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나를 이리로 보낸 자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라이프] 나를 이리로 보낸 자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선교사)
  • 승인 2021.08.0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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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8회)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 속에서 살던 사람인데 미국에서 지낸 10년 동안 하나님이 내 마음을 만들어가셨다. 그리고 당신의 뜻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사역지 독일로 이동했다.

하와이에서는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이런저런 문제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문제 앞에서 내 손이 나가려고 할 때마다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분명한 소리가 있었다. ‘내가 손을 데면 망한다’였다. 
나는 구원받고도 오랫동안 예수님을 불신했다. 예수님이 나를 도우실 것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일에 내가 손을 뻗어야만 했다. 그 결과는 처절한 실패였다. 그런데 내가 손을 떼면서부터 예수님이 내 삶을 아름답게 인도하셨다. 내가 손을 델 때와 비교할 수 없는 복된 삶을 살게 해주셨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
하와이에서 사역한 지 3년 반이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새벽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독일 교회로 파송됐다고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한 번도 독일에 갈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서 혼자 조용히 성경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마침 사도행전 16장을 읽을 차례여서 복잡한 마음으로 성경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날 아침 하나님이 내 마음을 강하게 이끄셨다. 하나님이 사도행전 16장에 있는 당신의 마음을 내게 자세하게 보여주셨다. 앞으로 내가 독일에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세밀하게 가르쳐 주셨다. 사도행전 16장은 바울이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고 했는데 성령이 막아서 마케도냐로 보내심을 받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마케도냐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 첫 관문이었다. 하나님은 바울을 유럽으로 보내려고 계획하셨기에 아시아에서 바울의 길을 막으셨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지나간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사역하는 동안 하나님이 내 삶을 막으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하나님의 뜻은 나를 독일에 보내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살았던 10년의 삶은 하나님이 나를 독일에 보내려고 일하신 과정이었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마음이 솟구쳤다.
하나님이 내게 하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나를 비우고 낮추고 무너뜨려서 하나님의 말씀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드는 일을 하셨다. 마치 토기장이의 손에 있는 진흙처럼 말이다. 동시에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어서 원망하고 불평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내 인생을 하나님께 맡기지 못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이런 나를 깨뜨려서 하나님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가셨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그 과정이었다.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마케도냐로 건너갔다. 첫 번째 성은 빌립보였는데 그 성에서는 더 이상 바울의 길이 없었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간 곳이었기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울의 길이 아닌 하나님의 길이었다. 하나님은 내가 독일에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우리가 살면서 받는 많은 축복이 있지만 내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다는 것은 큰 은혜요 축복이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문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곳이었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짐을 싸기 시작했다. 특별히 가져갈 것이 없어서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그런데 건물이 문제였다. 당시 하와이 교회는 시내 중심 쪽에 있는 상가 건물 4층에 세 들어 있었다. 건물 주인이 일본계 사람이었는데 정말 까다롭고, 처음에 이사할 때부터 주인과 사연이 많았다. 주인에게 찾아가서 내가 독일로 가게 된 것을 이야기했고, 다시 오시는 목사님이 이곳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인은 '나와 계약했는데 왜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사느냐?'고 하며 완강히 반대했다. 여러 번 부탁했으나 주인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사할 곳을 알아봐야 했다. 그날 종일 밖에 나가서 알아보았다. 이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것도 며칠 만에. 할 수 없이 선교회 본부에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하와이에서 몇 주간 더 머물겠다고 했다.
‘나는 네가 구한 집에 거하지 않겠다’
다음 날 아침 사도행전 17장을 읽는데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유를 지으신 신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 (행 17:24)
나는 하와이 교회에서 지낸 3년 반 동안 많은 은혜를 입었고, 하와이를 떠나기 전에도 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와이 교회로 오시는 목사님을 위해서 또 교회를 위해서 예배당을 알아봐서 이사해 놓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해서 내 마음에 강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구한 집에 거하지 않겠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부터 하나님은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불편하게 여기셨고, 모든 일에서 내 손을 떼게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친히 모든 일을 이루어 주셨다. 그런데 하와이를 떠나면서 다시 내가 교회를 위해서 손을 데려고 했다.
‘내가 교회를 가장 위하는 일은 내 손을 떼는 것이구나. 내 손을 떼면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일하시겠구나.’ 마음을 바꾸고 예배당을 구하는 일에 손을 떼 버렸다.
그 길로 독일행 비행기표를 샀고, 선교회 본부에서 정한 날짜에 독일로 갔다. 한 편으로 걱정했지만, 하나님은 내가 끝까지 손을 떼게 하셨다.

