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혁이의 결심
주혁이의 결심
  • 김신용
  • 승인 2021.06.1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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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세현초등학교 6학년 주혁이는 부모님과 3학년인 여동생 주희와 살고 있습니다. 주혁이 아빠는 지방에서 일하셔서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시는데 바쁠 때는 오시지 못하고 전화만 하십니다. 주혁이 엄마도 회사에 다니십니다. 엄마는 아침 일찍 먹을 것을 챙겨 놓고 주혁이와 주희를 깨운 뒤 서둘러 출근을 하십니다.

 

하루를 보내고 셋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엄마는 설거지를 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숙제 다 했으면 얼른 씻자. 주혁이는 방 좀 치우고.”
엄마는 설거지를 끝낸 후 집 안을 왔다 갔다 하시며 정리하시다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러면 주희도 엄마를 따라 들어가고 잠시 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주혁아, 게임 너무 오래 하지 말고 일찍 자라.”
주혁이는 틈만 나면 아빠가 사주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영상을 봅니다.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후로는 엄마 방이 조용해지면 핸드폰을 켜서 열두 시가 넘도록 놀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요즘 주혁이네 학교는 코로나 때 문에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은 온라인 수업을 합니다. 아홉 시까지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주혁이가 월요일에 늦잠을 잤습니다. 엄마가 깨우고 가셨지만 다시 잠이 든 것입니다. 주혁이는 벨소리에 겨우 일어나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주혁아, 선생님께 전화 왔어. 빨리 수업에 들어가, 알겠지?”
“어? 왜 안 깨우고 갔어? 지각이잖아!”
주혁이는 짜증을 내며 컴퓨터를 켰습니다.
“강주혁, 오늘도 지각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아니?”
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죄송해요. 늦잠을 잤어요.”
“왜 늦잠을 자? 어제 몇 시에 잤어?”
“새벽 두 시에요.”
“뭐라고?”
선생님은 어이없어 하시고 친구들은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주혁이는 수업 시간 내내 자꾸 눈이 감겼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장가처럼 들려와 스르르 고개를 숙였는데 선생님이 소리치셨습니다.
“강주혁! 자냐? 정신 차려!”
주혁이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어서 수업 화면을 작게 한 뒤 어제 보았던 영상을 클릭했습니다. ‘이렇게 잘 쳐다보면 수업에 집중하는 줄 아실 거야.’
그런데 영상이 너무 재미있어서 주혁이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강주혁, 너 지금 딴짓하고 있지? 태영이가 읽은 그 다음 줄부터 읽어봐.”
주혁이는 얼른 책꽂이에서 교과서를 찾았습니다.
“어이구, 이 녀석 봐라. 교과서도 안 펴고 있었네? 주혁이는 수업 끝나고 선생님과 이야기 좀 하자.”

 

친구들이 화면에서 모두 나가고 선생님과 주혁이가 마주 앉았습니다.
“주혁아, 네가 밤늦게까지 핸드폰 하고 있으면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시니?”
“아빠는 지방에 계시고 엄마는 내가 밤에 핸드폰 하는 거 모르세요.”
“저녁 10시까지만 하고 엄마한테 핸드폰을 맡기는 게 어떨까?”
“네~에? 안 돼요.”
“너 그렇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지각하고 수업 시간에는 졸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안 그럴게요.”
“어떻게 안 그럴 건데? 혼자 힘으로 절제할 수 있겠어?” |
”네, 할 수 있어요.”
“만약에 또 지각하면 어떻게 할래?”
“그땐 맡길게요.”
“그래, 알았다.”

 

그날 저녁, 주혁이는 평소보다 일찍 자기 방에 들어갔습니다. 늦게 퇴근하신 엄마는 오시자마자 주혁이의 방문을 여시고 물으셨습니다.
“수업에는 바로 들어갔지?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지각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엄마가 깨울 때 바로 일어나야지. 숙제 없으면 오늘은 일찍 자라.”
“응.”
다행히 선생님이 엄마에게 핸드폰 이야기는 하시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주혁이는 열두 시 전 에는 꼭 자야겠다고 결심하고 핸드폰을 켰습니다. 그런데 멈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서 하다 보니 어느새 열두 시가 지났고, ‘마지막으로 게임 한 번만 하자.’ 했는데, 핸드폰을 껐을 때는 새벽 세 시였습니다.

 

주혁이는 이튿날에도 늦잠을 잤습니다. 엄마가 깨운 것은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어쩌지? 도저히 수업에 못 들어가겠어.’
고민 끝에 반 친구 영훈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영훈아, 선생님께 내가 아파서 수업에 못 들어간다고 말해줘.”
주혁이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주혁이는 수요일에도 아홉 시 반은 돼서야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목요일은 등교 수업이 있는 날인데 주혁이는 또 지각을 했습니다. 친구들은 주혁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어제도 핸드폰 했어?” 하며 웃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주혁이를 부르셨습니다.
“주혁아, 너 매일 학교에 와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 어떻겠니?”
“네?”
“선생님도 혼자서는 잘 안 되더라.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 선생님 마음대로 하지 않고 절제하면서 지내는 것이지. 선생님도 아내 가 어딜 가고 없으면 정리도 잘 안 하고 텔레비전도 오래 보 다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곤 한단다, 하하. 내 마음이 멋 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네가 괜찮으면 선생님이 도와줄게.”
주혁이는 학교에 올 생각을 하니 창피하기도 했지만 혼자 잘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네. 그럴게요, 선생님.”
주혁이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에도 학교에 갔습니다. 선생님이 옆에 계셔서 재미있는 영상을 클릭할 수는 없지만 흥미가 생기는 과목들이 있어서 지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또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도 많아졌습니다. 주혁이는 열심히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께 마음속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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