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목동 다윗을 지키신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일하신다
[라이프] 목동 다윗을 지키신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일하신다
  • 글 | 이태화, 전지원(기쁜소식강남교회)
  • 승인 2022.05.13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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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기쁜소식
보배와 질그릇

어느 날 딸에게 찾아온 백혈병이라는 형편은 무서운 곰 같고 사자 같았다. 하지만 어린 목동 다윗을 곰과 사자로부터 지키신 주님이 우리와도 함께 계시기에, 오늘도 우리는 소망을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부모님은 함경북도가 고향인 실향민이셨다. 나는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 10년 만에 얻은 자식이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던 부모님은, 20년 넘게 명절 때마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음식을 대접하며 그 그리움을 달래셨다. 나는 그런 부모님이 존경스러웠고, ‘공부라도 잘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교사가 되려고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하였다.
대학만 입학하면 자유롭고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직후 한 달 사이 체중이 많이 빠지고 잔기침이 나와 교내 보건소에 들렀다가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9개월 동안 매일 아침 여러 알의 약을 먹고, 두 달 동안 날마다 항생제 주사를 맞으며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어서 교내를 방황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에도 백화점 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에는 학원에 다닌 것이 몸에 무리가 된 것 같았다.
내 마음이 무너졌을 때 한 친구가 성경공부를 해보자며 대학성경모임에 초청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일대일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창세기를 공부하던 중,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면서 “네가 어디 있느냐?”(창 3:9)라고 하신 말씀이 마치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또 창조주 하나님은 아담을 위해 만드신 여자가 뱀에게 속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를 줄 아셨지만, 피조물인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자유의지를 주시고 당신과 인격적인 관계를 갖길 원하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나와 하나님이 아무 상관없다고 여겼는데, 나를 간절히 찾으며 기다리셨던 주님의 마음을 만나며 그날 후로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님의 사랑이 감사해서 나도 성경모임과 함께했다. 매주 성경공부를 하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4학년 2학기가 되어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하나님을 섬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경모임에서는 나를 선교의 길로 인도했다. 부모님은 자식이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직장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셨고, 나 역시 부모님을 두고 선교를 하러 간다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나는 모임을 탈퇴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날아갈 듯이 기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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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면서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보수적 가풍이 강한 집안의 장남으로, 기독교 신앙에는 관심이 없었다. 결혼 후 나의 목표는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빨리 낳아 잘 키워서 대학에 잘 보내고, 자녀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회사를 쉬고 미국 시애틀로 연수를 가겠다고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시점에 연수를 간다는 것이 탐탁지 않고, 친정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어머니를 도와 간병하고 있던 터라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3개월 뒤 두 딸과 함께 남편을 따라갔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형편을 생각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
두 딸이 시애틀에서 입학한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둘째 아이의 한국인 친구 엄마를 알게 되었다. 그의 소개로 기쁜소식타코마교회에 나가고, LA 수양회에도 참석해 복음을 들었다. 내 모든 죄가 예수님의 피로 다 씻어졌다는 말씀을 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생소하게 들렸다. 나는 미국에 가기 전까지 감리교회에 다니면서 ‘우리 원죄는 씻겼지만, 자범죄는 남아 있다’고 배우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애틀교회 사모님은 ‘미국까지 와서 복음을 들은 것은 너무 귀한 일’이라며, 지금은 모르지만 하나님이 우리 가족 한 명 한 명을 구원할 것이라고 하셨다.
시애틀 연수를 마치고 2005년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수양회에 참석하여 다시 복음을 들었다. 히브리서 10장 10절의 “이 뜻을 좇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 말씀을 들으며 구원을 확신했다. ‘내가 아무리 각오하고 결심해도 죄를 안 지을 수 없는데, 예수님이 나의 모든 죄를 다 씻으시고 도말하셨구나. 그럼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나의 모든 죄를 단번에 씻으신 주님을 받아들이고 믿기만 하면 되는구나. 이것이 의롭게 되는 과정이구나. 이것이 구원이구나.’ 죄 사함을 받으니 날아갈 듯이 기쁘고 기뻤다. 나를 구원하려고 먼 나라까지 보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정말 감사했다.
구원받은 후 편찮으신 아버지께 먼저 복음을 전했다. 아버지도 구원받고 2005년 10월에 평안히 눈을 감으셨다. 어머니도 수양회와 집회에 참석해 구원받고 2011년 6월에 소천하셨다. 부모님이 구원받고 하늘나라에 가신 것을 생각하면 다른 무엇보다 정말 감사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인도받고 싶었다
귀국 후 나는 줄곧 중고생 영어 과외 강사로 일했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면서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남편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수년 동안 의논도 없이 시댁과 동생들의 학비 등을 지원했고, 남편과 갈등은 깊어갔다. 남편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와 의견이 다른 일로 큰소리로 다투는 등 갈등이 계속 이어졌다.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생긴 성격 차이는 아이들을 대학에 보낸 후까지도 이어져 더 이상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교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수백 번 이혼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말 좋은 엄마로, 남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아내로 열심히 살아온 것이 다 소용이 없구나.’ 싶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터에 상가 주택을 지으면서 일은 더 커졌다. 시공을 맡긴 건설업체가 일을 잘못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우울증과 강박증이 생겼다. ‘남편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사 비용을 내가 다 감당하며 진행했는데 일이 잘못되니까 남편이 더 미웠다. 수시로 교회에 찾아가 교제했지만 내 생각이 더 크니 어려운 형편을 이길 수 없었다. 내 판단을 믿고 산 결과는 혹독했다. 이제는 내가 일하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인도받는 삶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 중 누구보다 건강한 큰딸이 백혈병이라니…
2020년 6월 경이었다. 스물다섯 살 큰딸이 운동 후에 쓰러지더니, 계속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며 주말 내내 자고, 어느 날은 배가 부어오르고 통증까지 생겼다. 집 근처 병원에서 피검사를 받고, 결과가 좋지 않아 바로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했는데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딸이 직장에 다니면서 저녁에는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느라 잠시 피곤해서 그럴 것으로 생각했을 뿐, 우리 가족 중에 운동을 제일 열심히 하고 하프마라톤도 뛰던 아이인데 백혈병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편과 나는 교대로 딸을 간병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울었다. ‘자고 일어나면 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형제 자매님들에게도 상황을 알리고 박옥수 목사님께도 기도를 부탁드렸다. 
딸은 미국 시애틀에 있을 때 주일학교에서 복음을 들었지만, 중학생이 된 후로는 교회와 마음이 멀어져 갔다. 나는 딸들이 복음을 들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교회와 하나님과 멀어진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딸의 백혈병을 계기로 ‘이제 다시 딸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통하는 딸에게 수시로 성경을 읽어주고, 기도해주었다. 

