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내 부족함은 주님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라이프] 내 부족함은 주님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글 | 박영국(기쁜소식뉴욕교회 선교사)
  • 승인 2022.08.11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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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8회 _9년간 계속해 온 북미 칸타타 투어

 

처음 박옥수 목사님께서 칸타타 투어를 하라고 하셨을 때, 모든 것이 막막했다. 준비하는 비용이나 사람들을 초청하는 부분 등 내 계산으로는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하나님은 항상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새 길을 여셨고 필요한 것들을 채우셨다. 우리 부족함은 주님이 일하시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1년 8월, 우리는 뉴욕에서 처음 가진 월드캠프를 은혜롭게 마칠 수 있었다. 하나님이 의자도 주셨고, 인디언 학생들도 보내 주셨고, 그 외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셨다.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월드캠프를 마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라시아스합창단 단장님이 ‘북미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뉴욕에서만 공연하면 많은 사람이 올 수 없으니까 북미 각 도시를 돌며 칸타타를 해서 사람들을 초청하면 좋겠다고 했다. 제안을 들은 나는 난감했다. 왜냐하면 막 월드캠프를 치렀고 행사는 은혜롭게 끝났지만, 모든 것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같이 일한 전도자들도 몇 달 동안 홍보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캠프 장소 공사까지 하느라 많이 지쳐 보였고, 나 또한 월드캠프를 마쳤으니 여유를 갖고 싶었다. 더구나 재정도 바닥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라니….’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서 다음 해에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당시 내 마음은 투어를 하고 싶은 마음도, 할 여유도 없었다. 

‘주님이 분명히 도우실 거야’
며칠 후 한국에서 박옥수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은 굉장히 밝은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나는 왜 지금 투어를 할 수 없는지 자세하게 설명드렸다. 월드캠프를 막 마쳤고 돈도 없는 상황이며, 사역자들도 캠프에 전념하느라 교회를 오래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큰 행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씀드렸다. 
그렇지만 목사님은 내 형편에 귀를 기울여 주시지 않고 ‘하나님이 도우실 테니 칸타타 투어를 하라.’고 하셨다. 다시 한 번 목사님이 잘 이해하실 수 있게 내가 처한 형편을 설명드렸지만 목사님은 내 형편에는 관심이 없으셨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가 어렵지만 주님이 이 일을 기뻐하시기 때문에 분명히 도우실 거야. 걱정하지 말고 칸타타 투어를 하면 주님이 일하실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주님이 일하신다고 하지만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우리 선교회 교회들이 전국 각지에 있다. 그리고 대도시마다 큰 예배당도 있어서 합창단이 다니면서 공연하고, 잠자고, 식사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마다 버스도 있어서 투어하는 데 크게 어려움도 없다. 
미국은 사정이 달랐다. 우리에게 버스가 한 대 있었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 뉴욕교회는 예배당이 큰 편이라서 합창단이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뉴욕을 벗어나면 다른 교회들은 규모가 작아 합창단이 지낼 만한 예배당이 없었다. 그래서 한번 뉴욕을 벗어나면 많은 인원이 다 호텔에서 자야 하고, 음식까지 별도로 준비해야 했다. 

‘야! 하나님이 이렇게 길을 여시는구나!’ 
형편이 이런데 칸타타 투어를 하라고 하시니,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수중에 돈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해야 했다. 
먼저 칸타타를 할 도시를 정했다. 애틀랜타, 뉴올리언즈, 디트로이트, 시카고, 위니펙, 레드 레이크, 그리고 랭캐스터 등 7개 도시를 돌며 칸타타 투어를 하기로 했다. 공연을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장비도 빌려야 하고, 차도 빌려야 하고, 음식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월드캠프를 치르느라 물질이 전혀 없었고, 당장 돈을 줄 사람도 구할 방법도 없었다. 하나님께 기도가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재정 담당 자매가 2만 5천 달러가 생겼다고 했다. ‘뭐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돈이 생겼지?’ 지난 6월호 선교사 간증을 읽으신 분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월드캠프를 준비하며 예배당 의자를 바꾸려고 의자 회사에 2만 5천 달러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의자를 납품하지 못해 돈을 돌려준 것이었다. 
‘야! 하나님이 이렇게 길을 여시는구나!’ 그 돈으로 당장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대여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을 통해 돈을 보내 주셨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하나님이 하나하나 이루시는 것을 보았다.

