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드린 김광열 장로님
[라이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드린 김광열 장로님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2.06.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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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_269회 | 박옥수 목사 간증

내가 처음으로 나환자 교회에 집회를 인도하러 갔을 때 나환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냥 나병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밖에 몰랐다. 
하루는 영천의 나환자 교회에서 목회하던 이일향 목사님이 나를 찾아와 자신이 나환자라고 이야기하며 자기 교회에 와서 집회를 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목사님의 부탁을 받아들여 그 교회에 가서 한 주 동안 집회를 했는데, 그 교회 성도들은 세상에 다시없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반 사람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목사님,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라서 참습니다
집회를 한 때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나는 첫날 저녁에 말씀을 전한 뒤, ‘죄 사함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집회가 끝난 뒤 내가 머무는 방으로 오라’고 했다. 그러자 40여 명이 내 방으로 찾아왔다. 방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꽉 찼다. 나는 그분들에게 예수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에서 우리 죄가 어떻게 씻어졌는지 이야기했다.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밤이 깊어 새벽 1시가 넘어가는데도 죄 사함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가운데 죄 사함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 자리에 김광열 장로님과 그 아들도 앉아 있었다. 장로님 아들이 죄 사함을 받은 뒤 ‘나는 장로 아들이지만 이런 죄도 짓고 저런 죄도 지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어두운 지난날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모든 죄가 씻어져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김 장로님은 아들이 죄를 지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셨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내가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안 놔두었을 텐데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라서 참습니다.” 
장로님도 그날 죄 사함을 받았는데 아들도 함께 죄 사함을 받은 사실을 기뻐하셨다. 
김 장로님은 영천 서광교회의 주동 장로님이었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미남이었다. 장로님은 그날 예수님의 은혜로 자신의 모든 죄가 씻어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셨다. 새벽 3시쯤 되어 집으로 가서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자랑하셨다. 
“나, 죄 사함 받았다.”
“어떻게 죄 사함을 받았는데?”
“안 가르쳐 줘.”
장로님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셨다. 그리고 이튿날 부인도 죄 사함을 받았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준비를 해왔네
김 장로님이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가 죄 사함을 받았어. 이제 나는 욕망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 내가 오래 전부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은 아무 말 하지 말고 따라줘.”
장로님은 양계를 했는데 키우던 닭의 절반을 팔려고 하셨다. 
“여보, 우리는 키우던 닭의 반만 있어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어.”
장로님은 6천 마리의 닭 가운데 절반을 닭 장수에게 팔아서 받은 돈을 가방에 넣은 뒤, 집을 나서 근처에 있는 나환자 교회의 친구 장로님들을 찾아다니셨다. 
“이 장로, 얼마 전에 우리 교회에서 박옥수 목사님을 모시고 집회를 했어. 내가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이번에 죄 사함을 받았어. 우리 교회 교인들도 다 죄 사함을 받았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몰라. 이 장로, 자네 교회에서도 집회 한번 해. 내가 강사로 박옥수 목사님을 소개시켜 줄게.”
친구 장로들에게 집회를 하라고 권하셨다. 
“집회 좋지. 그런데 우리 교회는 예산이 부족해서 하고 싶어도 안 돼.”
“내가 그럴 줄 알고 준비를 해왔네.”
장로님은 들고 간 가방을 열어 돈을 세서 친구에게 건네며 말씀하셨다. 
“이 장로, 이만큼이면 되지?
장로님이 그렇게 집회를 준비하셔서 그 해에 내가 다섯 곳의 나환자 교회에 가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수많은 나환자들이 죄 사함을 받았다. 집회를 한 교회마다 성도들이 모두 구원받아 큰 기쁨을 누렸고, 나 또한 말할 수 없이 큰 기쁨과 감사를 맛보았다. 

수고했으니 이제 그만 내 곁으로 와라
김광열 장로님. 마음이 넓고 예수님을 사랑하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귀히 여기신 분이었다. 장로님과 함께 집회를 하러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은, 나병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서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나환자끼리 모여서 살지만, 그곳에서도 그분들의 마음에 다른 나환자들이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고 아픔이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피로 죄 사함을 받아 모든 슬픔과 아픔에서 벗어나 큰 기쁨을 누렸다. 그처럼 구원받아 기쁨을 누릴 사람들을 위해 김광열 장로님은 자신의 재산을 선뜻 내놓으셨다. 그들에게 죄 사함의 복음이 전해질 길을 여셨다. 
김 장로님은 오래 사시지 못했다. 죄 사함을 받고 3년쯤 되었을 무렵 주님의 부름을 받으셨다. 나는 하나님께서 “김 장로야, 수고했다. 너는 이제 그만 내 곁으로 와라.” 하며 장로님을 데려가셨다고 생각했다. 
나환자 교회에서 만난 목사님, 장로님, 그리고 성도들. 그분들이 몸은 비록 몹쓸 병에 걸렸지만, 그래서 사람들에게 꺼림을 받았지만, 그 어떤 사람들보다 복음을 사랑하고 주님을 사랑했으며 다른 사람의 영혼을 소중히 여겼다. 

그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김광열 장로님이 닭을 판 돈으로 가난한 나환자 교회 다섯 곳에서 집회를 가지며 복음을 전했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해에 가진 집회에서 수백 명의 나환자들이 죄 사함을 받고 예수님의 사람이 되었고, 구원받은 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쏟아 주님을 섬기며 살았다. 
몹쓸 병에 걸려 사람들의 배척과 멸시 속에서 살았지만 구원받은 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드린 김광열 장로님. 장로님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그곳에 가서 장례 예배를 인도했다. 잊혀지지 않고, 잊고 싶지 않은 장례식이었다. 
병 때문에 세상에서 배척을 당하며 따로 떨어져 사는 나환자들. 그분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따뜻한 마음이 있고 서로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분들이 예수님의 피로 죄 사함을 받은 뒤 새로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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