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욱이의 선물
상욱이의 선물
  • 김신용
  • 승인 2022.02.2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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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상욱이 엄마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상욱이는 엄마의 생일 선물을 머랭쿠기로 정했습니다. 케이크를 살 돈은 없어서 머랭쿠키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퇴근하시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길 건너에 있는 제과점에 갔습니다.

 

“이거 두 개 얼마예요?”
상욱이는 머랭쿠키 중에서 딸기 맛과 레몬 맛 두 가지를 골랐습니다. “한 상자에 3,400원이니까 6,800원입니다.”
“포장해주나요?”
“선물할 건가요?”`
“네. 생일 선물요.” 
“원래 만 원 이하는 안 해주는데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고 선물할 거니까 특별히 해줄게요.” 
점원 누나가 상냥하게 말하며 예쁜 포장지를 꺼냈습니다.
사실 상욱이는 올해에는 엄마에 게 선물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습니 다. 며칠 전에 엄마가 상욱이에게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꼭 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상욱이가 귀찮고 불편해서 안 쓰겠다고 하며 계속 말대꾸하다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편치 않은 마음이 남아 있는 상욱이는 엄마에게 선물을 드리기가 
어색해서 올해 생일은 그냥 지나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 다. 그런데 점심 때 아빠에게 서 ‘오늘 저녁에 엄마 생일 파티 할 거니까 작은 선물을 준비하렴.’ 
하고 문자 메시지가 온 것입니다. 
상욱이는 제과점을 나와 쿠키 상자가 든 봉투를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 힘껏 페달을 밟았습니다.  
‘엄마가 또 헬멧 이야기하시면서 잔소리하실 지도 몰라.’ 
내심 걱정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상욱이의 얼굴에 부딪히는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그늘진 골목길을 돌아가는데, 길바닥에 살얼음이 얼어있었는지 자전거 앞바퀴가 휙 돌아가며 상욱이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습니다. 상욱이는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무릎과 팔꿈치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지만 꾹 참았습니다. 자전거 바퀴 밑에는 쿠키 상자가 포장지가 찢어진 채로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아, 선물 어떡해.”
그때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상욱이에게 다가와 다친 곳을 살피시더니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며 상욱이를 일으켜 동네 병원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상욱이에게 엄마 전화번호를 물으셨습 니다.  
“아저씨, 엄마한테 전화 안 하셔도 돼요. 저 괜찮아요. 치료받고 집에 갈게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치료받으려면 엄마께 말씀드려야 하니까 얼른 알려줘.”
상욱이는 엄마가 오셔서 화를 내실까 봐 전화번호를 말하기가 싫었지만 아저씨가 다그치셔서 할 수 없이 말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시는 상욱이 엄마가 아저씨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상욱이 엄마는 상욱이를 보시자마자 꼭 안아주셨습니다.  
“많이 놀랐지? 어떻게 하다 다쳤어?” 
상욱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아저씨가 대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졌나 봐요. 머리 쪽에 피도 흐르고 해서 급히 병원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가 타던 자전거는 골목길 모퉁이에 세워놨으니 가져가세요. 
어머니가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상욱이 엄마는 아저씨께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상욱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이마가 좀 찢어져서 꿰맸고, 무릎과 팔꿈치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네요.” 이번엔 의사 선생님이 상욱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너 앞으로는 자전거 탈 때 헬멧을 쓰거라. 헬멧만 썼어도 이마는 안 다쳤을 거야.” 치료를 마치고 상욱이 엄마와 상욱이를 번갈아 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가시고 내일모레 한 번 더 병원에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상욱이는 엄마와 함께 병원을 나섰습니다.
“엄마, 죄송해요. 앞으로는 꼭 쓸게요.”
상욱이 엄마는 상욱이를 보고 싱긋 웃으셨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상욱이 엄마는 상욱이를 침대에 눕게 하고 이불을 덮어주셨습니다. 
“좀 누워 있어. 엄마가 얼른 저녁 차릴게.”
“오늘 엄마 생일이라 선물을 준비했는데 못 드리게 됐어 요. 머랭쿠키 드리려 했는데….” 
“괜찮아. 엄마는 상욱이가 많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불고기 먹고 싶어요.” 
“그래, 오늘은 불고기 맛있게 해서 먹자.”

 

잠시 후 상욱이 아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생일이어서 일찍 퇴근하신 것입니다. 아빠는 상욱 이 방에 오셔서 다친 곳을 살펴보시고는 나가서 파티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식탁에는 맛있는 반찬들과 불고기, 그리고 아주 예쁜 초코케이크가 놓여 있었습니다. 
“상욱아, 촛불을 켜고 아빠랑 노래하자.”
상욱이는 팔꿈치가 아팠지만 박수를 치며 아빠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상욱이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상욱이 엄마가 촛불을 끄자 상욱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내년에는 좋은 선물을 드릴게요.”
“선물 안 줘도 돼. 우리 상욱이가 엄마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어주는 게 선물이니까. 사랑한다, 아들.”
창가에는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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