‘공연할 때 과연 몇 명이나 올까?’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준비하며 내 마음에 가장 크게 걸리는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비용이었다. 합창단과 스태프가 도시를 투어하면서 먹고, 자고, 장비를 빌리고, 차에 기름을 넣으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또한 각 지역에서 공연을 준비하려면 홍보하고 장소를 대관하느라 많은 물질이 필요했다. 특히 미국은 극장 대관료가 굉장히 비싸서 보통 3~4만 달러가 들어갔다. 성도가 많지 않은 지역 교회에서 감당하기 쉬운 금액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부분이다.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 교회는 성도가 많지 않다. 장소를 빌리고 사람들을 초대하려면 움직일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준비하면서 ‘과연 교회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초청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집회를 할 때도 열심히 홍보하고 준비했지만, 우리 마음같이 사람들이 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공연할 때 과연 몇 명이나 올까? 공연 팀 인원은 합창단과 스태프를 포함해서 2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보다 더 적게 오면 어떻게 할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이런 걱정을 마음에 두고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가 시작되었다. 7개 도시에서 공연했는데 큰 공연장에 반 정도 사람이 온 적도 있었고, 조그마한 공연장이 가득 찬 곳도 있었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일들 앞에 걱정하고, 계산하고, 계획하지만 내 생각이 항상 틀렸다. 주님의 말씀이, 하나님이 약속이 항상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9년간 단 한 번도 돈이 부족해 공연을 못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9년 동안 했다. 지금은 도시마다 관람객 수가 현저하게 늘어났다. 첫해 공연에는 평균 500~700명이 왔다면 지금은 도시마다 보통 5,000명에서 7,000명이 온다. 많이 올 때는 만 명까지 올 때도 있다. 
처음 투어를 할 때에는 극장 위주로 장소를 빌렸지만, 지금은 몰려드는 관람객을 다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서 대부분 실내체육관을 빌려서 공연하고 있다. 
감사한 것은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끔씩 이렇게 생각해 본다. 사람을 초청하는 일이 어렵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였지만, 주님 안에서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내가 현실적인 내 생각을 따라갔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을 초청하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생각을 따르지 않고 교회와 하나님의 종의 음성을 따라갔을 때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해마다 새로운 방법과 지혜를 주시면서 사람들을 더 많이 초청할 수 있게 하셨다.
지역 교회들은 작아서 공연 준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만약 어렵다는 생각 속에 주저앉았다면 우리는 절대 그 뒤에서 역사하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회와 하나님의 종의 인도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진행했을 때,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시고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물질을 공급해 주셨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서 많은 길을 열어 놓으시고 준비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겁을 먹고 발을 내딛지 못해서 부담 너머 역사하시는 주님을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지난 9년 동안 우리는 수백 차례 공연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돈이 부족해서 공연을 못 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사람이 적게 올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하나님은 5천 석, 7천 석, 만 석을 채워주시는 것을 경험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버스가 서다
2011년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한번은 합창단을 태우고 가던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선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버스는 견인차에 끌려 정비공장으로 갔고, 타고 있던 단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고속도로 펜스를 넘어 마을로 내려갔다. 
50명이 넘는 사람이 내려온 곳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마침 근처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가 있어서 그 앞에 있는 잔디밭에 다 앉았다.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봤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갑자기 동양인 50여 명이 내려오니까 놀란 것이다.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디밭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가스버너를 꺼내서 밥도 볶아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고…. 그때까지도 차를 다 수리하지 못했다. 결국 그 잔디밭에 앉아서 모임도 갖고 성경퀴즈 대회도 했다. 결국 가게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왔다. 우리가 상황을 설명하자 경찰이 ‘사정은 이해하지만 남이 장사하는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갈 데가 없었다.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경찰이 잠깐만 기다려 보라고 하며 어디엔가 전화를 했다. 들어보니 가까운 교회에 전화한 것이었다. ‘동양인이 50명 가까이 있는데 좋은 공연을 하는 그룹이다. 지금 갈 곳이 없는데 목사님 교회에 가도 되느냐?’고 물었고, 목사님이 흔쾌히 오라고 하셔서 우리는 그 교회 예배당으로 갔다. 합창단의 노래를 들은 목사님은 처음 보는 우리에게 예배당 키를 넘기고 퇴근하셨고, 우리는 새벽까지 거기서 머물다가 버스가 도착하여 다음 장소로 갈 수 있었다. 

우리의 부족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하면서 버스가 고장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의 해마다 고장이 나서 길거리에 서곤 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공연을 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공연을 못할 형편이었지만 신기하게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공연을 하게 하셨다. 우리의 연약함이나 부족함은 주님이 일하시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의 능력에 소망을 걸고 살아온 나날들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결국 하나님의 말씀대로 되었다. 

주님으로부터 온 마음이라면
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안에서 모든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신앙은 나를 벗어나서 하나님 안에서 찾는 것인데, 내 마음의 초점은 나에게 맞춰져 있었다. 내가 갖추어야 하고, 내가 잘해야 하고, 내가 이루어야 하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나에게서 모든 것을 찾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참 신앙은 나를 벗어나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나사로 이야기처럼. 마르다는 나사로가 죽어서 슬퍼했다. 그렇지만 자기 생각 안에 갇혀 있을 때 죽은 오빠를 살리시는 예수님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옳고 좋은 생각이지만, 그것이 주님으로부터 오지 않고 나에게서 시작되었다면 그것은 결국 주님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맞든지 맞지 않든지 주님으로부터 온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형편과 상관없이 주님이 이루신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에서는 나를 벗고 내 모든 소망을 주님에게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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