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크리스마스 공연, 온 유럽에 복음의 길 열다
[라이프] 크리스마스 공연, 온 유럽에 복음의 길 열다
  • 글 | 오영신(독일, 기쁜소식프랑크푸르트교회 선교사)
  • 승인 2021.11.28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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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11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40개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순회공연을 하며 복음을 전했다. 도시마다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CLF도 열면서 목회자들이 복음 앞에 한마음이 되는 것을 보았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립싱크로 해 보라.’ 하신 하나님의 종의 말씀 한마디가 광야 같은 유럽에 복음의 길을 열었다.

‘동유럽 여러 나라에는 
언제 누가 가서 복음을 전할까?’

2016년 초, 루마니아에 일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루마니아는 땅이 넓었다. 중앙에 큰 산들이 뻗어 있고, 산 주위에 여러 작은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잘 보였다. 갑자기 ‘이 많은 마을에는 누가 가서 복음을 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동유럽의 나라들이 떠올랐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많은 나라가 동유럽에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동유럽에는 관심 없이 살았는데 ‘동유럽 여러 나라에는 언제 누가 가서 복음을 전할까?’ 하고 생각했다. 문득 알바니아가 떠올랐다. 나는 한 번도 알바니아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그곳에 교회 청년들을 한번 보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루마니아에서 일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왔다. 하루는 교회에 청년 형제 한 명이 독일어를 너무 못해서 이민국에서 더 이상 비자를 주지 않는다고 하여 3개월간 한국에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형제에게 ‘차라리 3개월간 알바니아에 무전전도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혼자 보낼 수 없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한 형제가 독일에 살고 싶다고 왔기에 두 사람을 알바니아에 보냈다. 그들은 3개월 동안 고생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한 교회에 머물렀다.

마음이 낮고 순수한 알바니아 젊은이들
해마다 독일에 단기선교사들이 오는데, 대부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온다. 독일은 비자를 아주 잘 주는 편이라 대사관에서 한 번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해에는 무슨 이유인지 7명 정도가 무더기로 비자를 거부당해서 무비자로 독일에 왔다. 그러다 보니 독일에 3개월 이상 머물 수 없어서 유럽연합 EU에 속하지 않은 나라로 가야만 했다. 학생들을 어느 나라로 보낼지 생각하다가 알바니아가 생각나 무전전도여행 중인 형제들에게 ‘우리가 갈 테니 집회를 준비하라’고 말하고 단기선교사들과 함께 알바니아로 출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알바니아까지 거리는 2천 킬로미터가 조금 못 되었다. 가는 길에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를 지나서 출발한 지 이틀 뒤에 알바니아에 도착했다. 독일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서유럽 국가들과 많이 비교되었다. 모든 면에 열악한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알바니아는 동유럽 국가 중에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얼마 전까지 공산국가였고, 지금은 국교가 이슬람교였다. 수도 티라나를 지나서 형제들이 머무는 도시에 가니 그곳 역시 정말 열악했다. 청년들이 소망이 없어 보였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가까운 그리스에 가서 돈을 버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독일은 멀어서 올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알바니아에 빨리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일주일간 대학교에서 행사도 하고 교회에서 집회도 했다. 행사를 마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서 알바니아를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웠다. 학생들이 강연과 말씀을 집중하여 듣는 모습이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는 미국에서 10년, 독일에서 10년을 살았다. 잘사는 나라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쉽지가 않은데 알바니아 젊은이들은 마음이 너무 낮고 순수했다. 뭐든지 들으려고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알바니아에 빨리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학생들을 모아서 단기선교사로 보내고, 성경을 가르쳐서 전 세계에 선교사로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하나님의 마음 같았다.

