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모든 사람을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
[라이프] 모든 사람을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
  • 글 | 박영국(기쁜소식뉴욕교회 선교사)
  • 승인 2022.06.0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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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6회

 

2011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되었던 월드캠프를 잊지 못한다. 준비 과정에서 나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연약하여 하나님이 나를 버리실 거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때 하나님은 로마서 11장 32절 말씀으로 내 마음을 바꿔주셨다.

2011년 미국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시작했고, 댈러스에서 미국 동서부 연합수양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8월에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월드캠프를 개최했다. 한국에서만 개최하던 월드캠프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로 점차 확장되었고, 이어서 미국 뉴욕에서도 개최하게 되었다. 캠프를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부담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교회의 음성을 따라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월드캠프를 준비하는 것과 집회를 준비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집회는 장소를 빌리고 새로운 사람을 초청하고 전도하면 되지만, 월드캠프는 먼저 학생들을 초청해야 하고, 숙소를 알아보고 차량과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 등 일이 훨씬 많고 복잡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석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뉴욕에 있는 여러 대학교에 홍보팀을 보냈다. 매일 홍보팀이 나갔지만 참가하겠다고 신청하는 학생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신청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석 달이 지나도 단 한 사람도 등록하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실 거야’
캠프는 뉴욕 마하나임 대학교에 있는 약 1천 석 규모의 대강당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강당 의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 교체해야 했다. 의자 제조 업체를 찾아서 문의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비쌌다. 고민하다가 중고 의자로 바꾸기로 했다. 테리 목사님이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댈러스에 있는 한 업체를 찾았다. 댈러스는 뉴욕에서 차로 24시간 정도 걸리는 도시로, 멀긴 하지만 업체에서 중고 의자를 가지고 와서 설치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다. 가격은 5만 달러였는데, 그중 반을 선금으로 내야 한다기에 돈을 보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전에는 회사에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면 연락이 잘 되었는데, 돈을 보낸 후부터 회사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월드캠프는 8월에 개최될 예정이었고, 돈은 3월에 보냈는데,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았다. 
등록하는 학생도 없고, 의자를 바꾸는 일도 잘 되지 않고…. 내 마음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월드캠프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준비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마음이 절망으로 가득 찼다. 사탄이 내 마음에 여러 생각을 넣었다. ‘이런 너를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으실 거야.’ 부족한 내 모습 속에 빠져들어가니 하나님이 부족한 나를 정말 버리시는 것 같았다. 내가 나를 봐도 부족하고, 연약하고, 게으르고, 복음에 대한 열정도 없으니까 하나님이 나를 버리실 것 같았다. 하나님이 월드캠프를 하게 해서 실패하게 하신 후, 나를 사역자 위치에서 또 모든 데에서 내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나님이라도 나 같은 사람을 통해서 일하시지 않겠다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너무 은혜로웠던 아프리카 월드캠프
마음에서 힘이 빠졌다. 캠프를 준비해야 할 의미도 잃었다. ‘어차피 하나님이 돕지 않으실 것이고 버려질 것인데….’라는 마음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중 한국에서 연락을 받았다. 7월에 아프리카에서 월드캠프를 한다며 참석하라고 하셨다. ‘지금 내 코가 석 자인데, 우리 캠프도 준비하지 못해 힘든데 다른 나라 캠프에 가서 도와줘야 하나?’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안 가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목사님들이 가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해에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케냐에서 월드캠프를 열었다. 가나 월드캠프에 가니 학생도 많이 오고 분위기도 뜨거웠다. 미국에서는 몇 달 동안 홍보해도 한 명도 등록하지 않았는데 몇천 명이 캠프에 참석해서 박옥수 목사님의 말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보다 신경질이 났다. 가나 캠프를 마치고 코트디부아르 캠프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캠프가 너무 은혜로웠다. 

‘하나님이 이 일을 도우시겠구나’
코트디부아르 캠프가 끝나고 케냐로 가면서 입국 수속을 밟은 후 다른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박옥수 목사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사님은 나에게 다른 것은 물어보지 않고 성경을 찾으라고 하셨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롬 11:32)
목사님은 이 구절을 한번 읽어 보라고 하신 후 그 의미를 풀어주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기 원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를 온전케 만드셨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를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두시고, 부족한 가운데 두시고, 연약하고 어리석은 가운데 두셨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부족함이 있는 것은 우리를 버리시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긍휼을 베푸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은혜 아래 두시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아, 그렇구나! 하나님은 나를 버리시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에게 은혜를 베풀기 원하셨구나! 내가 가진 많은 어려움과 문제들도 하나님이 은혜를 입히기 원해 허락하신 것들이구나! 그렇다면 이 문제들 앞에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겠구나! 은혜를 베푸신다면 하나님이 이 일을 돕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겠구나.’

