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도전
은수의 도전
  • 김신용
  • 승인 2021.10.15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7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은수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입니다. 은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합니다. 수학시험을 보면 20점, 30점 정도만 맞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고 국어 책을 읽을 때는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말을 더듬다 보니 놀림을 당하기도 해서 점점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가 되어갔습니다. 은수는 글을 또박또박 읽는 친구들이 부럽습니다. 선생님이 은수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셨지만 은수는 책만 잡으면 졸음이 쏟아져서 금세 덮어버리고 맙니다. 글쓰기 숙제를 할 때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몇 줄 쓰고는 그만둘 때가 많습니다.

 

은수네 학교 방송부에서 5학년 방송부원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6학년이 되기 전에 미리 선발하여 교육하기 위해서입니다. 방송부원은 주로 반 에서 제일 똑똑한 친구들이 지원하는데, 학교 게시판에 방송부원을 선발 한다는 안내문이 붙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한번 해 볼까?” 개구쟁이 민석이가 말했습니다. “야, 꿈 깨라. 너는 공부도 못하잖아.” 친구들이 민석이를 나무라듯이 말합니다. “하긴 다혜가 지원한다고 하더라.” “다혜가 지원하면 게임 끝난 거 아냐? 다혜야, 너 다 해라!” 다혜는 은수네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고 발표도 잘하는 모범생입니다. 국어 시간에 다혜가 책을 읽으면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꼭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나운서 같습니다.

 

은수도 방송부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방송부는 학교 행사 때마다 방송 장비를 설치하고 학교를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하며 점심시간 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줍니다. 은수는 아빠가 영상 만드는 일을 하시기 때문에 아빠가 하시는 것을 보면서 영상을 자르고 붙여 보았는데,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수는 지원서를 내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다섯 명만 뽑는 방송부에 자기처럼 공부도 못하고 말도 더듬는 아이가 지원하면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담임선생님의 추천서도 있어야 하는데 선 생님이 자신을 추천하는 글을 써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은수의 머릿 속에 국어 시간에 배운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은수는 일요일에 교회에 갔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성경에 나오는 에스더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에스더가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만났지만 부담을 넘고 왕에게 나아가 자기 백성을 구했다는 이야기였습니 다. 말씀을 마치고 반별 모임 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들에게도 ‘이건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선생님이 은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은수가 먼저 말해볼까?” “어…. 학교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은데, 저는 떨어질 게 뻔해요.” 은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은수야,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선생님은 은수가 부담을 넘어서 한번 도전해보면 좋겠다. 에스더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은수는 ‘그건 성경 이야기고 실제 생활에서는 어림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은수야, 성경 말씀을 그냥 이야기로만 알지 말고 실제로 한번 적용해 보자. 선생님도 기도할 테니 방송부에 꼭 지원해보렴. 알겠지?” “담임 선생님 추천서도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써주시지 않을 거예요.” 은수는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담임 선생님이 써주실 수도 있잖아.” “됐어요. 그냥 포기할래요. 저는 말도 더듬고 공부도 못한다고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되지. 은수가 방송부원이 되면 그건 정말 하나님이 하신 거네? 은수야, 에스더를 생각하면서 꼭 지원해보길 바란다.” 은수는 ‘선생님 말씀대로 한번 지원해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월요일 6교시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은수는 의 자에 앉아 쉬고 계신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저,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 은수구나. 무슨 일인데?” “저…. 어…. 그러니까 저 방송부에 지원하고 싶 은데 추천서 좀 써주실 수 있으세요?” “오! 우리 은수가 방송반에 들어가고 싶구나! 선생님이 써줄게. 잠깐만, 추천서 양식 파일이 어디 있더라? 여기 있네. 선생님이 오늘 써둘 테 니 내일 가져가서 지원해.” 선생님은 컴퓨터에서 금세 추천서 양식을 찾아 출력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은수가 지원서와 추천서를 내고 일주일 뒤, 방송부에서 지원한 사람들을 면접하는 날이 되었 습니다. 모두 열 명이 모인 자리에서 방송부 선생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번 방송부원은 아나운서 두 명, 카메라맨 두 명, 영상편집자 한 명을 뽑을 예정입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영상을 편집해 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저요.” 은수는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나요? 여러분 중에 영상을 편집 해 보고 싶은 사람 없나요?” “선생님, 저는 아나운서 할래요.” “저는 카메라맨요.” 영상편집을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은 은수뿐이 었습니다. 방송부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더 하신 후에 합격자 발표는 내일 난다고 하시며 면접을 마무리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학교 게시판에 방송부원 합격자 명단이 붙어 있었습니다. “영상편집 5학년 3반 김은수? 와, 은수가 붙었어!” 민석이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은수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주일학 교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냥 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방송부원이 되었 습니다. 은수는 생각했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일하시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