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예배당을 남기고 간 형제
아름다운 예배당을 남기고 간 형제
  • 박옥수 (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15.04.0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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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_183회

‘잠깐 숨이 멈춘 거겠지…’
“목사님, 제 남편이 숨을 안 쉬어요! 어떻게 해야 돼요?” “자매님,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당황하지 말고 말해요.” “어젯밤에 아무 일 없이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숨을 쉬지 않아요!” “자매님, 우선 119에 연락하고 심폐소생술을 해봐요!”
 정순호 형제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무슨 그런 일이 있어? 잠깐 숨이 멈춘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형제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장례를 치른 뒤였다. 형제의 죽음 앞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정 형제가 구원받기 전, 정 형제의 아내는 우리 교회에 나오며 예수님을 믿었고, 정 형제는 불교에 심취해 절의 주지 스님과 가까워 그분의 말을 따라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부부 사이가 점점 멀어져 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루는 형제의 아내가 찾아와 그런 사정을 이야기해 형제를 만나러 갔다. 저녁에 그 집에 가서 기다려,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형제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형제가 구원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셨지만 구원보다 큰 것은 없다. 구원받고 난 뒤 어느 누구도 이전과 같은 사람은 없다. 정 형제 역시 구원받고 새로워져서 부부가 화목한 가운데 행복하고 복된 삶을 살았다. 딸이 몸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부부가 한 마음이 되니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 쌀값만 주십시오”
얼마 후, 기쁜소식대구교회에서 예배당을 지으려고 했다. 추석 무렵 내가 대구에 갔을 때, 아직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아 형제 자매들이 텐트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김동성 목사님에게 ‘겨울이 다가오는데, 텐트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려고 하느냐?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구청에 가서 사정하면 조립식 건물은 짓게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일단 조립식 건물을 지어 예배를 드리고, 나중에 예배당을 건축한 뒤 새 건물로 옮기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후 형제 몇이 구청에 찾아갔는데, 마침 구청 직원들이 교회 일을 염려해 의논하고 있었다. “그 교회 사람들이 천막에서 겨울을 나지는 못할 거야. 그럼 겨울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을 행할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대비하지?” 그렇게 의논하고 있을 때 형제들이 찾아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조립식 건물이라도 짓게 허가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구청 직원들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여겨 허가를 내주어, 조립식 건물을 지어 겨울을 지날 수 있었다.
 하루는 김동성 목사님이 나에게 전화해 “목사님, 건축하려면 감독이 필요한데, 감독을 한 명 보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건축 허가를 받았느냐고 물으니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하여, “건축 허가만 받아요. 감독은 얼마든지 보내줄 테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김 목사님이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연락해 왔다. 감독을 보내 주어야 하는데, 보낼 만한 감독이 없었다.
 어느 주일 아침, 교회에 가니 정 형제가 나를 찾아왔다.
 “목사님, 저 한 달째 놀고 있습니다.”
 “그래요? 형제는 무슨 일을 하는데요?”
 “건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이 없어 놀고 있습니다.”
 주님 앞에 무척 감사했다. ‘이 형제가 대구 교회 건축을 맡아 하면 되겠구나!’ 그런데 형제의 건축 실력을 알지 못했기에, 괜히 일이 서툰 형제를 감독에 앉히면 문제가 될 것 같아 “형제, 내가 쌀값만 줄 테니 대구에 가서 예배당 짓는 일을 해요”라고 했다. 형제가 굉장히 기뻐했다. 생활이 몹시 어려워 그날 아침에 “하나님,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일할 테니 쌀값만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쌀값만 주겠다고 하니 기도한 대로 하나님이 응답하신 것이 정말 놀라워, 기뻐하며 대구로 가서 교회 건축 일을 시작했다.

 
‘이 귀한 일을 질그릇 같은 나에게 허락하셨습니까?’
내 우려와 달리, 형제는 많은 돈을 받고 일했던 훌륭한 건축가였다. 형제가 대구 예배당을 짓는 것을 보며 하나님 앞에 정말 감사했다. 예배당 건축이 마쳐질 즈음, 형제가 “목사님, 천장 작업을 해야 하는데 천장은 제 뜻대로 만들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천장에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였다. 질그릇 같은 자신을 복음의 일에 써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해서 천장을 질그릇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나님, 이 교회는 정말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이 아름다운 교회의 예배당을 짓는 귀한 일을 질그릇 같은 나에게 허락하셨습니까?’ 하는 마음으로 형제는 기쁜소식대구교회의 천장을 질그릇으로 표현했다. 형제는 그 형상을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며 기뻐했다.
 그 후로도 정 형제는 우리 선교회의 예배당 짓는 일을 했다. 대구 예배당 공사를 마친 후에는 인천에 가서 예배당을 지었다. 인천에서는 땅을 깊이 파 빔으로 막아야 했기에 그 비용만도 10억 원 가까이 필요했다. 형제는 그 돈을 아끼려고 여러 건축 공법을 생각해 흙막이 공사를 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큰돈을 아끼게 되어 정말 감사했다. 교회에서 보수를 넉넉히 주지 못했지만 형제는 기쁨과 행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밤잠을 설치며 머리를 짜내 일하던 형제의 모습이…
그런데 내가 케냐에서 집회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정 형제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이다. 시간을 보니, 한국은 새벽이었다.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했지만, 형제가 숨을 쉬지 않은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병원에 가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형제는 다시 우리 곁으로 오지 못했다.
 형제를 보내고 난 뒤 너무나 섭섭했다. 구원받은 성도들이 나이가 들어 죽기도 하고 병이 들어 죽기도 하는데, 하늘나라에서 다시 불러오고 싶을 만큼 마음에 사무치는 형제 자매들이 있다. 정 형제가 그랬다. ‘정 형제, 왜 갔냐? 좀 천천히 가면 안 돼…?’ 정 형제의 일생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님이 형제를 구원하신 것이 감사하고, 구원받은 후 복음을 위해 살며 마음을 다해 예배당을 짓던 형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웃던 형제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예배당을 지을 때 물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도우려고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며 머리를 짜내 일하던 모습이 한없이 아름답게 여겨졌다.
 이제 형제는 주님 품에서 편히 쉬고 있다. 형제가 건축가로서 대구 예배당과 인천 예배당을 아름답게 지어놓고 갈 수 있게 기회를 주신 하나님이 참으로 감사하다. 세상 건물만 짓다가 인생을 마칠 사람이었는데, 하나님이 구원하셔서 귀한 예배당을 짓게 하셨다. 그 예배당에서 많은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만나고, 구원받는 역사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은 질그릇 같은 인간을 쓰셨다. 정 형제는 질그릇에 불과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이 그를 통해 귀한 예배당을 지어, 그곳이 오래오래 사람들이 구원받고 성도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장소가 되었다. 이 일이 형제를 통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마음 깊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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