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이 땅에도 복음이 전해집니다
전쟁 중인 이 땅에도 복음이 전해집니다
  • 블라디미르 샤파발(우크라이나 도네츠크교회 목사)
  • 승인 2015.05.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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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에서 온 편지

 
이 도시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 도네츠크
안녕하세요? 블라디미르 샤파발입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도시 도네츠크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3년 말에 구원을 받고, 2005년에 하나님의 은혜로 신학교에 들어가 2009년에 우크라이나 서부의 ‘르보브’라는 도시로 파송을 받았습니다. 르보브에서 2년 동안 사역한 후, 우크라이나 지역 교회들 간에 사역자 이동이 있어서 저는 도네츠크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 도시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도네츠크였는데, 하나님은 저를 그곳으로 보내셨습니다.
 요즘 도네츠크의 상황이 어떤지 많은 분들이 알 것입니다. 세계의 여러 뉴스들이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수도 키예프의 중심지 마이단에서 시위가 있었을 때만 해도 도네츠크는 평안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그 시위가 전쟁으로 바뀌며 도네츠크가 이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2014년 5월 11일에 도네츠크에서 시민투표가 있었고, 투표 결과 도네츠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도시가 아닌 자치국가임을 선언했습니다.

싸우지 않는다면 도네츠크도 잃을 것
작년에 우크라이나에서 처음으로 월드캠프를 개최했습니다. 도네츠크의 학생들은 참석하기 힘들고 부모님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다섯 명의 학생이 참석했습니다. 그 학생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8:18)
 우크라이나의 남쪽 크림반도에 있는 ‘심페로폴’이라는 도시에 우리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이단 시위’가 시작되고 우크라이나에서 첫 번째로 교회를 잃어버린 곳이 크림반도였습니다. 크림반도에서 목회하던 사역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키예프에서 있었던 사역자 모임에서 박성수 목사님은 우리가 크림반도를 잃어버린 이유는 크림반도를 위해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도네츠크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도네츠크도 잃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고? 그럼 무기를 들고 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의 땅이라고 싸우라는 건가?’ 제 속에서 반발하는 마음이 일어났고,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제가 이 도시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셨고,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라는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런 권세를 주셨습니다. 제가 도네츠크를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면 하나님이 도우시고 도시를 지키시는 것입니다. 걱정이 되고 두려웠지만, 이 마음을 가지고 도네츠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내 인생에 고난이 없다면…
작년에 서부의 르보브에서 한국어 캠프가 있었습니다. 도네츠크를 빠져나갈 교통편이 없었는데 하나님이 은혜를 입혀 주셔서 아주 좋은 버스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버스를 타고 도네츠크를 벗어나면서 처음으로 도네츠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던 시내는 안전했지만 도네츠크 인근의 도시들에서는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었고, 전쟁으로 인해 온전한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전쟁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위험한 상황을 용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 인생에 어려움이 올 때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보다는 도망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도네츠크에서, 어려움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아마 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다른 어려움이 끝까지 따라올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도 도네츠크에 살고 있습니다. 도네츠크에 있으면서 복음을 전하는 이 마음은 제 마음이 아니라 100%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제 마음이 원하는 것은 그냥 평안하게 살고, 쉬고, 조용한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없다면 제가 어떻게 복음을 전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으니”(애 3:27)
 제 인생에 고난이 없다면 저는 그냥 육신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나님이 보여 주셨습니다.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제 인생은 더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문소를 지나 도네츠크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마다
도네츠크에서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와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두 나라로 나뉘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국경이 만들어지고 전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서운 검문소들이 생겼습니다. 검문소를 지나 도네츠크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면 무장한 군인들이 60세 미만 남성들의 여권을 자세히 검사합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는 키예프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와 아내는 키예프에 거주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행사에 다녀올 때마다 100%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했습니다. 국경에서 여러 번 제 여권과 모든 짐을 조사했고, 총을 쏜 적이 있는지 제 손을 살폈습니다. 어떤 때는 옷을 벗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항상 저에게서 무언가를 찾고 싶어했지만 하나님은 항상 무사히 통과하게 해 주셨습니다.

 
의용군이나 군인이나 시민들, 누구에게나 복음을 전하라
키예프에서 가졌던 사역자 모임에서 박성수 목사님은 또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분리주의자나 의용군이나 군인이나 시민들이나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실제로 군복을 입고 자동소총을 메고 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무서웠습니다. 집회 전단지를 주거나 교회에 오라고 말하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집회 포스터를 붙이면서
‘지금 붙이는 이 포스터가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붙이는 포스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용감한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3일 동안 성경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었지만 사람들이 와서 구원받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전단지에 교회 주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집회에 대해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데 끝난 집회인가요?”
 “아니오. 끝난 건 아닌데… 왜 물어보세요?”
 “집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진짜 오실 건가요?”
 그들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지만 저는 그냥 묻기만 하지 오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꼭 온다고 하는 사람에게만 교회 주소를 알려주었습니다.
 집회가 시작되고 3명이 참석했습니다. 그 중에 한 남자는 의용군이었는데, 목사의 아들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전화해서 아들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터에 있는 것을 나무랐고, 그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마음에서 죄 때문에 고통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성경 말씀을 전해보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너도 똑같이 살면서…”라고 하며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와 며칠에 걸쳐 교제하면서 하나님이 교회에 오게 하신 사람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동안 하나님이 그 속에 역사하셨습니다.
 그가 구원받았을 때 저희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검문소에 있는 그의 동료가 우리를 위해 통행증을 만들어 주어 키예프에서 갖는 사역자 모임에 극적으로 참석할 수 있었고, 이제는 아주 자유롭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가 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총성이 울리지만
도네츠크의 상황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제 마음에는 ‘이 도시에 복음이 있는 한 이 도시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저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지금 4월에 키예프에서 열리는 월드캠프에 도네츠크의 청년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도네츠크에 은혜를 입히시고 축복하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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