어떻게 립싱크로 공연할 수 있지?
독일에 돌아와서도 계속 알바니아가 생각났다. 알바니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몇 년 전 독일 월드캠프 때 박옥수 목사님이 ‘유럽에서는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립싱크로 해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모든 사역자가 ‘유럽은 음악의 본고장인데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직접 공연하면 모를까. 어떻게 립싱크로 공연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알바니아에서는 립싱크로 공연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알바니아에서 립싱크로 공연하자고 말하자 주변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이 일하시면 된다’는 마음이 들어서 발을 내디뎠다.
그해 유럽으로 온 단기선교사들을 다 독일에 모았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 중 1막 ‘예수 탄생’과 2막 뮤지컬 ‘안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연습했다. 우리는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었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셨다. 한국에서 전문 무용수인 김병조 형제가 와서 지도해 주면서 공연이 다듬어졌다.

기왕 발을 내딛는 것이라면 
우리가 시간과 공을 들여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연의 완성도도 아주 높아졌는데, 알바니아에서만 공연하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나라인 마케도니아에서도 공연하면 좋겠고, 또 그 옆 나라 불가리아에서도, 루마니아에서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헝가리에서도 해보자. 그럴 거면 독일에서도 하자, 기왕 발을 내딛는 것이라면 프랑스 파리에서도 해보자.’ 내 마음의 지경이 점점 넓어졌다. 그해 11월 우리는 9개 나라, 13개 도시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알바니아에서 첫 공연, 
하나님이 날씨를 붙드셨다

모든 도시에서 공연장을 구했는데 정작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는 장소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모든 공연장이 예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바니아에 있는 형제들에게 야외 경기장을 알아보라고 했다. 형제는 깜짝 놀라며 겨울에 어떻게 야외에서 공연하냐고 물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나님이 이 일을 기뻐하시고 우리를 도우신다’는 마음으로 결정했다. 마침 수도인 티라나 중심부에 축구장이 있어서 그곳을 대관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9인승 승합차 여러 대를 대여하여 50명가량이 나누어 타고 첫 번째 도시인 알바니아 티라나로 향했다.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실지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었다.
막상 알바니아에 도착하니 겨울이지만 지중해성 기후라서 많이 춥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나에게 와서 하늘을 보라고 했다. 사방이 온통 먹구름이었다. 일기예보에는 다음 날 비가 온다고 했다. 학생들이 비가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며 물었다. 나는 학생들의 연습을 중단시키고 모두 한곳에 모았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이야기하고, 하나님이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신다고 외쳤다. 그리고 다 같이 비가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했다.
공연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하나님이 하늘의 날씨를 붙드시는 것을 보았다. 비가 올 듯하면서도 오지 않다가 공연이 끝나기 10여 분을 남겨두고 조금씩 보슬비가 내렸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다. 학생들도 모두 연기를 아주 잘했다. 그들이 몸을 던져가며 댄스를 하고 공연하는 모습에 알바니아 시민들이 크게 감동하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은 모든 여정에서 도우셨다
순회공연 기간 거의 내내 사역자들이 차량을 운전했고 나도 운전을 많이 했다. 마케도니아 공연을 마치고 불가리아로 갈 때는 산을 넘어야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너무 위험했다. 순간순간 하나님을 찾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모든 여정에서 우리를 도우셨다. 가는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고 중간에 메시지를 전했다.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시민들을 볼 때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다.

