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진이 일어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준비해주시다
[오피니언] 지진이 일어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준비해주시다
  • 글 | 이한솔(아이티, 기쁜소식레카이교회 선교사)
  • 승인 2021.11.1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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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기쁜소식
선교지 이야기 | 아이티 _2회

대통령이 암살당할 정도로 치안이 악화되고 규모 7.2의 강진까지 발생해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아이티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한솔 선교사. 지난 호에는 갱단의 총격에서 생명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간증하였는데, 이번 호에는 강진 속에서 교회와 성도를 위해 신실하게 일하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한다.

 

내가 애틀랜타에 있던 8월 14일, 아이티에 진도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내가 복음을 전하고 있는 레카이라는 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우리 교회도 예배당 지붕이 그대로 내려앉고 벽이 무너졌으며, 남은 건물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일그러지고 곳곳에 균열이 갔다. 교회에 사는 식구들만 20명이 넘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지진이 나던 날 행사 준비로 모두 야외에 나가 있어서 한 사람도 다치지 않게 하나님이 이끌어 내고 지켜주셨다. 
 
죽음 앞에 섰던 성도들 마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음이 더욱 빛났다
교회가 걱정되어 곧바로 아이티행 비행기 티켓을 사서 레카이로 들어갔다. 아이티에서 나올 때는 무장 강도들의 무차별 총격을 받은 일로 내 마음에 절망과 근심이 가득했는데, 미국에서 하나님의 종을 만나 말씀을 듣고 아이티로 다시 돌아가는 내 마음에는 신기하게도 절망과 근심이 말끔히 사라지고 평안과 소망이 가득했다. 박옥수 목사님이 전해 주신 ‘어려움 뒤에는 항상 하나님의 축복이 있다.’라는 말씀과 사도행전 28장 말씀이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을 통해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렸고, 또한 하나님께서 아이티에도 그렇게 일하시겠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큰 힘이 되었다.
비행기 위에서 본 레카이는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곳곳이 무너지고 폐허가 되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성도들의 집을 한 곳 한 곳 방문하기 시작했다. 여러 성도의 집이 무너져서 길거리에 나앉아 비도 피할 곳 없는 마당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는 너무 반가워하고 고마워했다. 성도들은 놀랍게도 한 명도 절망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았고, 지진에서 살아남은 것보다 자신들이 죄와 멸망에서 구원받은 은혜를 더 감사해했다. 죽음 앞에 섰던 성도들 마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음이 더욱 빛났고, 그들을 구원해 주신 주님에 대한 감사의 간증이 끊이질 않아 덩달아 내 마음도 뜨거워졌다. 마음 안에 세상 것들이 무너지니까 하늘의 것들이 충만해지고, 육신이 살던 집은 무너졌지만, 성도들의 마음에는 복음과 하나님이 더 견고하게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100명이 넘는 성도 중 단 한 명도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이 손길로 감싸 지켜주신 은혜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기적’이었다. 이제 복음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드리고 싶다는 성도들을 만나는 일은,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세밀하게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이티 지진 소식을 듣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많은 분이 구호금을 보내주셔서 우리는 발 빠르게 성도들의 임시 거처를 지을 수 있었다. 총 26가구를 도왔고, 구호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한 부분 한 부분 세밀하게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이티는 최근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치안이 더욱 안 좋아졌고, 달러가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은행에서는 외화를 하루 200달러만 찾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지진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생필품과 자재를 사기 위한 돈을 찾으러 은행으로 몰려들었고, 출금 제한 때문에 겨우 200달러를 찾기 위해서는 온종일 은행에서 줄을 서 있어야 했다. 당장 구호와 교회 복구공사를 위해 필요한 물품과 자재를 사야 하는데, 이런 제약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미리 아신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앞서 준비해두신 것들을 보여 주셨다.
작년에 한 성도의 소개로 은행 부지점장을 만나 복음을 전했는데 그분이 구원받으셨다. 평소 성경에 관심이 많던 분이라 구원받고 무척 기뻐하셨다. 은행 일이 일찍 끝나는 토요일 오후마다 가족들과 같이 성경공부를 하면서 아내도 구원을 확신해 큰 기쁨이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부지점장의 도움으로 우리는 줄도 서지 않고 곧바로 지점장 사무실로 들어가 은행에서 제한한 금액과 상관없이 필요한 돈을 찾을 수 있어 우리는 신속하게 형제 자매들 구호와 교회 복구를 할 수 있었다. 