텅빈 강당 바닥을 보면 더 어려웠다
아프리카 캠프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와서 사역자들과 형제 자매들 앞에서 간증했다. 우리 앞에 있는 모든 문제는 주님이 은혜를 입히기 위해서 허락하신 것이라고. 모두의 마음에 큰 힘이 되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의자였다. 새 의자가 오면 바로 깔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의자를 다 철거했기 때문에 텅빈 강당 바닥을 보면 마음이 더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테리 목사를 댈러스에 보내기로 했다. 이틀 뒤 테리 목사가 돌아왔다. 업체 사람들이 일하느라 바빠서 그동안 우리가 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의자는 90퍼센트 정도 작업이 끝났고, 곧 뉴욕으로 보낸다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그 후에도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월드캠프 시작 10일 전인데도 연락이 없었다. 의자를 설치하려면 최소 일주일, 뉴욕까지 오려면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이틀 뒤에는 의자가 출발해야 하는데, 기다려도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니야! 하나님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기 원하시잖아! 이것은 나를 버리기 위함이 아니고 은혜를 베푸시기 위함이야! 그렇다면 분명히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실 거야!’라는 마음으로 계속 연락해 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났다. 마음이 어려워졌다. 
그때 기쁜소식애틀란타교회 목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의자 문제는 어떻게 됐냐고 물으셨다. 상황을 설명드리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장년회 때 의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한 형제가 자신이 일하는 백화점에 5년 전에 문을 닫은 극장이 있는데 얼마 전에 아침 회의에서 극장을 철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자를 버리지 말고 뉴욕 교회에 주면 어떨까?’ 싶어 목사님께 물었다고 했다.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의자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하루 만에 의자가 도착했다. 사역자들과 형제 자매들과 단기선교사들이 다 모여서 의자를 닦고 녹을 제거하고 새로 페인트를 칠했다. 어느 누구도 의자를 설치해 본 경험이 없었지만 모두 마음을 합해 밤을 새워가면서 의자를 설치했다. 밤낮없이 꼬박 5일이 걸렸고 월드캠프를 시작하는 날 설치를 마쳤다. 강당을 빽빽하게 채운 의자를 보면서 하나님 앞에 정말 감사했다. 

인디언 마을에서 43명 캠프에 등록 
한참 의자를 설치하고 있을 때 테리 목사님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어떤 인디언 학생이 월드캠프에 참석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이 어떻게 테리 목사님 이메일을 알았는지 궁금했다. 자세히 알아보니 몇 달 전에 토론토 교회 목사님이 캐나다 위니펙에 있는 인디언 마을로 무전전도여행을 가서 학생들에게 월드캠프를 소개했는데, 그중 한 명이 메일을 보낸 것이다. ‘하나님이 이렇게 길을 열어주시다니, 분명히 은혜를 베푸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토론토 교회 목사님에게 인디언 학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곳에 가서 학생을 초청해 오라고 했다. 그러자 목사님이 위니펙 인디언 마을로 무전여행을 갔을 때 그곳 사람들과 다투고 와서 갈 수 없다고 했다. 내 마음에는 다시 가면 은혜를 입을 것 같았다. 
“목사님, 그냥 가세요!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실 것입니다.”
목사님은 계속 너무 심하게 다퉈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 위니펙 공항에 도착해서 땅만 찍고 오세요. 그럼 제가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결국 목사님이 위니펙에 갔다. 땅만 밟고 올 수 없어서 월드캠프 홍보 전단지만 돌리고 인디언 마을에는 갈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캠프를 홍보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인디언 교육자가 전화해 캠프에 학생들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한 학생이 전단지를 받아 집으로 가져갔다가 그 학생 엄마가 우연히 전단지를 보고 오후에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그 전단지를 가지고 갔는데, 그 친구가 바로 인디언 교육자였던 것이다. 마침 친구가 학생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고 말하기에 학생 엄마가 전단지를 보여줘 토론토 목사님에게 전화한 것이다. 교육자는 인디언 학생을 30명 정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목사님은 믿어지지 않았다. 하루 전단지를 돌렸는데 30명이 간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30분 후 다시 전화가 와서 5명 더 가도 되는지 물었다가, 또 다시 5명 더 가도 되는지 물어 결국 43명이 참가하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부족함투성이에다 허점투성인데 하나님은 정말 완벽하게 일하셨다. 

