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한 달간의 미국 무전전도여행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십니다”
[라이프] 한 달간의 미국 무전전도여행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십니다”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선교사)
  • 승인 2021.07.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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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7회)

미국에서 10년 동안 선교하면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무전전도여행을 갔다. 현지에 적응하여 사는 선교사들에게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을 가르쳐주려는 하나님의 종의 마음을 따라간 여정이다.

 

2010년 여름, LA에 있는 UCLA 대학교 캠퍼스를 빌려서 제1회 월드캠프를 했다. 박옥수 목사님이 주 강사로 오시고 미국의 모든 사역자가 모였다. 박 목사님은 오전과 오후에 있는 주 강연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역자들과 교제하셨다. 그리고 사역자들을 안타깝게 여기셨다. 하나님이 미국에 선교사를 파송하신 것은 복음으로 미국을 덮으라고 보내신 것인데 선교사들이 선진 문명 속에서 편안한 삶을 살면서 점점 믿음을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무전전도여행이라고?
하루는 박 목사님이 선교사들에게 한 가지를 제의하셨다.
“여러분이 믿음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버스를 타고 가서 한 달 동안 복음을 전해보세요. 그러면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실 것입니다.”라며 지원자를 열 명 뽑겠다고 하셨다. 당시 나는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면서 한번도 무전전도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아는 미국은 무전여행을 하기에는 위험한 곳이었다. 이런 나라에서 한 달 동안 전도여행을 가라고 하시니 손을 들어야 할지 말지 갈등했다.
목사님은 또 말씀하셨다. 
“여러분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한번 데리고 가보세요.” 
당시 나에게는 일곱 살, 다섯 살, 네 살짜리 세 딸이 있었다. ‘나와 아내만 가도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세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나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내 마음을 바꾸어주는 소리가 들렸다. 박 목사님은 성경을 들고 “만약에 하나님이 역사하시지 않는다면 성경을 찢어버리세요. 하나님이 돕지도 않는데 왜 하나님을 믿습니까? 나가서 여러분 마음대로 사세요.”라고 외치셨다.
이것은 분명히 믿음의 말이었다. 성경을 찢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를 돕고 우리에게 역사하신다는 확신에서 나온 소리였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믿음의 말이었다. 나는 무전여행을 갈 만한 믿음은 없지만 간절하게 외치시는 분의 마음은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야 할지... 
집으로 와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무전전도여행을 간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만 엄마 아빠와 같이 여행을 간다고 무척 기뻐했다. 하와이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그 가운데 빅 아일랜드 Big Island로 떠났다.
아이들은 공항에서부터 신나서 뛰놀고 아내는 잠들었고 나는 근심에 쌓여 있었다. 하나님이 돕는다고 하셔서 떠나기는 하지만 섬에 도착하면 당장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야 할지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잠시 후 빅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이제부터는 하나님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마침 시내로 가는 차가 있어서 타고 시내에서 내렸다. 갈 곳이 없었다. 가족이 다섯 명인 데다가 짐까지 많이 있어서 웬만한 차는 우리를 태워 줄 수 없었다. 
우리는 쇼핑몰에서 전도하다가 마침 수요일이어서 한 교회에 방문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예배에 참석했는데 아이들이 잠들어버렸다. 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께 부탁하여 그날은 유아보호실에서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리끼리 예배를 드리고 기도회를 하고 교회에서 나왔다. 나는 배낭을 메고 가방을 끌고 선두에 서서 갔고, 내 뒤로 아이들이 자기 배낭을 메고 한 줄로 서서 걷고, 맨 뒤에서 아내가 배낭을 메고 걸었다. 걷다가 뒤를 쳐다보니 아이들이 열심히 걷고 있었다. 마치 오리 가족 같았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또 지나가는 차들도 창문을 내리고 이상하게 보았다. 이렇게 걷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내가 봐도 너무 우스웠다.
걸어가다가 한번은 갑자기 ‘두우웅’ 하고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네 살 막내딸 세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걷다가 그만 쇠 전봇대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아픈지 세라는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이런 아이들이 너무 귀엽기만 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지만, 엄마와 아빠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홈리스였다
나는 온종일 쇼핑몰에서 전도하고, 아이들은 넓은 쇼핑몰 안에서 뛰어놀고, 아내는 가방을 지키고 있었다. 전도하다가 해가 지자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걱정이 ‘오늘은 어디서 자는가?’ 였다. 전도를 중단하고 혼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혹시 잘 곳이 있을지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사방이 어두워져서 우리는 대형마트로 갔다. 마트는 밤늦게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이들을 재울 곳을 찾다가 쇼핑카트에 담요를 하나씩 깔고 아이들을 눕혔다. 그리고 마트 외부에 전시해 놓은 조립식 창고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몰래 아이들을 한 명씩 창고 안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그만 경비원들에게 발각되었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매니저에게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 매니저는 당연히 거절했고 우리를 홈리스homeless 취급했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홈리스였다. 자정이 넘었는데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사면초가였다. 하나님이 반드시 돕는다고 했는데 형편은 정말 비참했다. 그때 마침 한 여직원이 퇴근하다가 우리를 측은히 여겨서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날 밤은 그렇게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달간 어떻게 살지?’ 이렇게 한 달을 보낼 걸 생각하니 끔찍했다. 순간순간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면서도 돌아서면 또 잘 곳을 걱정하고 또 먹을 것을 걱정했다. 