교회와 성도들의 집까지 물을 제공해 주신 사장님
또한, 가뜩이나 수도시설이 열악한데 지진까지 오자 물이 아주 귀해졌다. 지진으로 많은 우물도 파손되고 지하수가 오염되다 보니 수인성 질병에 노출되어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교회에 사는 식구가 많아 물도 많이 필요했는데, 물 또한 하나님이 미리 준비해 놓고 계셨다.
재작년에 한 형제가 ‘Water for Life 생명의 물’이라는, 아이티 내의 우물을 파주는 업체에 취직하면서 내게 사장님을 소개해 주었다. 두 시간가량 말씀을 나누면서 복음을 전했는데, 사장님이 구원을 확신하고는 감격해 하면서 회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성경공부를 해달라고 하셔서 2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회사가 교회와 거리와 멀어서 직원들이 예배에 올 수는 없었지만 2년 동안 성경공부를 하는 동안 전 직원이 구원받으면서 간증이 달라지고, 그들이 복음을 전하면서 회사가 달라졌다.
교회가 무너져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사장님은 최우선으로 우리에게 물을 제공해 주셨고, 항상 물이 떨어지기 전에 다시 물을 채워주셨다. 게다가 지진 피해를 본 성도들의 집에까지 물을 공급해 주셔서 깨끗하고 좋은 물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 날씨는 덥고, 전기가 없어 선풍기도 못 돌리고, 교회와 성도들 집을 복구하는 일로 온종일 땀범벅이 되는데, 저녁이면 샤워할 수 있는 물을 주셔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귀하디귀한 물을 받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아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걸 준비하셨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세심한 하나님의 손길이 감사해 눈물이 많이 났다. ‘그래서 박 목사님이 이런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면 사하라 사막이나 남극에서라도 살 수 있겠다고 말씀하시곤 했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다.

이곳에 예배당 짓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 같다
지진 후 PP지 한 장만 둘러친 임시대피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장소가 도시 외곽에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도가 예배를 올 수 없어서 새로운 예배당을 두고 기도했다. 지진의 여파로 이틀에 한 번꼴로 계속해서 여진이 왔고, 대부분 집이 금이 가거나 무너져 새로운 예배당을 구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지진이 날 걸 미리 아시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하신 하나님이 새로운 예배당을 구하는 일도 도우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새 예배당을 주셨다. 기존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위치도 아주 좋았고, 전 예배당보다 3배나 넓은 마당이 있어 교회 건물로는 참 좋았다. 이번 지진의 여파로 외부 담장이 몇 군데 무너지긴 했지만, 건물은 금 하나 가지 않았을 만큼 튼튼했고, 가격도 저렴해 우리가 사용하기에 딱 좋았다.
단 하나의 단점은, 예배 장소로 쓰려는 마당에 ‘팔미스’라는, 아이티를 상징하는 나무가 서 있는 것이었다. 아이티 사람들은 집 마당에 심은 오래된 나무를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어, 주인은 ‘모든 곳을 사용해도 되지만 그 나무는 베면 안 된다.’고 하였다. 예배당 한가운데 나무가 있어 보기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만한 장소가 없었기에 집을 계약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집 주인과 다시 세부 사항을 의논하기 위해 건물로 찾아갔는데, 세상에! 그 거대한 나무를 누가 딱 베어 놓았다. 간밤에 무너진 담으로 누군가가 들어와 나무를 베어 놓은 것이다. 집주인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고 당황해하다가 “허허” 하고 웃으면서 ‘하나님이 당신들이 이곳에 예배당 짓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 같다.’며 마음껏 마당을 사용하라고 하는데, 이런 것까지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정말 감사했다.
하루에 8시간씩 주유소에서 줄을 서고 기다렸지만 예배당 공사를 하고 집을 수리하는 와중에도 여러 어려움과 문제들이 있었다. 도시에 3주간이나 기름이 동나는 바람에 식료품과 자재 값이 폭등했고, 돈을 주고도 기름을 구할 수가 없다 보니 공사를 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발전기나 자재를 나르기 위한 차량 운행 등 모든 부분에 차질이 생겼다. 기름을 구하기 위해 며칠 동안 하루에 8시간씩 주유소에서 줄을 서고 기다렸지만, 주유소 직원들은 얼마 안 되는 기름을 지인들에게만 제공했고, 그들은 그것을 길거리에서 5배로 팔아 이익 중 일부를 다시 직원들에게 되돌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아무리 줄을 서서 기다려도 기름을 구할 수가 없었다.

