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던 다윗처럼...
[페루]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던 다윗처럼...
  • 송희림
  • 승인 2009.01.20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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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장식이 거리 곳곳을 장식하던 12월 20일, 댄스 아카데미에 오는 학생이 성탄절을 맞아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주관한 행사에 초대받았다. 볼품없는 동네에 도착해 꼬질꼬질한 아이들의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장난감과 초콜릿차를 나눠주는 등의 일을 함께 했다. 시간이 화살처럼 가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뒤늦게 몇몇 아이들과 복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돌아와야 했다. 크리스마스를 왜 기념하는지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해서 속이 터졌다. 내가 왜 진작 예수님을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그 날 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이 나서 기도를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비야 엘살바도르 집회를 할 테니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바뀐 기도는 정함을 주었지만 뭐부터 해야 할 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마음에만 품고 도와달라고 계속 기도했다. 간증할 때 잠깐 얘기했던 걸 기억하셨는지 어느 날 전도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야 엘살바도르 집회 안 할 거냐? 하려면 목사님께 말씀 드려야지"

 세계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워크숍도 있어서 걱정이 됐는데 목사님이 세계대회에 지장 없게만 하라고 하셨다. 승낙을 받으며 얼마 전 들었던 사무엘상 17장 말씀이 기억났다. 다윗은 하나님께 특별한 약속을 받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골리앗에게 달려갈 수 있었다고. 내가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기뻐하실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박소진 사모님의 도움을 받아 교회에 살면서 세계대회를 준비하는 로베르또, 목사님 아들 창은이, 볼리비아에서 오신 마를레네 자매와 최근 연결되어서 교회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르꼬, 껠리, 나딸리와 함께 하기로 했다. 나는 이틀간 두 번의 어린이 집회만 하려고 했지만 박소진 사모님께서 일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저녁까지 청년 집회3번, 어린이 집회를 4번 하라고 하셔서 싫지만 부담을 넘어 보고 싶어 그렇게 시간표를 짰다.

 


 일이 정해지고 인도자의 위치에 서게 되자 두려워졌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다윗을 기억하지만,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 새벽시간 예레미야를 읽고 있었는데 39장 17절과 18절이 마음에 남았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그 날에 너를 구원하리니 네가 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손에 붙이우지 아니하리라. 내가 단정코 너를 구원할 것인즉 네가 칼에 죽지 아니하고 네 생명이 노략 물을 얻음 같이 되리니 이는 네가 나를 신뢰함이니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처음엔 듣기 좋은 소리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내가 하나님을 의지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나를 구원한다고 분명히 약속하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난 그 동네에 구역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동네 이름은 아센따미엔또 우마노였고 비야 엘살바도르는 구 이름이었다. 목사님의 인도로 장소를 구역예배를 가지는 동네로 바꿨다. 주일 예배에 집회소식을 간증했더니 형제자매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뭘 도울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집회 장소, 전기, 학생들의 숙식 등 모든 문제가 장소를 바꾸면서 형제자매님들의 마음을 통해 해결되었다.

 

 


 1월 1일엔 신년인 것도 잊고 자원봉사자들을 교회로 오라고 하다가 전도사님께 혼이 났다. 난 믿는다고 하면서도 바쁜 일정에 신년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을 통해 시간을 구하지도 않았다. 하나님이 정말 원하시는 것은 끝까지 믿는 것인데 어느새 형편에 갇혀 걱정하는 나를 보며 내가 하려고 했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그 날은 쉬기로 하고 다음날 구역예배에 갔다. 집회할 장소를 알아보는데 놀랍게도 학교를 하는 자매님이 계셨다. 방학이라 집회에 사용하는 데 문제없다고 하셨다.

 

 사흘간 집회를 하면서 나는 두려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원망을 듣는 일이었다. 차근차근 생각을 하자니 오히려 내가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 감사했다. 300년 후면 흙으로 돌아가서 누가 침을 뱉어도 아무 말도 할 수 가없는 나인데, 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당할 망신을 넘어 하나님의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내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서 순간순간 너무 부끄러워 다 관두고 싶을 때도 말씀이 나를 지켜주었다. 내가 계획을 엉터리로 진행해도 무한대에서 감하기는 3천이나 9조나 여전히 무한대인 것처럼,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듯이 내가 아무리 부족해도 예수님은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말씀은 내게 말하지만 내 느낌은 계속 망할 것 같아서 찝찝했는데, 말씀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를 인도할 역량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왜 죽을 사람을 구원해서 페루에는 보내가지고 엄한 집회를 하게 만드셨는지 하나님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따지다보면 하나님은 다시 내게 단정하고 말하건대 구원하신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노략물이란 건 전쟁을 치루고 난 뒤 힘이 다 빠지고 나면 마지막에 얻는 전리 물이었다.

 


 마지막인 네 번째 집회 때 그레고리아 자매님이 들어오시면서 ‘애들이 열한 명밖에 없네! 하셨다. 나는 한명의 아이가 오더라도 구원만 받으면 큰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자매님이 마음써주셨던 걸 생각하니 왠지 죄송했다.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환상을 보는 줄 알았다. 아이들이 살롱을 가득 매우고 있었던 것이다.

 

 ‘열한명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동안 하나님은 복음을 들을 아이들을 불러 모으셨다. 말씀을 전할 때는 그림도 준비하지 못하고 어법도 맞지 않아서 아이들이 산만하게 굴었는데 손을 드는 시간에는 모두 죄가 없다고 했다.
 

 


 모든 집회가 끝나고 수요일 새벽 모임을 가질 때 사무엘상 17장을 폈다. 다윗이 익숙지 않은 갑옷을 두고 갔다고 했다. 나도 오랫동안 생각 없이 살아서 생각이 익숙지 못했다. 또 다윗은 골리앗의 칼로 그를 죽였다고 했다.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지 않았다면 골리앗의 칼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해결책은 바로 나를 죽일 듯 한 그 문제 자체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히브리서 4장 말씀이 생각났다. 15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 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16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어린이 집회를 통해 구원받으신 옥따비아 자매님을 시작으로 아무도 나를 원망하긴 커녕 한 시간이 넘게 간증을 쏟아냈다. 난 자원 봉사자들을 챙기지 못했는데 하나님은 그들에게도 각기 간증을 주셨다. 내 생명이 노략 물처럼 얻어진 것이다. 정말 주님이 이 쓸데없는 자를 하나님 일에 쓰셔서 헤매기만한 나에게 사람들로 하여금 감사를 듣게 하신 주님이 감사했다.

 


 구원받기 전에는 지루해서 창세기 5장을 넘기지 못하던 나인데 지금은 모든 말씀이 내게 살아 생명으로 일한 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고 놀랍다.

 능력과 뜻을 보이시고 우리 모두에게 간증을 허락하셔서 페루 월드캠프를 향해 새롭게 달려갈 힘을 주신 주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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