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라이프]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선교사)
  • 승인 2021.06.15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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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6회)

선교회 안에서 가장 많이 듣고 배웠던 말이 ‘네 생각이 끝나면 말씀을 믿는 믿음이 시작된다’이다. 가장 많이 들었지만 가장 모르는 말인 것 같다. 하나님은 나에게 믿음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내 생각을 끝내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하셨고 그 끝에서 믿음을 하나씩 경험하게 하셨다.

 

하와이로 이동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정신없이 닥쳐왔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내 속에서 올라오는 안될 것 같고 망할 것 같은 생각들이었다. 전에는 그 생각에 반응하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그 생각을 따를 수 없었다. 남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가는 길밖에 없었다. 

하나님이 나를 책임지셔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이사를 마치고 나서 겨우 한숨을 돌렸는데 곧이어 LA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박옥수 목사님이 집회를 인도하러 LA로 오시기에 나도 가고 싶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비행기 삯을 알아보니 그날 오전 8시 10분 하와이안 비행기가 있었다. 가격은 약 500달러였다.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캐나다에서 사역하는 형에게 연락이 왔다. 비행기표를 샀냐고 해서 아직 사지 못했다고 하니 형은 내가 돈이 없는 것을 알기에 자기가 사 주겠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며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일주일쯤 지났는데 형수님이 표를 샀냐고 전화하셨다. 아직 사지 못했다고 하니까 우리 부부를 위해서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물질을 주셨다면서 우리 표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정중히 사양했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으로 보내셨다면 하나님이 나를 책임지셔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미국 본토에 가야 하는데 ‘그 돈을 누가 책임져 줄까?’ 생각하니 처음부터 하나님을 의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 외에는 나를 도울 자가 없는 것이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만들어 주었다. 

비행기를 탈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흘러 비행기 푯값이 천 달러까지 올라갔다. 추수감사절 기간이어서 그랬다.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셨다. 그날이 토요일이고, 월요일이면 출발해야 했다. 방법이 없어서 아내와 무작정 하와이 공항에 갔다. 주차하고 하와이안 에어라인으로 갔다.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해서 그냥 뒤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한 남자 직원이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카운터로 가려 해서 그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선교사입니다. 월요일에 LA에 가야 하는데 돈이 없습니다. 혹시 제가 당신 회사의 은혜를 입어서 비행기를 탈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그가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최근에 교회 재정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설명하는데 그가 내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들어주고는 알아보겠으니 기다리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의외의 반응에 아내와 나는 기뻐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30분, 한 시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공짜로 비행기를 태워주는 게 어려우니 시간이 걸리겠지.’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섯 시간을 기다리니 배가 고파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카운터에 가서 그를 찾으니 몇 시간 전에 벌써 퇴근했다고 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러면 그렇지. 누가 공짜로 비행기를 태워줄까?’ 돈이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또 응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도 올라왔다.

이건 다 하나님 책임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LA 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월요일 몇 시에 LA 공항에 도착하는지 물으며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제가 지금 밖인데 집에 가서 시간을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LA 교회 목사님이 도와주실 것만 같았다. 나는 정말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LA에서 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일요일 예배를 다 마치고 형제 자매들이 다 돌아가고 헌금함을 열었다. 150달러가 있었다. 그때는 푯값이 이미 천 달러가 넘는 상황이어서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이면 출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내에게 짐을 싸라고 했다. 아내는 어안이 벙벙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운전할 수 있는 단기선교사에게 공항에 태워 달라고 했다. LA 교회에 다녀오겠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나는 기내 가방 두 개를 끌고 아내는 막내딸을 유모차에 태워서 끌고 항공사 카운터마다 방문했다. 그리고 매니저들에게 내 사정을 설명했다.
“저는 한국서 온 선교사입니다. 내일까지 LA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습니다. 은혜를 입어서 당신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습니다.”
손짓 발짓하며 더듬더듬 설명했지만, 돈도 없이 비행기를 타려고 아내와 아이까지 공항에 데려온 나를 오히려 정신이상자로 취급했다. 직원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돌아서서 걸으며 ‘하나님 보셨죠? 사람들이 다 나를 이상하게 봅니다. 이건 다 하나님 책임입니다. 하나님이 돈을 주셨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요.’ 하며 하나님께 토로했다. 모든 항공사에 방문했지만 다 거절을 당했다.
밤 12시가량이 되었다. 단기선교사에게 전화해서 우리를 태우러 다시 오라고 했다. 단기선교사들도 우리를 이상하게 봤다. 분명히 LA에 간다고 나갔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돌아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시 그 사람에게로 가라 
Arise, go back to the man

