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가난
[라이프]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가난
  • 글 | 강태욱(에스와티니, 기쁜소식만지니교회 선교사)
  • 승인 2023.01.1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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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1회)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늘 가난한 가정 형편을 탓하며 하나님을 원망하던 나인데, 하나님이 학생캠프를 통해 당신의 마음을 알게 하신 후 가난은 더 이상 내게 어려움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머니를 따라 처음 교회에 갔다. 그 교회가 현재 기쁜소식마산교회의 전신인 마산중앙교회였다. 당시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하나님,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우리 아버지 사업이 잘되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아버지는 재주가 많으신 분이라 자주 업을 바꾸셨는데, 가정을 돌보기보다 친구와 술을 좋아하셔서 어머니와 자주 다투셨다. 늘 밖으로 다니시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머니는 온갖 궂은일을 하며 애쓰셨다. 외삼촌이 백혈병으로 고통할 때 외삼촌의 친구인 김기호 선교사님의 전도로 외갓집 가족과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는데, 어머니는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예배는 겨우 한 번씩 참석하셨다.
나는 가난한 가정 형편이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서 학교 친구들을 깊이 사귀지 않았지만, 교회에서 만난 친구나 형들은 나를 허물없이 대해주어서 우리집 사정을 솔직히 터놓을 수 있었고, 교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교회에 자주 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없었다. 돈 때문에 좌절하고 괴로운 형편이 너무 싫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형편을 탓했고, 나아가 하나님을 향해서도 원망했다. ‘하나님은 구원받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하시면서 왜 우리집은 늘 가난하고 어렵게 하시지?’ 어린 나이에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님을 마음으로 만나 나를 향한 뜻과 계획을 알기 전까지 나는 형식적으로 교회를 왔다 갔다 했다. 가난을 핑계로 ‘내 미래에 대한 소망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점점 삐뚤어져 세상의 욕구대로 살고 싶었다. 다행히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나를 붙들어 주셨다.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을 깨달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생캠프가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게 해주는 복된 시간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수차례 복음을 들어서 내가 구원받은 줄로 생각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학생캠프 때 구원에 대해서 진지하게 점검하면서 ‘내 삶 속에 하나님을 경험하거나 나를 통해 나타나는 열매가 없는데 정말 구원받은 것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복음반에 참석해서 말씀을 듣고, 구원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캠프 마지막 날 개인 상담을 신청했다.
교제하면서 지구 구형론과 지동설, 천동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대 사람들은 모두 지구는 평평한 판과 같고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고,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그 주장을 뒷받침했으며, 콜럼버스는 직접 배를 몰고 항해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주장을 확신했다.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믿고 있어도 여전히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변을 돌고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내가 의심하느냐, 확신하느냐?’에 따라 ‘진리이냐, 거짓이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믿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례 요한이 예수님에게 안수하여 세상 죄를 넘긴 것을 증거한 요한복음 1장 29절과 히브리서 10장 17절 “또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말씀으로 구원받은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원망과 불평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학년별 캠프를 매년 여름과 겨울에 두 차례씩 가졌는데,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을 만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석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금방 캠프가 지나갔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때 참석한 학생캠프는 하나님께서 내 인생의 숙제를 풀어주시고 불행으로 여기던 가난이 하나님의 선물인 것을 깨닫게 해주신,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말씀 시간에 박옥수 목사님은 당신이 자녀를 어떻게 교육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커서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아이들의 욕구 10가지 중에 3~4가지는 일부러 들어주지 않고 욕구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부모님은 이런 마음의 세계를 알고 나를 가르치지는 못하셨지만, 부모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욕망과 욕구가 많은 나를 가난이라는 형편을 통해 어려서부터 훈련하시고 다스려오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그때까지 가졌던 원망과 불평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목사님이 사역을 시작하실 때 무척 가난했지만 사람들에게 구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필요한 것을 구하며 살아오신 간증들을 들으면서 큰 도전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 친구의 간증을 들으면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 없이 사는 내 모습을 발견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친구는 양식이 없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간 간증을 하였다. 형편과 아버지, 그리고 나아가 하나님까지 원망하며 살았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학생캠프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만난 후 나는 ‘가난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라는 마음으로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구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만 기도해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처음에 나의 필요를 하나님께 구하고 기도할 때 ‘과연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으실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사람들에게 표를 내거나 도움을 구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기도해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런 마음을 하나님은 시험하고 싶으셨던 걸까? 하나님은 내게 첫 시험을 주셨다. 나는 돈이 생길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 명절에 친척들로부터 용돈을 받으면 모아놓고 잘 쓰지 않았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금액이 모일 때까지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숨겨놓고 돈이 없는 척 궁색하게 살았다. 
한번은 10만 원을 모아서 숨겨놓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마산중앙교회에서 시무하시던 양덕만 목사님이 학생회 모임 때 말씀을 전하셨다. 목사님이 내 사정을 모르셨을 텐데 꼭 나에게 이야기하듯 말씀하셨다. 
“학생들도 믿음으로 헌금하는 법을 배워야 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질을 전부 대전도집회를 위해 헌금을 해봐. 그리고 학교에 갈 차비가 필요하면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이 주시지 않으면 걸어서라도 학교에 갈 마음으로 하나님께 먼저 드리면 하나님께서 도우시는 것을 반드시 경험하게 될 거야.” 
말씀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나님은 내가 10만 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실 텐데, 내가 필요한 것을 구하면 하나님이 과연 도와주실까? 내가 어떻게 모으고 아낀 돈인데 이걸 다 헌금하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 두 가지 마음이 한참을 싸우다가 하나님께서 내가 믿음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어차피 10만 원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데, 앞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물질이 필요하게 될까? 내가 10만 원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지금 10만 원을 하나님께 드리고 믿음을 배울 것인가?’ 
나는 정말 궁색하고 남들에게 도움 받는 것이 익숙한 사람인데도 하나님께서 나를 믿음을 배우는 편으로 마음을 정하게 도와주셨다. 꽁꽁 숨겨놓았던 10만 원을 헌금봉투에 넣고 아무도 없을 때 헌금함에 넣었다. 봉투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 마음도 툭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진 물질을 하나님께 다 드렸으니 이제 모든 필요를 하나님께 당당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이런 형편에서도 나를 믿을래?’
며칠이 지난 후 학교에 갈 차비가 없어 하나님께 구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골방에 들어가 하나님께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께만 나의 필요와 어려움을 아뢸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야 하는데 왕복 차비 천 원이 필요했다. 수중에 단돈 10원도 없었다. 당시 나는 마산중앙교회 예배당 옥탑방에서 교회 친구와 함께 살았는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걸어서라도 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갈 채비를 하다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나를 위해 이미 차비를 준비하셨는데 내가 친구 돈을 빌려 가다가 하나님이 준비하신 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얼마나 부끄럽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돈 한 푼 없이 길을 나섰다. 
걷는 내내 주변과 도로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차비를 주고 가지는 않을까? 도로에 돈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2시간을 하염없이 걸어서 산 중턱에 있는 마산제일고등학교에 도착했다. 
그날 길을 걸으며 야곱이 하나님의 천사와 얍복강 나루터에서 씨름을 하듯이 나에게 왜 이렇게 하시는지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한마디 물으시는 것 같았다. 
‘태욱아, 너 이런 형편에서도 나를 믿을래? 너 이래도 내가 너를 돕는 하나님인 것을 믿을래?’
나중에 선교학교에 입학해서 박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신앙상담을 받으면서 깨달은 것은, 목사님도 기도해도 양식을 받지 못해 오랫동안 굶으셔야 했는데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끝까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도록 가르치셨다고 하셨다. 목사님을 이끄신 하나님이 나도 그렇게 이끌어 오신 것이다.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내 모든 필요를 채우시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문제집을 사서 공부해야 했다. 문제집 대금이 15만 원이었다. 그 물질을 두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교회에서 헌금을 작정할 일이 있어 문제집 대금만 말고 작정금 5만 원도 같이 기도하여 응답받아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단둘이 약속했다. 다른 누구에게도 이 문제를 말하지 않고 같이 하나님께만 기도하다가 하나님이 물질을 주시면 문제집을 사기로 했다. 
기도하다가 3만 원이 생겼다. 3만 원으로 문제집을 다 살 수 없으니 먼저 작정한 헌금으로 3만 원을 내고, 문제집 대금과 나머지 작정한 헌금 2만 원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한 지 2주일이 지났다. 학교에 다니면서 하염없이 땅을 관찰했다. 혹시 하나님이 돈이나 귀중품을 떨어뜨려 놓으셨을까 봐.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토요일 밤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나님이 분명히 주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왜 나를 여러 번 실망시키시지? 내가 가진 10만 원도 하나님께 다 드렸는데도 왜 도대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으시지?’

