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예루살렘 East Jerusalem
동 예루살렘 East Jerusalem
  • 관리자
  • 승인 2014.06.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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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 (18회)

 

 

옛 예루살렘 성(城)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전(全) 역사의 중심이었으며, 그 자체가 울타리 없는 거대한 박물관 같다 하겠다. 예루살렘은 예수님 전에도, 그리고 후에도 침략과 정복, 그리고 수복의 역사가 계속 반복되었다. 현재의 예루살렘은 뉴시티(new city, 신시가지)와 올드시티(old city, 구시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올드시티는 히브리 말로 ‘이르 하 아티카’라 불리며, 예루살렘 성(城)과 그 주변을 일컫는다. 이 지역을 ‘동 예루살렘’이라고 한다.
다윗이 왕이 된 후 ‘기혼의 샘’을 중심으로 성을 짓고 ‘다윗성’이라 하였는데, 지금 그 성터의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솔로몬은 지금 있는 ‘통곡의 벽’ 뒤편에 있는 ‘바위 돔’이라 불리는 모슬렘 사원 자리에 성전을 짓고 하나님께 희생을 드렸다. 그 자리는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모리아 산이다. 현재 세워져 있는 ‘바위 돔’의 황금으로 칠해진 둥근 돔을 걷어내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바위가 나온다. 솔로몬은 그 바위를 지성소 터로 삼아 성전을 지었고, 훗날 헤롯1세도 그곳을 중심으로 성전을 지었다.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헤롯왕의 화려한 궁전, 로마 주둔군의 장교 본부, 총독 관저와 법정, 죄인을 가둔 지하감옥, 그리고 로마가 보수한 도로와 민가와 시장이 그 안에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로마는 나중에 예루살렘 성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도록 도로를 정비하고, 성의 모든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군사지도를 만들어서 유사시 작전에 이용했다.

 

현재의 예루살렘 성(城)
예루살렘 성은 로마, 맘루크, 오스만투르크 등의 정복을 거치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 있는 예루살렘 성은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술레이만 황제에 의해 1537년부터 5년간 건설된 것으로, 옛 헤롯 시대의 성터를 참조하여 재건축되었다. 그래서 예수님 시대의 모습과 같지는 않지만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오스만투르크제국 시대의 흔적으로 성문들 입구에는 코란 구절이 새겨져 있다.
옛 예루살렘 성의 문은 모두 열두 개였는데, 지금은 욥바문, 새문, 다메섹문, 헤롯문, 사자문(스데반문), 황금문, 분문, 시온문, 8개가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기드론 골짜기 근처 감람산 겟세마네 맞은편에 있는 황금문은 출입로가 봉해져 닫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황금문은 왕, 즉 메시아가 출입하는 문이라고 하는데, 유대인들은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며 메시아가 오면 그 문이 열린다고 말하곤 한다. 황금문은 베드로가 앉은뱅이를 일으킨 성전의 미문으로 통하는 성문이기도 했다.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 성터는 지금 있는 성터에서 지하로 11미터 가량 내려가면 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그것은 그만큼 정복의 역사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예수님 시대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통곡의 벽’은 헤롯 성전의 서쪽 벽으로, AD 70년에 로마의 타이투스 장군이 예루살렘에서 저항하던 유대인들을 진압할 때 성전을 무너뜨리고 로마의 강성함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기념물로 남겨놓은 것이다. 통곡의 벽은 지하 17칸, 지상 11칸의 큰 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하의 돌들과 지상의 일곱 번째 돌까지가 예수님을 직접 보았던 예수님 시대의 돌들이다.

 