월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새벽기도를 준비했다. 매일 새벽 창세기를 한 장씩 읽고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창세기 43장을 읽을 차례였다. 나는 영어로 천천히 한 절 한 절 읽고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올라왔다. ‘오늘 LA를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을 의지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성경을 읽는데 갑자기 한 말씀이 눈에 다가왔다. 
“네 아우도 데리고 떠나 다시 그 사람에게로 가라. Take your brother also, and arise, go back to the man.”(창 43:13) 
창세기 43장 13절 말씀이었다. 이 말씀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Arise는 ‘일어나라’라는 뜻인데 하나님이 실망하고 낙심하고 있는 나에게 ‘일어나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Go라는 단어가 마음을 움직였다. ‘일어나서 가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영신아, 일어나서 가라.”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And may God Almighty give you mercy before the man,”(창 43:14) 
성경은 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했다. 내 마음에 ‘지난번에 이사할 때는 하나님이 도우셨지만 이것은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았다. ‘비행기는 돈이 있어야 타지. 어떻게 이걸 하나님이 도우실 수 있어?’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구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구나.’ 그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베푸신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아내에게 이야기해서 다시 공항으로 갔다.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다. 마침 대한항공 직원이 출근했길래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은혜를 입고 싶다고 하자 대한항공에는 LA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고 했다. 나는 하와이안 항공으로 갔다. 왜냐하면 아침 8시 10분 비행기가 곧 LA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7시 30분이어서 모든 티켓팅이 끝나서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이 ‘일어나서 가라’고 하셔서 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 형에게 전화가 왔다. LA 교회에서 내게 계속 전화했지만 받지 않으니 형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내가 공항이라고 하자 형이 안도하며 몇 시 비행기를 타느냐고 물었다. 아직 비행기표를 못 샀다고 하자 형이 깜짝 놀랐다. 형은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면서 가장 빠른 비행기로 스탠바이 티켓이라도 사서 오라고 했다. 형의 신용카드 번호를 들고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믿음일까?’ 생각했다. 믿음의 삶에 관한 간증과 말씀을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막상 형편에 부딪혀 보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너무 많았다. ‘지금까지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지했는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도 은혜가 필요합니다
그때 갑자기 아내가 “여보! 저기 저 사람…” 하면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전에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했던 남자 직원이었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하니 그가 나를 알아보았다. 토요일에 당신을 다섯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하자 미안하다며 그날 깜박 잊어버리고 집에 갔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아직도 은혜가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 아침에 읽은 말씀이 생각이 났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 사람 앞에서 은혜를 베푸사.’
나는 아직도 은혜가 필요하고, 오늘 꼭 LA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안하다며 도와주고 싶어도 능력이 없으니 차라리 마케팅 사무실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 나는 영어를 잘 못 하니까 그에게 같이 가서 말 좀 해달라고했다. 그러자 그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을 소개해주겠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우리에게 “뛰어!”라고 외쳤다
잠시 후 조앤이라는 여직원이 와서 서투른 한국말로 내게 돈이 없는지 물었다. 없다고 하자 자리에 앉아서 내 여권을 달라며 서류에 내 이름을 적는 것이었다. 왜 내 이름을 적는지 물으니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너무 놀랐다. 지금 8시 10분 비행기를 태워줄 것인지 묻자 그 비행기는 너무 늦었고 오후에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심장이 막 뛰었다. 
그리고 내게 돈이 얼마 있는지 물었다. 그때 내 바지 주머니 한쪽에는 형이 준 신용카드 번호가 다른 한쪽에는 150달러가 있었다. 어느 것을 이야기할까 생각하다가 박 목사님이 거창에서 대구로 갈 때 하나님을 의지해서 버스를 타신 간증이 생각났다. 끝까지 하나님만을 의지하자는 마음이 들어 내가 가진 것은 150달러가 전부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아내도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자 조앤이 깜짝 놀라면서 아내도 부르라고 했다. ‘여보’ 하고 큰 소리로 부르자 아내가 막내딸을 안고 일어섰다. 조앤은 아이도 가냐고 물었다. 조앤은 아내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다. 아내는 연신 내게 무슨 영문이냐고 물었다. 지금 이분들이 우리를 비행기에 태워주려고 한다고 하자 아내도 너무 기뻐했다. 조앤이 아내와 딸의 이름을 다 적고 내게 150달러를 달라고 해서 주었다. 
그러는 동안 남자 직원은 어디론가 계속 전화하다 갑자기 수화기를 내려놓고 프린터기에서 무엇인가를 출력하더니 우리에게 “뛰어!”라고 외쳤다. 그가 앞서서 뛰고 우리는 뒤를 따라 뛰었다. 가서 보니 비행기 탑승 전에 X-RAY를 통과하는 곳이었다. 다른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가 먼저 검사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한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남자 직원이 우리 가족과 조앤을 차에 태우고 문을 닫으면서 “잘 다녀와!”라고 했다. 
차가 활주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하와이안 에어라인 비행기 한 대가 멈춰 있었다. 그때 나는 아무 정신이 없었다. 비행기에 올라타자 조앤이 우리에게 앞에 있던 빈 자리 세 개에 앉으라고 하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고 조앤도 내렸다. 
곧바로 비행기는 이륙했고 고도를 잡았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모든 게 꿈같아서 눈을 뜨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것 같았다. 30분쯤 지나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뒷자리로 걸어가는데 너무 놀랐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큰 비행기였고, 만석이었는데 가장 앞쪽 세 자리만 비어있었다.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가 LA 공항에 도착해 교회에 갔다.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예배당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기도하는 동안 마음이 뜨거웠다. 하와이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일 이사하고 또 박 목사님이 오실 때 LA 집회에 참석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내가 볼 때는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거짓말처럼 모든 것을 도우셨다. 그리고 내가 LA 예배당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롬 10:11) 말씀처럼 하나님은 당신을 의지하는 자를 부끄럽지 않게 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도 축복된 한 주였다. 박 목사님의 말씀과 교제는 나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하나님이 내게 일하실 수 없었던 이유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내 생각을 믿고 주를 끝까지 의지하지 않아서 일하실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집회를 마치고 하와이로 돌아와서 선물을 사서 아내와 같이 공항으로 갔다. 그 남자 직원은 만나지 못했지만 조앤을 다시 만났다. 인사하며 나를 기억하냐고 물으니 조앤이 대답했다.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항공사에 근무한 지 20년가량 되었는데 한 번도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세워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가 유일한 날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먼저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드셨고 그리고 말씀으로 한 부분 한 부분씩 나를 인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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