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할아버지의 행복바이러스
농부할아버지의 행복바이러스
  • 유지은
  • 승인 2021.11.1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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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키즈마인드
이야기 보따리

옛날 그리스에 ‘티라’라는 아주머니가 다섯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았어요. 티라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느 부잣집에서 일하고 받은 돈으로 아이들과 겨우 생활했지요. 그런데 부잣집 주인 여자는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어요.
“티라! 오늘 음식 맛이 형편없었어. 그러니 오늘은 한 푼도 줄 수 없어.”
티라는 품삯을 받지 못하고 대문을 나섰어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 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어요. 티라는 혹시나 음식을 구할 수 있을까 하고 마을 변두리 밭으로 갔어요.
한참을 걷던 티라는 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 농부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할아버지는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티라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할아버지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고 계시네요.”
“허허허! 계절마다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소?”
“즐거운 일이라고요? 봄엔 꽃가루 때문에 간지럽고, 여름엔 더워서 숨 막히고, 가을엔 일이 너무 많고, 겨울엔 매서운 추위로 꼼짝을 못하는데요?”
티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할아버지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어요.
“봄에 씨 뿌리는 것보다 재밌는 일은 없지. 온갖 꽃들이 활짝 피면 아름답 거든. 여름이 되면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 더없이 기쁘다오. 가을에 곡식 을 거둬들이다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고, 겨울엔 눈이 내려 온 땅을 쉬게 해주니 더불어 푹 쉴 수 있어서 좋다오.”
티라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티라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
“아…. 오늘 일하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그럼 며칠 쉬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면 아이들이 행복해하겠구먼.”
“정말 그러네요. 늘 바쁘게 일을 하느라 놀아주지 못했는데 잘됐네요.”
티라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어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걱정거리가 없어지고 즐거움만 남았네요. 감사해요.”
“허허, 그렇다면 나도 고맙소. 우리 밭에는 다 수확하지 못한 당근과 감자 와 토마토가 많으니 원하면 가져가시오.”
집으로 향하는 티라의 두 팔에는 당근과 감자와 토마토가 한가득, 머릿 속에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생각에 즐거움이 한가득, 마음에는 할아버지를 향한 고마움으로 가득 찼어요. 할아버지를 만나 티라에게 없던 새로운 마음이 가득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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