭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선교사 부부는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즐거웠다. 문명 세계에서 살다가 숲속에 들어가면 불편한 것이 많다. 그래도 어느 곳에서든지, 사람들 마음에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생기면 인품이 달라진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불만을 갖거나 불평하는 대신 감사하는 마음이 커진다. 그처럼 사람들이 죄 사함을 받고 기뻐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면 선교사는 행복해진다. 선교사는 누구나 고생을 하지만 그런 즐거움이 있어서 좋다. 
하루는 저녁에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선교사님을 초대한 집주인과 선교사 내외만 남았다. 집주인이 입을 열었다. 
“선교사님, 미안합니다. 나는 선교사님에게 드릴 것이 없습니다. 내 아내는 부자입니다. 저 코코넛 나무도 아내 것이고, 파파야 나무와 망고 나무도 아내 것입니다. 뜰에 있는 닭도 계란도 모두 아내 것입니다. 그래서 드릴 것이 없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모님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망고나 코코넛 같은 것들이 몇 푼이나 된다고 부부가 내 것 네 것을 따지냐? 참 치사하다. 이 바나나 나무는 남편 것이고 저 바나나 나무는 아내 것이고, 그렇게 사는 게 무슨 부부냐? 아프리카 정글 사람들 참 웃긴다. 저거 다 합해도 20달러도 안 되겠다.’
그때 사모님에게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바나나나 코코넛 가지고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자기 역시 어떤 부분에서는 남편 것과 자기 것을 구분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유치한 여자인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부리고 있는 욕심을 알고 자기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사모님과 선교사님과 마음을 합해서 살기 시작했다. 
얼마 뒤, 부부는 선교회의 계획을 따라 불어를 사용하는 ‘베냉’이라는 나라로 이동했다. 사모님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마음을 다 쏟아 복음을 전했다. 불어가 서툴기에 가방에 영어 성경과 불어 성경, 영어 사전과 불어 사전을 넣고 다니면서 복음을 전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예수님을 믿어 새 삶을 살게 된 사모님은 코토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베냉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끌려 무거운 성경 가방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던 그 후 사모님은 42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두 딸을 두고 먼저 주님 품으로 갔다. 사모님이 젊음을 다 바친 베냉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다. 야이보니 대통령과 몇몇 장관,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과 며느리도 구원을 받았다. 
우리는 베냉에 선교센터도 짓고 병원도 지었다. 또한, 복음의 귀한 역사들이 힘있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 권영 사모님이 주님 품에 가서도 베냉을 잊지 않고 기도하고 계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 선교회의 선교사들은 남다르다.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자신의 안일을 위해 살지 않는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대부분 복음을 사랑하고, 자신이 있는 나라 사람들을 사랑한다. 대부분 현지인과 함께 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한다. 
얼마 전에 이장용 선교사님도 주님의 부름을 받았다. 예수님의 귀한 종인 이장용 선교사님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 이런 귀한 선교사들이 일어나 아프리카에서도, 아시아에서도 감사한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