시온주의자들이 만든 새로운 시가지
근대에 들어와 예루살렘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당시에 헤르쩰(Herzel) 같은 시온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유대인은 터키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착지인 예루살렘 성에서 나가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유대인이 성밖으로 떠나기를 두려워해 반응이 없었다. 이에 헤르쩰과 시온주의자들은 자비(自費)를 들여서 성밖 빈터에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다. 신시가지가 처음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래도 유대인들은 성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안에 전염병이 돌면서, 병원이 준비되어 있고 깨끗한 신시가지로 하나둘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48년 5월에 이스라엘이 독립하였고, 1967년 ‘6일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아랍동맹군을 몰아내고 통곡의 벽 등 지금 예루살렘의 올드시티를 회복했다. 하지만 옛 성전 터에 세워진 모스크 사원 ‘바위 돔’은 지금도 여전히 아랍인들의 통치 지역이다. ‘바위 돔’ 혹은 ‘황금 돔’이라 불리는, 통곡의 벽 뒤에 있는 이 모스크 사원이 전쟁으로 무너지고 그 자리에 성전이 다시 지어지면 세상의 끝날이 온다고 성경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올드시티는 국제법상으로는 아직도 주인이 없는 상태다. 단지 이스라엘 정부가 강제로 점령하여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올드시티는 유대인 지역, 모슬렘 지역, 기독교인 지역, 아르메니안 지역 등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와 모슬렘과 유대교 사이의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식일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달라고 부탁했던 이웃
나는 전에 예루살렘 성안에서 집을 얻어 1년간 산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뉴시티와는 조금 달랐던 생활이 기억난다. 예루살렘 성안에서는 유대인들은 통곡의 벽을, 모슬렘들은 ‘바위 돔’을, 기독교인들은 천주교회가 ‘예수님의 무덤’이라고 주장하는 곳에 만든 분묘교회를 중심으로 저마다 자기 종교가 진리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올드시티는 관광수입이 엄청나기에 이스라엘에 없어서는 안 될 곳이지만 유대인들은 성안에서 집을 사거나 얻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유대인 지역을 제외하고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살도록 대부분의 지역을 그들에게 내주고 있다. 반대로 예루살렘 성밖의 신시가지에는 주로 유대인들이 살고 있다.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 가운데 15% 정도만 종교인으로, 그들은 율법적인 삶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안식일이나 율법을 지키는 것과는 상관없이 살고 있다. 다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유월절에 무교병을 먹는 등 유대인으로서 일부 전통을 유지하며 지킬 뿐이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매년 성탄절에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한번 드리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 하겠다.
종교인들은 율법을 지키려고 애쓰며 사는 사람이 많다. 우리 집 근처에 살았던 유대 종교인은 안식일에 나를 찾아와서 여름에는 에어컨을, 겨울에는 히터를 켜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식일에 에어컨이나 히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을 일이라고 여겨 랍비들이 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은 나에게 그 일을 부탁했는데, 일해 달라고 직접 말하거나 암시하면 안 되기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더워요” 하거나 “추워요” 하고 말했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모두 90만 명 가량이 살고 있고, 올드시티와 그 주변에는 아랍계 상인들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내가 이스라엘에 산다고 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산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아 물건값을 깎아준다.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들은 이 팔레스타인계(系) 아랍인들과 갈등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차대전 중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다비드 할아버지
유대인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마음이 강하며 굳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목이 뻣뻣한 민족이라는 마음이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이 민족을 사랑하셔서 그 중에서도 구원받을 사람들을 예비해 두셨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나는 예루살렘의 올드시티와 뉴시티에서 살면서 많은 유대인들을 만났다. 올드시티에 사는 동안에는 ‘2차 레바논전쟁’이 발발해 북부에서 예루살렘으로 피난온 유대인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통곡의 벽에서 전도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복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들 가운데 89세 된 ‘다비드’라는 할아버지는 랍비들에게 율법 교육을 받은 분이었다. 그분의 가족은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동유럽의 수용소에 끌려가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할아버지는 홀로 헝가리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다가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들어오면서 구출되었다. 헝가리 수용소에서는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대부분 총살했고, 남은 사람들은 한 달 넘게 먹을 것을 배급하지 않아 굶겨 죽이려고 했다. 총살을 면한 유대인들 중 대부분이 굶주림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군이 들어온 후 그들이 주는 통조림 같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다가 탈이 나서 많이 죽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당시의 생존자들도 다 늙어서 죽고 할아버지만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있었는데, 하나님이 왜 그분을 그때까지 살려두셨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와 그분의 의견이 달라서 복음을 전하기 어렵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할아버지가 구원받기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은혜를 입어 마침내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온 예루살렘이 구원을 얻으리라
얼마 전, 이 시대의 유대인들을 구원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박옥수 목사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주님은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롬 11:26) 하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의 중심에 예루살렘이 있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다시 사신 이곳 예루살렘에서 2천 년 전에 전해졌던 복음이 우리를 통해서 다시 유대인들에게 증거되는 것을 생각하면, 하나님 앞에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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