“이제는 죄가 없어요. 의로워졌어요”
딸은 수없이 링거 항암제를 맞고 약을 먹으며 구토를 반복하고 아파했다. 골수에도 암이 퍼져 있어 주기적으로 항암 주사를 맞는 날이면 통증과 가려움으로 너무 고통받았고, 그때마다 나는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4시간 동안 잡고 있으면서 계속 기도해주었다. 그조차도 할 수 없을 때에는 찬송가를 불러주었다.

“험한 십자가에 주가 흘린 피를 믿는 맘으로 바라보니
나를 용서하고 내 죄 사하시려 주가 흘리신 보혈일세”(13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455장)

아이 상태가 조금 호전된 시간대에는 성경을 계속 읽어주었고, 복음을 전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 53:5~6)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3~24) 
“지원아, 우리는 죄를 안 지으려고 해도 짓지 않을 수 없고, 죄를 씻으려고 해도 씻을 수 없어.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했어. 그래서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게 하셨어. 나와 너의 모든 죗값을 치르기 위해 돌아가신 거야. 우리 죄를 다 씻고 당신의 피로 우리 죄를 덮으신 예수님, 이 예수님을 구원자로 네 마음에 받아들이면 의로워지는 거야. 그래야 거룩하신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주님이 단번에 죄의 값을 지불해서 다 이루어놓으신 것을 믿으면 돼.” 

