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밝은 눈을 얻은 소경
[설교] 밝은 눈을 얻은 소경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3.03.0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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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기쁜소식
이달의 설교

 

 

요한복음 9장에서 눈먼 소경이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그가 그때까지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동전 몇 닢에 불과했다. 그렇게 살던 그가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님은 그가 얻기를 바라는 동전을 갖고 계시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가 한평생 바라고 바라던 밝은 눈을 가지고 계셨다. 
예수님은 눈먼 소경에게 그가 소경으로서는 마지막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말씀하셨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

구걸하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겸손했던 소경
소경은 그때까지 무엇 때문에 길거리로 나왔는가? 길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 가운데 몇몇 사람에게서 동전 몇 닢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경은 동전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애원했고, 그를 불쌍히 여긴 누군가에 의해 그의 손에 동전 몇 닢이 쥐어졌다. 그것으로 소경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에 매일 길거리로 나와야 했다. 만일 그가 더 일찍 예수님을 만났다면, 그에게 더없이 행복한 삶이 더 일찍 시작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날도 소경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거리로 나와 구걸을 시작했다. 
“한 푼 주세요. 배가 고픕니다.”
눈먼 소경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그날은 소경에게 있어서 최고의 날이었다.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그의 앞에 서 계셨지만 소경의 눈에는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다. 소경은 다만 누구에게든지 구걸하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예수님이 침으로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셨다. 그리고 그에게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말씀하셨다. 소경은 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먼저 구걸했지만, 이번에는 자기가 구걸하기 전에 예수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소경의 마음에서 생각이 일어났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요? 내 얼굴이 그렇게 더럽습니까? 그러지 말고 나에게 동전 하나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소경은 구걸하기 위해 누구에게라도 겸손했다.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그 생각대로 할 수 없었다. 겸손해야 동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소경은 예수님을 볼 수도 없었고, 예수님이 자기 눈에 무엇을 바르셨는지도 볼 수 없었다. 예수님이 왜 그렇게 하시는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소경은 ‘이분의 말대로 일단 실로암으로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물어물어 실로암 못으로 갔다. 

그날 만난 예수님은 동전이 아니라 맑은 눈을 주셨다
소경은 동전 몇 닢을 얻는 일에 마음을 다 쏟으며 살았다. 동전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애원해야 했고,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따라야 했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예수님이 자신의 눈에 진흙을 바를 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내 눈에 무얼 바르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동전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앙이란 예수님을 믿는 것이다. 예수님이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경은 예수님에게서 동전을 얻기 위해 예수님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말씀하신 대로 따랐다. 그런데 그날 만난 예수님은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주지 못했던 밝고 맑은 눈을 소경에게 주셨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단순했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라고 하셨다. 그때 소경은 예수님에게 “내가 왜 실로암에 가야 합니까?”라고 물을 수 없었고, “다음에 씻으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 동전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따라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실로암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면 그 뒤에는 반드시 은혜가 있다
우리가 성경을 읽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여서 그대로 따르면, 그 뒤에는 반드시 주님의 은혜가 있다. 소경은 자신의 의견과 전혀 상관없이 눈에 진흙이 발려졌고, 실로암으로 갔다. 예수님이 그의 눈에 진흙을 바르셨고, 예수님이 실로암으로 가라고 하셨다.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 예수님이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 하셨을 때, 그 말씀을 들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어떠하든지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 말씀을 따라서 행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경은 예수님의 말씀이 그의 귀를 통해서 마음에 들어왔고, 자기 생각이 있었겠지만 예수님의 말씀이 그 생각들을 다 이기고 그의 발걸음을 실로암 못으로 이끌어 갔다. 
소경은 사람들에게 실로암으로 가는 길을 물어물어 실로암 연못에 도착했고, 못에 있는 물을 향해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연못 물을 담아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눈이 밝아져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연못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무를 보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사람들이 저렇게 생겼고, 나무는 저렇게 생겼고, 하늘은 저렇게 생겼구나!’ 

말씀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이끌어 간다
주일이 되면, 전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는지 모른다. 그런데 교회에 나간 지 1년, 5년, 10년이 지나도 대부분 삶에 변화가 없다. 소경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눈이 밝아졌다. 예수님이 하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라는 말씀이 그의 마음에 들어와서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소경은 어느 날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고, 그 말씀을 받아들였을 뿐인데, 이제 그의 마음에는 예수님의 말씀이 세워져 있고 다른 것은 없었다. 
예수님의 말씀이 소경으로 하여금 실로암 못을 향하여 물어물어 가게 했고, 예수님의 말씀이 소경으로 하여금 실로암 연못 물로 얼굴을 씻게 했다. 예수님의 말씀이 소경이 생각지 못했던 길을 가게 했고, 예수님의 말씀이 소경이 생각지 못했던 일을 하게 했다. 
그 소경이 우리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자신의 많은 생각들이 살아 있어서,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하면 우리 생각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겨버린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이끌어 간다. 눈먼 소경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예수님이 누구신지도 몰랐고, 왜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냥 예수님의 말씀을 따랐다. 

조금씩 내 생각을 이기고 예수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잡고 있을 때
나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눈먼 소경과 너무나 다른 나를 발견한다. 눈먼 소경의 마음에는 예수님의 말씀이 들어왔고, 예수님의 말씀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예수님의 말씀과 다른 수많은 생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생각들이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말도 안 돼. 지금은 구걸해야 돼.’ 소경의 마음에서도 이런 생각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마음에 들어온 예수님의 말씀이 그의 모든 생각을 이긴 것이다. 그래서 소경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거지도 아니고,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것이 눈먼 소경과 다르게 내 마음을 내 생각으로 채우게 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보다 내 생각이 나를 이끌어 왔다. 그렇게 살다가 조금씩 내 생각을 이기고 예수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잡고 있을 때, 눈먼 소경처럼 나도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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