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만 원
[라이프]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만 원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1.11.04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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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_262 | 박옥수 목사 간증

 

 

성경에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편이나 조건만 놓고 보면 다윗이 결코 골리앗을 당할 수 없다. 다윗이 이길 수 있었던 조건은 단 하나,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내가 구원받은 지 60년이 다 되었다. 지난 60년을 돌아보면,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셨는데도 하나님이 보이지 않아, 어려운 형편이나 환경이 나를 눌러올 때 거기에 눌리곤 했다. 그러다가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당하면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하나님을 의지했을 때 하나님이 놀랍게 내 앞에 길을 여시고 도우시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 형편이나 조건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다윗과 골리앗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골리앗은 키가 3미터 가까이 되고, 그의 창자루는 베틀채 같았다. 그가 창을 한 번 크게 휘두르면 사람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그런 유명한 장수였다. 우리 눈에는 그러한 면들이 크고 위대하게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더 크신 분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싸운다면 골리앗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가지면,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하나님의 힘이 바로 역사하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다. 골리앗은 창과 단창과 자신의 힘을 의지하고 나아왔고, 다윗은 하나님을 믿었다. 싸움은 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내가 인간을 의지하느냐, 하나님을 의지하느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나는 구원받은 후 많은 싸움을 했다. 내 힘으로 싸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고 싸웠을 때 하나님이 일하셨다. 내가 압곡동에 갔을 때, 거창 장팔리에 갔을 때, 군대에 갔을 때, 제대하고 김천에서 일할 때, 대구에 가서 일할 때, 나는 항상 망해야 했고 안 되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내가 믿음이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걸음을 내디딜 때 나를 도우신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나는 이 문제를 감당할 만한 힘이 없어. 그러나 하나님이 나와 같이 계셔.’ 하였다. 

그 형제는 내 발 사이즈를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에
나는 김천에서 지내던 1971년에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에, 장인은 세상을 떠나셔서 장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야 했다. 
그 일이 있기 전, 하루는 어느 집에 가서 말씀을 밤늦도록 전하고 그 집에서 자게 되었다. 그런데 자기 전에 발을 씻으려고 양말을 벗자 발바닥이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분명히 오늘 아침에 발을 씻었는데 발이 왜 이렇게 새까맣지?’ 하며 얼른 씻었다. 그 다음날도 발이 또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구두 밑창에 구멍이 나서 흙이 들어와 발이 새까매지는 것이었다. 나는 구두를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구두를 한 켤레 주십시오.”
기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소포가 왔다. 내가 장팔리교회에 있을 때 학생이었다가 장교로 군대에 간 형제가 보낸 것이었다. 소포에는 상자와 함께 형제가 쓴 편지가 있었다. 군대에서 장교들에게 ‘단화’라고 목이 짧은 구두를 지급하는데, 그것은 일반인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었다. 형제는 편지에 자기는 신던 단화가 있는데, 내가 생각나 새로 받은 단화를 보낸다면서 ‘내 발 사이즈를 몰라 맞을지 모르겠는데, 맞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뒤 소포 포장을 풀면서 ‘이 구두는 내 발에 딱 맞아.’라고 했다. 그 형제는 내 발 사이즈를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이다. 구두를 신어 보니 정말 딱 맞았다. 
그 구두를 신고 서울에 가서 장모님을 뵈었다. 장모님은 다른 것은 걱정하시지 않고 딸이 결혼해서 어렵게 살까봐 걱정이셨다. 장모님의 남동생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직장도 없이 어렵게 사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까봐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마지막에 장모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건가?”
“저는 지금까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이 도와주실 줄 믿습니다.”
“지금은 자네가 혼자 몸이지만 결혼하면 둘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면 셋이 되고 넷이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살겠는가?”
나는 장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하나님은 제 손이 몇 개인지 발이 몇 개인지 잘 아십니다. 제가 셔츠나 바지가 없어서 기도하면 하나를 주시지만, 장갑이나 양말이나 구두를 달라고 기도하면 한 짝만 주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제 발이 두 개인 것을 아시고, 손이 두 개인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저 혼자여서 저에게 필요한 것만 주시지만, 가족이 셋이 되고 넷이 되면 하나님이 그에 맞추어 주실 줄 믿습니다.”
장모님이 내가 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결혼을 승낙하셨다. 

그 돈, 박옥수 목사 갖다줘라
얼마 후 나는 아내와 결혼했다. 결혼이란 정말 신비하고 묘하다. 나와 전혀 상관없던 사람이, 종종 다툴 때도 있지만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한번은 설을 앞두고 돈이 다 떨어졌다. 그때 장모님이 우리 집에 와 계셨다. 장모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많이 가져오셨고, 우리와 함께 지내면서 가지고 있던 돈도 다 쓰셨다. 나중에는 돌아갈 차비까지 써서 가시지도 못했다. 내일이면 설인데 집에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었다. 연탄도 없어서 불을 때지 못한 냉골에서 이불을 있는 대로 깔고 덮고 자려고 하는데, 누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 교회의 어떤 자매였다. 아내가 밖에서 그 자매와 한참 이야기하더니 들어와서 자매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자매는 경북대학교 교수로, 설을 앞두고 가족은 다 시댁으로 가고 자기는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 일을 마친 뒤 돌아와 집을 정리한 뒤, 밤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기도하려고 하면 마음속에서 자꾸 ‘그 돈, 박옥수 목사 갖다줘라’는 음성이 들렸다. 
‘하나님, 저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도하고 싶습니다. 내일 아침에 가져다주겠습니다. 저는 그 집도 모릅니다.’
‘아니, 지금 갖다줘라.’
기도하려고 하면 자꾸 그 마음이 올라와서 자매님이 돈을 봉투에 넣은 뒤 들고 집에서 나왔는데, 마침 우리 교회 형제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형제에게 우리 집이 어딘지 물어 찾아와서 내 아내에게 봉투를 건네주고 간 것이다. 
봉투를 열어 보니 안에 1만 원이 들어 있었다. 만 원짜리 지폐가 처음 나왔던 때로, 그때 만 원은 지금 1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우리는 가게로 갔다. 닫혀 있는 가게 문들을 두드려 들어가서 먹을 것들을 샀다. 장모님이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보고 우셨다. 

이제 나는 나이가 많고 늙었지만 하나님이 도우셔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시는 것이 너무 놀랍다. 지난 60년 동안 하나님이 늘 우리를 돕고 축복하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지금도 하나님이 우리를 돕고 지키신다. 그 하나님을 믿을 때 하나님이 우리 속에 살아서 일하실 줄 확실히 믿는다. 성경에 둥지에서 알이나 새끼를 품고 있는 새는 놓아 자유케 하라고 말씀한 것처럼, 나에게 많은 고난과 환난이 찾아왔지만 내가 거기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지키시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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