한 달 넘게 온 유럽을 휩쓸고 다녔다
루마니아 공연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일찍 출발해 헝가리로 향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서 조심히 운전했다. 내 차 뒤로 여러 대의 차량이 따라왔다. 학생들은 전날 공연으로 피곤하여 모두 잠들어 있었다. 운전하면서 ‘나는 지금 운전하는 게 아니다. 나는 도로 공사 직원이다. 나는 지금 길을 닦고 있다.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길에 하나님이 복음의 길을 놓으실 것이다.’라는 마음이 들면서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모든 공연을 무사히 마친 후 나뿐 아니라 학생들과 사역자들과 유럽 성도 모두 하나님의 도우심에 기뻐하고 감사해했다. 2017년 겨울에는 26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2018년에는 33개 도시, 2019년에는 4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유럽에 약 20개 교회가 있는데, 교회가 없는 나라에도 과감하게 발을 내디뎠다. 버스를 빌려서 낮에는 공연하고 밤에는 약 5백 킬로미터가량을 이동해서 다음 도시로 갔다. 한 달 넘게 온 유럽을 휩쓸고 다녔다. 우리 마음도 점점 담대해졌다. 발걸음을 내디디는 만큼 하나님이 돕는 것을 보면서 이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믿지 못하고 한계 안에서 살아온 우리 모습 또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어떻게 예수님을 이야기했습니까?”
2019년 11월, 덴마크에서 처음 공연하던 날에는 기독교연합 대표 목사가 CLF에 참석해 말씀을 듣고 공연을 보았다. ‘덴마크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수님의 피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우리가 담대하게 예수님의 피를 외치는 모습에 감동하고 돌아갔다.
특히 아직 교회가 없는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처음 공연하러 들어갈 때는 정말 가슴이 뛰었다. 2천 년 전 마케도니아 사람들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라고 하여 사도 바울이 건너가서 복음을 전했던 곳이 바로 그리스였다. 2천 년 만에 우리가 다시 복음을 들고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는 큰 극장을 빌려서 공연하고 복음을 전했다. 이 소식을 듣고 주변 나라 목회자들이 깜짝 놀라서 내게 물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국민 40%가 이슬람교를 믿을 만큼 이슬람교가 강세인 나라인데, 어떻게 거기서 예수님을 이야기했냐?” 나는 대답했다. “모르고 했습니다.” 나는 그 나라가 이슬람 국가인 것을 몰랐다. 우리가 알고 한 것들보다 모르고 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신실하게 우리를 이끄셨다고 간증할 수밖에 없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스페인 목회자들
선교회에서 2017년에 시작한 기독교지도자연합 CLF 모임을 통해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았다. 유럽에서도 2019년부터는 공연하는 도시마다 먼저 목회자들을 초청했다. 우리 선교회를 소개하고, 복음을 전하고, 함께 일하자고 요청했다. 우리가 전한 말씀과 공연, 그리고 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유럽 목회자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일할 수 있냐?’며 놀라워했다. 여러 나라 목회자가 기뻐하고 기꺼이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공연할 때는 30여 명의 목회자가 참석했다. 그들 앞에서 간증하고 복음을 전하며 ‘우리 함께 복음을 위해 살자’고 말했다. 그날 목회자들의 반응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내가 복음을 위해서 태어났구나’
작은 발걸음이지만 온 유럽을 뛰어다녔다. 모든 것을 잊고 복음과 함께하는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기뻤다. 때로는 ‘내가 복음을 위해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런 목사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선교회 안에서 보고 듣고 때로는 꾸중들으며 배우고 살아온 시간이, 이 세상에서는 어둠 속의 강렬한 빛이 되었다. 우리는 다만 선교회와 앞선 하나님의 종들이 이끄는 대로 발을 디뎌 나갈 뿐인데 가는 곳마다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이 놀랍다.

약속대로 온 유럽을 복음으로
어느덧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에 교회가 개척되어 젊은 선교사 부부가 있다. 2020년 2월, 다시 알바니아를 방문했다. CLF에 참석했던 목회자의 도움으로 티라나시 시장님을 만났다. 시장실에 가서 바로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이야기했다. 
“시장님, 알바니아 청소년을 위해 큰 기독교 행사를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시장님이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는 곧 승낙하셨다. 그리고 티라나 시장 명의로 박옥수 목사님을 정식 초청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알바니아는 비록 가난한 이슬람 국가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독교 국가로 바뀌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머지않아 하나님의 약속대로 온 유럽이 복음으로 덮일 것이다. 이 약속 안에 나를 두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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