성경 속에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내 삶 속에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다음 날, 힘이 쭉 빠져서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학생회에 참석해서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자매님이 나를 부르면서 ‘성경을 가지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예배를 마치고 학생회 모임까지 마쳤는데 왜 성경을 가지고 오라고 하시는지 영문을 모르고 따라갔다. 그 자매님은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내 성경 안에 봉투를 하나 밀어넣으며 이야기하셨다. 
자매님이 시골 중학교에 부임한 뒤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하면 학부모들이 돈을 주면 사양했지만 선물을 주면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받았는데, 한 학부모가 백화점 상품권을 주었다고 했다. 그것으로 ‘무엇을 살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내가 생각났고, ‘하나님이 태욱이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 주라고 하시는가 보다’ 하며 나에게 주기로 하셨다고 했다. 
봉투 안에는 백화점 상품권 15만 원과 현금 2만 원이 들어 있었다. 백화점 상품권은 문제집 구입을 위한 것이었고, 현금 2만 원은 하나님께 드릴 헌금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정확하게 나를 위하시고 살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하나님은 이제 성경 속에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내 삶 속에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인 것을 분명히 믿을 수 있었다. 


나를 복음의 일꾼으로 쓰시기 위해 
미리부터 훈련하고 계셨다

그 이후로도 돈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의심과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을 기대하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필요를 채우셨다. 
대학 입학금을 주신 하나님도 잊히지 않는다. 복음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하나님이 대학 등록금과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우시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인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보고 싶었다. 하나님께서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등록금과 입학금 총 270만 원을 마감 하루 전날 정확하게 채워주셨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하나님의 마음을 만난 후 가난이 나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과 같았다. 욕구를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배웠고 기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님은 나를 복음의 일꾼으로 쓰시기 위해 미리부터 훈련하고 계셨다. 
“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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