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네 아버지는 똥 퍼요
동수네 아버지는 똥 퍼요
  • 김신용
  • 승인 2021.11.18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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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야, 하지 말라고!”
동수가 소리쳤습니다.
“너네 아빠가 의사 선생님 집 똥 퍼주는 거 봤는데 그러냐? 야, 너희들도 봤지? 동수네 아빠가 똥 푸는 거.” “응, 나도 봤어.”
골목대장 영식이의 말에 아이들이 맞장구를 치자 동수는 화가 나고 억울해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아빠 어딨어?”
“의사 선생님 집에 가신다고 했는데?”
“애들이 우리 아빠 똥 푼다고 놀린다고요. 의사 선생님한테 가면 병을 고쳐 달라고 해야지 왜 똥을 퍼?”
“아빠는 의사 선생님이 고마워서 그러시는 거야. 저번에 동진이 아플 때 고쳐주셨잖아.”
“난 아빠가 똥 푸는 거 싫단 말이야!”
동수는 눈물을 흘리며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1979년, 강원도 동해 바닷가 어느 마을에 동수네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 다. 동수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동수, 동진이, 그리고 막내 동숙이 다섯 식구입니다. 동수는 4학년, 동진이는 2학년, 동숙이는 여섯 살입니다. 동수 아버지는 어부입니다. 다른 어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면 물고기를 한 배 가득 싣고 오는데, 배 주인에게 절반은 주어야 해서 어부들에게 돌아가는 양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동수 어머니는 텃밭에서 농사를 짓지만 동수네 살림은 다섯 식구가 살아가기에 빠듯했습니다.

 

“콜록콜록 쒜쒜.” 어느 날 밤, 둘째 동진이가 잠을 자다 기침을 심하게 했습니다. “엄마, 숨을 못 쉬겠어. 가슴이 답답해.” 동진이가 괴로워하자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버지를 깨웠습니다. “여보, 어쩌면 좋아요? 우리 동진이 얼굴이 빨개졌어요.” “따뜻한 보리차라도 마시게 해봅시다.”

아버지가 보리차를 끓여 동진이에게 주었지만 동진이의 기침은 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날이 밝자마자 동진이를 업고 윗마을에 사시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동진이가 천식이 있다고 하 시면서 약을 지어주었습니다. 동진이는 약을 먹으면 기침을 조금 덜 하다 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기침을 심하게 했습니다.
“여보, 동진이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어요.”
“병원비가 어디 있다고 그래?”
“그렇다고 애를 이렇게 놔둘 수 없잖아요.”

 

동진이는 어려서부터 기침을 하느라 밤잠을 자주 설쳤습니다. 부모님은 동진이를 보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지만 치료비를 계속 마련할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을에는 병원이 한 곳뿐입니다. 병원이라기보다 서울에서 퇴직하고 오신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소일거리 삼아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약을 지어주는 곳입니다. 동수 아버지는 동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의사 선생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계십니까?”
“누구세요?”
의사 선생님의 아내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저는 아랫마을에 사는 박씨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의사 선생님이 제 아들을 치료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모님 집 지붕을 보니까 수리를 좀 해야겠는데 제가 해드려도 될까요?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태풍도 불어와서 물이 새지 않도록 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잖아도 바깥양반이 지붕을 수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차피 저희 집 지붕도 손봐야 하는데, 하는 김에 선생님 집 지붕도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감사하지만 미안해서 어쩌죠?”
며칠 후 의사 선생님이 도시에 간 날, 아버지는 의사 선생님 집 지붕을 말끔하게 수리해 놓았습니다.

 

“여보, 우리 집 지붕이 바뀌었네?”
저녁에 집에 돌아온 의사 선생님이 지붕을 보고 말했습니다.
“아, 그거요? 아랫마을 박씨라는 분이 해주셨어요.”
“박씨? 그 사람이 누군데?”
“저번에 당신이 그 집 아들 기침하는 거 봐주셨다면서요? 고맙다고 하면서 지붕을 고쳐주고 갔어요.”
“허 참, 그 사람 고맙네. 그러잖아도 사람 불러서 고치려고 했는데.”
그리고 얼마 후 의사 선생님이 뒷간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바닥에 쌓여 있던 똥이 치워져 있는 보았어요. “여보, 언제 뒷간 똥 펐나?”
“어제 오후에 박씨가 와서 자기 집 밭에 뿌릴 거름으로 쓴다고 퍼갔어요.”
“아, 그 지붕 고쳐준 이? 안 그래도 사람 불러서 치울 참이었는데.”
“참, 그리고 당신 드리라고 오징어도 가져왔어요.”
의사 선생님은 동수네 아버지가 무척 고마웠습니다.

 

어느 날 동수가 친구들과 싸움을 하다 돌에 맞아서 이마에 상처가 나고 무릎과 팔꿈치에 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동수를 데리고 의사 선생님 집으로 갔는데, 선생님이 아버지와 동수를 반가이 맞으며 말했습니다.
“어서 와요. 우리 집 지붕도 고쳐주고 뒷간도 퍼주고,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오징어도 잘 먹었어요.”
“별말씀을요. 아들 놈이 돌에 맞아서 좀 다쳤어요. 이 녀석이 맨날 사고만 쳐가지고….”
“어디 봅시다. 상처 난 곳은 연고를 바르면 되고 무릎 찢어진 곳은 꿰매야겠네요.”
의사 선생님은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꿰맨 뒤에 반창고를 발라주었습니다.
“이 약은 아침저녁으로 먹이세요. 그리고 병원비는 걱정 말아요. 애들이 아프 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며 하신 말에 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답했습니다.
“감사하긴요. 내가 더 고맙지.”

 

동수 아버지와 의사 선생님은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아버지는 선생님 집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살펴서 처리해주었고, 의사 선생님은 동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할 때와 동수네 가족이 아플 때마다 치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돌봐주었습니다. 꿰맨 자리가 아물어갈 무렵, 동수는 아버지와 의사 선생님 집으로 가다 문득 아버지께 죄송하고 고마워졌습니다. 이제는 친구들이 놀려도 부끄럽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수는 가는 길에 아버지 손을 꼭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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