하나님이 훨씬 아름답게 인도하셨다
2011년 2월, 독일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따뜻한 하와이에서 항상 반소매를 입고 살던 우리는 독일에서 첫 겨울을 정신없이 보냈다. 날도 추운데다가 교회에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어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미국에서 사용했던 자동차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바꾸어야 했다.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해서 하와이 교회에 전화했다. 문득 교회 건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선교사님에게 지금 어디에서 살고 계신지 묻자 기존 건물에 산다고 하셨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선교사님이 하와이에 오자마자 건물 주인을 만났는데, 주인이 선교사님을 보는 순간 자기 삼촌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 일로 주인의 마음이 열려서 그 건물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줬고 월세도 낮추어 주었다고 했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다. 내가 손을 덴 것보다 하나님이 훨씬 아름답게 인도하셨다. 내가 하와이를 떠나는 순간까지 하나님이 일하신 것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속에서 늘 감사가 솟구쳤다
독일 교회에 오니 몇몇 형제 자매님이 시험이 들어 교회를 떠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선교회에서 매달 선교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순간 선교비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하나님이 내 삶을 세밀하게 이끌고 도우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선교비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싶었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도우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교회가 결정한 것을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고,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선교비가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내심 기뻤다. 하나님이 선교비를 받지 말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유럽 지역장 목사님에게 연락드려서 상황을 설명해 드리니 깜짝 놀라면서 당장 한국에 연락해서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하면서 선교비를 안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선교비를 받지 않게 되었다.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내 속에 올라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 속에서 살던 사람인데 미국을 거쳐서 독일에 오는 동안 하나님이 내게 정말 많은 일을 하신 것을 알았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마음을 내 안에서 만들고 계셨다. 나는 미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 안에 있었다. 하나님의 손이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 가고 계셨다. 내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속에서 늘 감사가 솟구쳤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 같은 인간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분명하게 보이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이 정도 어려움이 무엇이 문제인가?
독일에서 사역하는 몇 달간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집세를 못 낼 때도 있고, 전기세와 수도세를 내지 못해 전기와 물이 끊어지면서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셨는데 이 정도 어려움이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교회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독일어 학원에 공부하러 갈 때도 차비가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손이 너무 시렸다. 하나님께 장갑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나를 보더니 좋은 방법이 있다며 두꺼운 양말을 가지고 나와서 손에 끼고 자전거를 타라고 했다. 아이들이 “아빠 이게 무슨 장갑이에요?”라고 물어서 “응, 벙어리 장갑이야.”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어려움도 있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하나님과 교회를 통해서 배운 것이 항상 내 마음에 있었다. ‘내 생각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믿자’는 마음이 나를 이끌어 나갔다. 

“당신의 암이 다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저녁, 지나 자매님이 갑자기 찾아왔다.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사전에 연락 없이 저녁에 집에 찾아오지 않는 편인데 뭔가 급한 일인 것 같았다. 자매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그날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고 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자매님 가슴에 악성 종양이 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 순간부터 자매님 마음에 죽음이 찾아왔고, 병원을 나오면서 모든 가족과 친지에게 전화하고, 더 이상 전화할 곳이 없어서 담임 목사인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서 이 자매님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그렇지.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지.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시지.’ 하며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감사했다.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지 않았다면 내가 자매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고 또 어떤 말로 위로해 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신 것이 너무나도 확실했다. ‘예수님이 일하시면 못 고칠 질병이 어디 있겠는가?’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자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마음을 전해줬고 함께 기도하고 그 뒤로 틈날 때마다 교제했다. 감사하게도 자매님은 내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 달 쯤 지났을 때, 아침에 갑자기 자매님이 교회에 방문했다. 무슨 일로 왔냐고 하니 그날이 수술하는 날이어서 새벽에 병원에 갔다고 했다. 담당 의사가 한 차례 진료하고 나서 몇 시간 후에 다시 한번 더 검사했는데, 의사가 “당신의 암이 다 사라졌습니다.”라고 했다고 했다. 의사의 말을 듣고 너무 신기하고 기뻐서 제일 먼저 목사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자매님도 기뻐했고, 나도 너무 기뻤다.
그날 아침에 민수기를 읽으며 “내가 축복의 명을 받았으니 그가 하신 축복을 내가 돌이킬 수 없도다. 여호와는 야곱의 허물을 보지 아니하시며 이스라엘의 패역을 보지 아니하시는도다 ...”(민 23:20~21) 말씀이 정말 감사했다.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구나. 우리의 저주는 십자가에서 끝났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말씀처럼 자매의 암이 다 사라진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감사했다.
지금도 자매님은 건강하게 교회에 나오고, 독일에 있는 필리핀 사람들과 성경공부 모임을 하면서 신실하게 복음의 일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에 묶인 자
바울과 실라가 빌립보에서 억울하게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고 손발이 묶였지만, 그들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미했다. 어떤 형편도 그들의 마음을 묶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에 묶인 자들이었다. 세상에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지만,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는 자들을 묶을 수 없고, 가로막을 수 없었다. 내 행위와 모습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받은 복을 생각하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사역도 잘하지 못하고 모든 부분에 엉성한 사람이지만 예수님 안에서 은혜로 복을 받았다. 이렇게 독일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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