이제부터 하나님이 책임져주세요
다음날도 해 질 무렵이 되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예수님을 믿으세요.” 하며 전도하지만, 마음에서는 ‘나 좀 도와주세요,’ 하며 누가 내 사정을 물어봐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때 갑자기 아이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쉽게 불평하지만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빠와 엄마를 믿기 때문이다. 아무 능력이 없는 아빠인데도 아이들은 이런 나를 믿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신나게 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나에게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가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걱정하지? 나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지 않고 있구나.’
그 순간 성경 구절 하나가 생각이 났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마 6:31~32)
말씀은 분명히 아무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말씀은 맞지만 내가 걱정을 안 하고 염려를 안 하면 누가 이곳에서 우리 가족을 책임져 줄 수 있는가?’ 말씀을 믿지 않는 내 모습이 가장 비참했다. ‘그래, 내 생각이 틀렸지.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게 바로 이거잖아. 맞아. 하나님의 말씀이 사실이야.’ 그 순간 말씀이 내 생각을 이겨주었다. ‘하나님, 이제부터 절대로 걱정하지 않고 염려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겠습니다. 이제부터 하나님이 책임져주세요.’ 마침내 말씀 앞에서 내 손을 놓았다.
바로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가 나에게 빨리 오라고 했다. 급히 가 보니 아내가 웃으면서 다섯 개의 도시락을 보여주고 빨리 먹자고 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기에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아내가 도시락에 대해 설명했다. 쇼핑몰 안에 작은 한국 식당이 하나 있는데 주인이 한국인 노부부였다고 한다. 부부가 우리 아이들이 온종일 쇼핑몰에서 뛰노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서 질문했다. 
“너희들은 누구니? 어디서 왔니? 여기서 뭐하니?” 아이들이 한국말로 아빠는 목사님이고, 무전전도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러자 밥은 먹었냐고 물었고, 아이들이 아직 못 먹었다고 하자 다섯 개의 도시락과 음료수를 싸주신 것이었다. 너무 신기했다. 조금 전에 하나님께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잘지 이제 걱정 안 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하나님이 먹을 것을 주신 것이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밤이 되자 쇼핑몰이 문을 닫아서 밖으로 나갔다. 밤 9시가 넘었지만 염려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하나님 책임이었다. 지나가는 차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서서 어디에 가냐고 물었다. 나는 가까운 교회에 데려달라고 했다. 모든 교회가 문을 닫아서 갈 곳이 없었다. 그러자 운전자가 우리를 자신이 다니는 성당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신부님에게 우리 사정을 이야기해 주어서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편하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또 길을 나서는데 짐이 많아서 이동하기 힘들었다. 마침 길가에 교회가 보여서 목사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짐만 부탁드렸다. 목사님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셔서 알려주었다. 그날은 대학교에 가서 전도했다. 아이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면 학생들이 아이들을 귀여워하며 받아주었다. 그러면 내가 다가가서 복음을 전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짐을 맡긴 교회의 목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인 가운데 한 명이 우리 가족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며 그렇게 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그날부터 우리는 약 10일 정도 그분 집에서 머물렀다. 참 감사했다.
수요일 저녁에는 그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 목사님이 내게 간증을 부탁하셨다. 간증을 마치자 목사님이 바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여러분, 이분들은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보내신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어리둥절했다. 곧 목사님이 설명해주셨다. 지난주 일요일에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참된 전도자에 대해 설교하셨다고 한다.
“갈지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전대나 주머니나 신을 가지지 말며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며…”(눅 10:3~4)
참된 하나님의 종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하나님만을 의지해서 간다고 설교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 내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하나님만 의지해서 무전여행을 온 우리를 보고 너무 신기했다고 한다. 교인들이 우리를 향해서 마음을 활짝 열고 매일 돌아가면서 식사에 초대했다. 우리는 맛있게 음식을 먹고 복음을 전하고 하루하루를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주머니가 이제 진리를 발견했다며 기뻐하셨다
전도여행 마지막 즈음에 오션뷰라는 동네에서 한국인 아주머니를 만나 복음을 전했다. 아주머니는 나름대로 신앙에 대한 확신이 있고 많은 경험을 해서 처음에는 서로 변론만 하였다. 더는 교제가 되지 않아서 새벽 3시쯤 마치려고 한마디를 툭 던졌는데 그 말에 아주머니가 복음을 깨닫고 구원받아 무척 기뻐하셨다. 우리 부부도 너무 감격스러웠다.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고, 고통과 시련을 겪었으며, 죄를 씻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피가 나도록 간절히 기도했지만 죄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 피가 이미 죄를 해결해 놓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이제 진리를 발견했다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려고 목사님 가족을 시골까지 보내셨다고 감격하셨다.

간증을 듣는 내내 마음이 정말 뜨거웠다
하나님이 도우신 많은 간증과 에피소드를 가지고 한 달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뒤에 박옥수 목사님이 뉴욕 대전도집회에 오셨다. 박 목사님은 오전과 저녁 집회 말씀만 전하시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전전도여행을 다녀왔던 사역자들이 앞다투어 간증했다. 간증을 듣는 내내 마음이 정말 뜨거웠다. 하나님이 내게 하신 역사도 감사했지만 전도여행을 갔던 모든 팀들에게 하나님이 역사하신 간증을 듣는데 성령이 충만했다. 
“여러분이 그곳에 가면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이 돕지 않으면 왜 하나님을 믿습니까?”라고 하신 목사님의 강한 외침이 내 인생을 이처럼 변하게 만들 줄 정말 몰랐다.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분명한 목사님의 마음에 끌려서 발을 디뎠을 뿐인데 하나님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주셨다. 
그 뒤로도 하나님은 무전전도여행을 통해 많은 일을 하셨고, 내가  갖고 있는 관념, 기준, 경험 등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신다’는 말씀으로 깨뜨려 갈 수 있었다. 인도자의 믿음의 말 한마디는 내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것을 보았다. 믿음의 교회와 하나님의 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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