지원이는 “예수님이 나의 죄를 다 가져가셨으니 이제는 죄가 없어요. 의로워졌어요.”라고 했다. 큰딸은 주님의 은혜로 구원받았다. 나는 하늘을 나는 듯 기쁘고, 감사했다.
이어서 지원이에게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리라.”(히 10:14) 말씀을 더 설명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보혈로 깨끗해지고 거룩해진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어. 우리는 100년도 채 안 되는 시간계에 잠시 살다 가지만,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신 주님이 사시는 영원계에서 보면 너는 이미 다 나아서 온전해. 이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야. 지금은 눈에 보여도 언젠가는 사라질 현상이 아닌, 실상을 믿는 것이 믿음의 세계야. 그래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야. 우리 눈에 잠시 보이고 들리는 형편의 소리에 오늘 이 순간부터 마음을 내주지 말자. 사탄이 아픈 틈을 타 잠시라도 너에게 놀러오면 이제부터 이 말씀으로 반격하는 거야. 알았지?”
정말 감사하게도 아이는 구원받은 후 힘들 때마다 수없이 히브리서 말씀을 입술로 외쳤다. 아이의 마음에 힘이 생기고 마음이 밝아졌다. 그동안 계속 인터넷 블로그에 작성했던 백혈병 투병기에도 말씀과 기도문을 올리기 시작했다. 

예수님과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주님은 교회로 말미암아 히브리서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은혜도 입혀주셨다. 저녁마다 아이와 남편과 말씀을 돌아가며 읽고 기도하는 가정예배를 처음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의 기도를 생전 처음 들었다. “성경을 잘 모르고 그동안 관심도 없이 살아왔지만, 하나님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습니다.”라는 기도를 들으며 정말 감사했다. 남편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회사를 찾아다니며 여러 번 전직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세상일은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다고 여겼는데, 딸이 병에 걸려 어찌할 수 없자 마음이 무너진 남편의 고백이었다. 지원이의 투병이 투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전제품에 전선이 연결되어 있으면 전기가 들어와 저절로 일하는 것처럼 우리는 예수님과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우리 부부에게도 하나님이 일하실 것이 소망스러웠다. 지원이의 일은 육신의 부모인 우리가 감당할 수 없지만, 이 일이 예수님의 일이라는 믿음이 생기자 가족의 마음에 두려움과 불안이 걷히기 시작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골수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있는데, 백혈구 항원 11개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 이식받아야 치료가 된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둘째 딸이 지원이와 일치해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2021년 2월, 교회에 나오지 않던 남편과 지원이 여동생까지 온 식구가 교회 마당을 밟고 박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기도를 받았다. 예배에 처음 온 남편을 위해 박 목사님은 이사야와 로마서 말씀을 전해주시고 기도해 주셨다. 남편은 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목사님의 기도를 들은 후 교회를 향해 마음이 열려 감사했다.