목사님, 모르셨어요?
갑자기 43명이 온다고 하니까 우리 모두 흥분했다. 문제는 위니펙에서 뉴욕까지 차로 30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오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어려웠다. 뉴욕에서 버스를 보낼 수 있지만 32시간 걸리는 거리를 가서 학생들을 태우고 다시 32시간이 걸려 뉴욕에 오면 월드캠프는 이미 시작된 후다. 
그때 미네아폴리스 교회 목사님이 나를 찾아왔다. 미네아폴리스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오려고 버스를 빌려놨는데 홍보를 잘못해서 빈 버스가 오게 되었다며 그 버스를 위니펙에 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다. 미네아폴리스에서 위니펙까지는 8시간 거리였다. 버스 회사에 문의하자 돈을 조금만 더 주면 가능하다고 했다. 너무 감사했다. 하나님이 학생들도, 의자도, 버스도 다 준비하셨다.
뉴욕 월드캠프는 월요일에 시작하는데, 나는 이틀 전인 토요일 오후 주차장에 서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인디언 학생들도 잘 오고 있고 의자도 계획대로 잘 설치되고 있었다. 더운 여름인데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였다.
그때 한 형제가 와서 “목사님, 오늘 저녁 교회에서 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왜 그런지 물었다. 
“목사님, 모르셨어요? 뉴욕에 태풍이 오고 있잖아요?”
그 형제가 사는 동네에는 대피명령이 내려서 교회에서 자려고 물었던 것이다. 형제 이야기를 듣고 뉴스를 틀어보니 온통 태풍에 관한 이야기였다. 남쪽 해변 도시에는 다 대피명령이 내렸고, 뉴욕은 50년 만에 지하철 운행을 멈췄다. 뉴욕으로 들어오는 다리도 다 끊어진 상태였다. 우리는 월드캠프를 준비하느라고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뉴욕은 전봇대가 낮아서 바람이 많이 불면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끊어 전기가 나갈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발전기를 빌리려고 했는데 이미 뉴욕 인근에 있는 발전기는 다 빌려가서 남은 게 없었다. 

또 다른 문제
당시 박 목사님은 그라시아스합창단과 함께 멕시코에 계셨고, 일요일 비행기로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기상 악화로 뉴욕 공항이 폐쇄되었다. 너무 막막했다. 아무리 학생들이 오고 의자가 있어도 합창단과 특히 강사인 박 목사님이 참석하시지 못한다면 어떻게 월드캠프를 하겠는가!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왜 하나님이 어려움을 허락하시나?’ 하고 다시 생각했다. 그것은 은혜를 베푸시기 위함이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겠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하나님이 분명히 도우실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 필라델피아에 여행사에서 일하는 자매가 있었다. 그 자매가 아이디어를 줬다. 태풍은 일요일에 지나가니까 월요일에 공항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는 도착지의 공항이 열리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선 뉴욕과 가까운 공항으로 오시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목사님과 합창단을 토론토, 발티모아, 워싱턴 등 뉴욕에서 가깝고 태풍의 영향이 없는 곳으로 가시도록 했다. 감사하게도 월요일 아침 뉴욕 공항이 열렸고, 인근 도시에 있던 목사님과 합창단이 캠프 시작 전에 뉴욕까지 올 수 있었다. 

말씀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
월드캠프 개막식이 열렸다. 내 마음에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넘쳐났다. 행사 장소가 있는 우리 동네는 전기가 거의 나갔다. 숙소로 쓰고 있는 호텔의 전기도 나갔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기도 나갔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행사 장소의 전기는 살아있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발전기도 없이, 전기도 없이 어떻게 월드캠프를 하지?’ 그런데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캠프 장소인 마하나임을 지켜주셨다. 학생들도 많이 참석했고, 필요한 경비도 다 채워졌다. 인디언 마을에서 온 학생들이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마음이 변해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월드캠프 이후에도 어렵거나 나의 연약함에 빠질 때면 종종 ‘혹시 하나님이 나를 버리시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때마다 목사님의 교제와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롬 11:32) 말씀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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