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3회)
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3회)
  • 한은석(10세) 파라과이 아순시온
  • 승인 2014.01.24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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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가지고 남미를 누벼요
 
세 번째 이야기 – 행복한 파라과이
아빠(한이용 선교사)가 선교사인 은석이는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다섯 살 때 볼리비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12년부터는 남아메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있는 파라과이에서 살고 있어요. 무더운 날씨와 과라니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사는 파라과이 친구들을 보며 선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은석이. 이번 달부터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날아오는 은석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글|한은석(10세) 파라과이 아순시온
 
 
2013년 11월 14일 스스로 캠프에서
아침에 기분이 좋아서 몸이 저절로 일어났다. 왜냐하면 오늘 학교에서 ‘스스로 캠프’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캠프’란 선생님 없이 우리끼리 수업을 하고 청소도 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만들어 먹는 캠프인데 정말 재미있다.
첫째 시간은 체육이라 수영장에서 농구를 했다. 물속에서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인데 내가 수영을 잘해서 여섯 골이나 넣었다. 경기가 끝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들뜬 나머지 앞을 안 보고 걷다가 어떤 형과 크게 부딪쳤다. 형이 화를 내서 얼른 사과했다.
다음 시간은 담력테스트. 형들이 강당 안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강당 안에 들어가 흩어져 있는 네 개의 카드에 이름을 적고 돌아오는 것이다. 먼저 들어간 아이들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살려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울며 뛰쳐나왔다. 겁을 먹고 허둥대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런데 막상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문을 열고 강당으로 들어가자 주위가 캄캄했다. 손전등을 켜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바닥에서 손이 쑥 나와 내 발목을 잡았다. 깜짝 놀라고 무서웠다. 그러나 곧 예수님이 생각났다. 예수님은 귀신을 이기시고 내 옆에 계시기 때문에 겁낼 것이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카드를 다 찾아 이름을 쓰고 출구를 찾아 나왔다. 강당 밖에서 수박과 아이스크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식사준비를 했다. 메뉴는 ‘아사도(asado)’다. 아사도는 스페인어로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 파라과이에서는 돼지, 소, 닭, 양, 악어 등을 구워 먹는데 나는 그 중에서 소고기가 가장 맛있다. 소금과 양념을 뿌려 익힌 고기를 한 점 물었는데 맛과 향이 정말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정리할 때, 무거운 불판을 옮기느라 힘들었다. 그동안 나는 편하게 음식을 먹었는데 식사를 준비해 준 분들이 새삼 고마웠다.
교장선생님은 스스로 캠프를 시작할 때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어린이가 되자고 하셨다. 스스로 캠프를 해 보니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해 주기만을 바라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2013년 11월 28일 하나님의 은혜
주일학교 예배가 끝날 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헌금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헌금은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는 거라고 하셨다. 나는 모아둔 돈을 헌금하려고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돈을 내기가 싫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방문턱을 넘었다가 다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가 창문을 내다보았다가 하면서 고민을 했다.

‘돈을 모아서 자전거도 사고 싶고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싶은데, 헌금을 꼭 해야 하나?’
그때 하나님께 감사한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내가 기도했을 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주셨던 것이 생각났다.
‘맞아!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많이 베풀어주셨지?’
나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모아놓은 돈을 모두 헌금했다.
누나도 모아놓았던 돈을 다 헌금했다고 했다. 누나도 나처럼 감사한 일이 많았나 보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하나님께 헌금을 한 것이 기뻤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것을 생각하니 감사했다.
 
2013년 12월 8일 떼레레 티타임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땀이 주르륵 흐른다. 오늘 기온이 37도인데 체감온도는 48도라고 한다.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교회 마당을 내다보니 친구들이 그늘에서 ‘떼레레’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마당으로 달려갔다. ‘떼레레’는 파라과이에서 즐겨 마시는 차다. 제르바라는 차 가루를 차가운 얼음물과 섞어 마신다. 뜨거운 물과 함께 먹으면 ‘마테’가 된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여름이면 여기저기 둘러앉아 떼레레를 마신다. 떼레레를 마실 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컵에 빨대 한 개를 꽂아 돌아가면서 같이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는 옆 친구가 ‘쪼옥 쪽’ 빨아 먹은 빨대로 먹으려니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떼레레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한두 번 마시다 보니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마시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콜라보다 더 시원하다. 떼레레가 없으면 뜨거운 파라과이에서 못 살 것 같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떼레레를 마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금방 저녁이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파라과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도 떼레레 티타임이 있어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둘러앉아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기 때문에 행복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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