우리에게 늘 새 힘을 부어주셨다
퇴원하고 몇 달 뒤 2021년 6월, 암이 재발해 다시 치료가 시작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동생에게 이식받은 피 세포에 암이 재발했기 때문에 다른 일치자를 찾아야 했는데, 국내 조혈모세포협회에는 일치자가 전무했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 찾아오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시 하나님의 종에게 나아갔다. 박 목사님은 교회 청년들을 연결해주셨다. 곧바로 조혈모세포협회 차량이 교회로 와서 부스를 설치했고, 27명의 청년이 공여를 위한 검사용 혈액 채취에 동참해 주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우리 가족에게 27명은 2,700명의 군사가 나아온 것처럼 큰 힘을 주었다. 입원 중인 딸아이에게 현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탄은 마치 우는 사자같이 또 우리를 삼키려 드는 것 같았지만 사탄의 어떤 꾀임에도 반격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교회 앞에 마음이 감사의 눈물로 채워졌다. 이식 전에 고도의 센 항암치료를 혼자 견뎌야 하는 아이를 위해 형제 자매들도 밤낮으로 기도해주셨다.
입원 치료가 4개월가량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헌혈량이 부족해 응급상황이 생겼다. 그때도 주님은 돕는 손길들을 허락해 주셔서 교회 청년들을 포함해 지인들과 친구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릴레이로 헌혈에 동참해주며 고비를 다 넘어가게 하셨다. 모든 분께 정말 감사했다.
딸은 박 목사님이 걸리셨을 때 하나님께 받으신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막 11:24)라는 말씀과 “아프지만 나았다”는 목사님의 간증을 힘입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연말에는 친구들을 크리스마스 영화에 초대하였다. 작년에는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올해는 감사하게도 집에서 항암제를 먹으며 1~2주에 한 번씩 병원치료를 받으러 다닐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사 40:31)라고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새 힘을 부어주셨다. 요즘은 딸이 걸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삶에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 기도해주신 형제 자매님들과 친지와 친구들, 딸의 직장 상사 분들과 동료 분들, 주치의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헌혈해 주시고 헌혈증을 보내주신 분들 등등 너무 감사하다.

복음의 기쁜소식을 전하실 것이 감사하다
박 목사님은 ‘주님께서 아이에게 특별한 병을 허락하신 것은 특별한 은혜를 입히시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때로는 형편이 무서운 곰 같고 사자 같을지라도 어린 목동 다윗을 지키고 인도하셨던 주님이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우리에게 일하길 원하신다’고 하시며 ‘지원이 입술에 간증을 달고 다니며 주님의 은혜를 드러낼 것’이라고 기도해주셨다. 이 기도는 녹음하여 수십 번 들으며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겨왔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9~20) 
나의 어떠한 모습에도 상관없이 집안 가운데 기도의 어미로 쓰시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며 말씀과 기도로 가족을 인도해가시는 주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린다. 딸의 생명을 붙드시고 지키시는 주님이 지원이가 살아 있는 간증이 되어 우리에게 맡기신 모든 가족과 친구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실 것이 감사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전해진 이 복음이 언젠가는 아버지의 형제 분들과 사촌들이 있는 북한에도 전하게 하실 것을 소망하며 기쁨 가운데 간증을 주님께 올린다.

 