“주유소에도 없는 기름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 말씀을 전할 일이 있어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다가 여관 같은 호텔을 알았고, 로비에서 와이파이를 빌려 말씀을 전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말로 설교하는 것을 본 호텔 사장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내 간증을 듣더니 마음을 활짝 열면서 기름 5갤런을 공짜로 주셨다. 마침 그날은 우리도 기름이 다 떨어져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작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 놀라 “주유소에도 없는 기름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자신은 호텔뿐만 아니라 렌터카 회사도 운영하고 있는데, 렌터카를 하다 보니 기름이 조금 여유가 있다면서 복음의 일 하는 데 쓰라고 했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덕분에 공사가 중단되어야 할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고, 거의 두 달 만에 구호 작업과 예배당 공사를 완료하고 새로운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처음으로 새 예배당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는 주일 아침에는 감격에 겨운 성도들의 간증이 끊이질 않았고, 새로운 이웃들이 많이 찾아와 매일 복음을 전했다. 성도들 또한 개인적으로 복음을 많이 전하다 보니 예배 시간이 그렇게 행복하고 기쁠 수가 없었다.

“당신은 내게 가장 좋은 집을 선물해줬습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우리를 도운 호텔 사장님이 구원받으신 일이다. 사장님에게 성경 말씀을 한번 나누고 싶다고 했더니, 본인이 하는 사업이 많아서 저녁 10시나 되어야 시간이 된다고 하여 늦은 시간에 만났다. 사장님은 이미 술을 한 잔 거나하게 하셔서 교제하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날 밤 구원받으셨다. 내가 보여준 성경 구절을 하나하나 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내며 자신이 의로워졌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리고는 다음 날 또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고 해서 다시 찾아갔는데, 그날은 말끔한 정신으로 말씀을 진지하게 들으셨다. 한 번 더 자세히 복음을 전하자 마음에 더욱 분명하게 확신하고 기뻐하셨다.
자신은 레카이시에서 가장 큰 저택을 갖고 있고, 개인 집도 두 채, 회사도 두 개나 있어서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을 살았는데, 이혼하고 자녀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마음이 외롭고, 최근 치안은 안 좋은데 재산 때문에 늘 위험을 느끼면서 공황장애까지 오자 불안한 마음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말씀을 듣고 너무 평안한 마음으로 잠을 잤다며, “이제 나에게는 영원한 집이 생겼습니다. 당신은 내게 가장 좋은 집을 선물해줬습니다.”라고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사장님은 호텔 직원들을 불러 ‘여러분도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라’며 전도하셨는데, 호텔 총지배인이 그날 저녁에 구원받았다. 그때부터 온 마음으로 나를 섬겨주셨고 저녁 식사 때마다 초대해 음식을 대접해 주셨다. 두 달 동안 아내도 없이 구호 현장에서 생활하다 보니 체중이 12킬로그램이나 빠지고 몸이 많이 안 좋아져 있었는데, 저녁마다 호텔에서 음식 대접을 받으며 차츰차츰 기력이 회복되어갔다.
그리고 수도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갈 때는 비행기가 이른 새벽에 출발해 일찍 나가야 했는데도 차가 없는 나를 위해 “하나님의 종이 가시는데 내가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며 가장 좋은 차로 공항까지 직접 바래다주었다.

최근 두 달간 감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
모기들이 극성이라 잠도 잘 못 자고, 이틀에 한 번꼴로 여진이 와서 자다가도 화들짝 놀라 주민들과 같이 마당에서 밤을 새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배탈이 나서 몇 날 며칠 누워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나는 최근 두 달간이 감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손길을 진하게 느꼈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복음을 전하면서 가장 행복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성도들도 복음으로 마음이 하나가 되면서 복음의 역사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 참 소망스럽다.
사도 바울은 배가 난파당하고 바다에서 구원을 얻었지만, 다시 독사에게 물리는 시련을 만났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독사를 떨쳐버리고 담대히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했는데, 사도 바울에게 일하신 하나님이 오늘날 내게도 살아 역사하시는 것이 감격스럽다.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해주신 종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나님이 아이티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티는 무정부 상태에다 수십 개의 갱단이 매일 납치와 방화와 살인을 일삼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에서 사느냐고 묻지만, 나는 이곳에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하나님이 아이티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죄로 말미암아 형편없는 삶을 살던 나 같은 인생을 구원해 주시고,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복음의 일을 맡겨주신 주님 앞에 한없이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아이티를 위해 기도해 주신 하나님의 종과 교회 앞에, 마음으로 후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성도들 앞에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곳에 주님께서 어떤 놀라운 복음의 역사를 일으켜 주실지 기대가 되고 정말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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