딸 전지원 자매 간증

나는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에 다니다가 10여 년 전부터 나가지 않았다. 세상에 젖어 살면서 내 꿈은 남들보다 조금 더 잘사는 것이었다. 잘한다는 칭찬에 중독되어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취업하고 나서는 빠른 승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에게 ‘대단하다’고 할 때마다 겸손한 척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내 모습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이 있던 것도 아니고 주위에 이 병을 겪은 사람이 없었는데, 이 병이 나에게 찾아온 건 한순간이었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의사는 발병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는데, 내가 원인을 찾으려고 과거 식습관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동안 교회에 안 나가서 그런 건가?’ 하며 괜시리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백혈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죽는데 나도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입원하여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간과 췌장의 염증을 제거 후 독한 항암치료를 하면서 전신에 극심한 통증과 헛구역질에 시달렸다. 치료받는 것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을 때 어머니가 옆에서 읽어주는 성경과 찬송가가 점점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냥 시끄럽게만 들리던 말씀에 의지하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 
나는 늘 부족하고 연약하여 과거만이 아닌 미래에도 죄를 안 지으려고 해도 안 지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4)
나의 연약함과 죄를 위해 거룩하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셔서 2천 년 전에 이미 우리는 그 은혜로 의롭게 되었다고 하셨다. 마음이 점차 밝아지고 가벼워졌다. 
또 어머니는 나에게 히브리서 말씀을 읽게 하셨다.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히 10:14)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 나를 다 깨끗이 씻으셨구나. 그래서 내가 의로워졌고 거룩해진 거구나.’ 
어렸을 때 일요일마다 숙제처럼 다니던 교회에서는 알지 못했던 주님의 마음이, 아프고 나니 지금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보이고 들렸다. 너무 기뻤다. 온전케 하셨다는 말씀에 소망이 생겼다. 그날 나는 구원받았고, 예수님이 나의 마음에 들어오셨고 나의 구원자가 되셨다. 
6개월이 넘도록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암치료를 모두 받고 마지막으로 내 피의 모든 암세포를 죽이고 친동생의 피로 내 몸을 채우는 이식 시술을 받았다. 이제 치료 과정이 모두 끝난 줄 알았다. 주치의는 이식 후 10명 중 6명은 완치, 2명은 재발, 나머지 2명은 이식 후 감염과 숙주반응으로 사망한다고 했다. 백혈병이 쉬운 병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껴 순간적으로 절망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입퇴원 사이사이 성경공부를 했던 것이 생각나며 힘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형편은 모두 가짜고 말씀만이 실상이라는 말씀이었다. 무균실에서 혼자 아파 몸부림치고 신음하고 소리칠 때에도 말씀을 상기하며 주님이 힘있게 일하실 것을 믿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사 40:31)
내 곁에는 주님이 항상 계시고, 아플 때에도 주님을 앙망하며 마지막 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평생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아버지에게도 말씀을 전하고, 저녁마다 가족이 모여 기도하며 찬송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놀라운 경험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발병하고 꾸준히 작성하던 투병 블로그에도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다. 주위 환우들에게 백혈병 재발 소식이 들려올 때에도 나는 주님이 지켜주시고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쁜 소식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체력도 점차 회복되어 사회로의 복귀를 생각하고 있을 즈음, 열이 많이 나고 기침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급히 응급실에 갔는데, 재발 판정을 받았다. 순간 하나님이 원망스러웠고, ‘그동안 주님을 찬양한 시간들이 의미 없는 시간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다시 강한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기억이 흐릿해지고 온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에는 이러다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시며 내 죄를 씻으셔서 내가 구원받았다’는 기억도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그때 하나님은 다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박옥수 목사님과 연결해주셨고, 전화로 기도를 받을 수 있게 해주셨다. 목사님께서는 내가 지금 시간계에서는 잠시 아프지만 영원계에 계신 하나님 눈에는 이미 내가 다 나아 뛰어다니는 모습이라고 하셨다. 형편이 어떨 때는 곰 같고 사자 같아 보일지라도 어린 목동 다윗을 이끄신 주님이 나를 이끌고 지키시며, 내가 입술에 간증을 달고 다니며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로 살 것이라고도 기도해 주셨다. 내 마음이 주님과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더 이상 어려움이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하시며, 주님이 특별한 병을 허락하신 것은 특별한 은혜를 입히시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복음 안에서 내가 더 큰 일을 하게 하시려는구나.’ 하며 두려움이 물러가고 평안이 다가왔다. 

현재 나는 두 번째 이식을 마치고 집에서 요양하며, 틈틈이 복음을 전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영화 상영회에 친구들을 초청할 수 있었고, 나의 투병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간증을 전하고 있다. 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어 서로 말씀을 나누던 한 친구는 비록 하나님 곁으로 갔지만, 힘들 때 믿는 믿음이 진짜 믿음이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처럼, 그 친구 몫까지 주위에 복음을 전하고 많은 분의 마음을 열어주시도록 기도하고 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
박 목사님께서 해주셨던 기도처럼, 목동 다윗을 이끄신 주님이 나를 이끌어, 내가 더 강건하여져서 입술에 간증을 달고 다니며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로 간증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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