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 도서관(The British Library)
대영 도서관(The British Library)
  • 조인주 통신원(영국 런던)
  • 승인 2015.07.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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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기행
템즈 강과 웅장한 국회의사당, 버킹엄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들이 있는 영국. 영국을 생각하면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시민들의 알 권리와 평등한 교육을 위해 일찍이 공공도서관과 공공박물관을 만든 나라예요. 런던 시내에만 200개의 도서관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영도서관을 찾아가 봤어요.
 
런던 중심부에 있는 도서관
비와 바람이 잦은 6월의 런던에 웬일로 해가 활짝 떴어요. 날씨 덕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시내 중심부의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했어요. 이 역은 소설 <해리포터>에서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통과한 9¾ 승강장이 있어 유명해요. 역을 빠져나오자 웅장한 도서관 건물이 우뚝 서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공원이 펼쳐져 있고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책을 읽는 사람들과 견학을 왔는지 친구들과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
1753년에 설립된 대영도서관은 원래 대영박물관 안에 있다가 자료의 양이 점점 많아지자 1998년에 대영도서관으로 독립 개관했어요. 보관 장서만 약 2천 5백만 권에 이르고 국회의사록, 잡지, 음악 레코드, 지도, 그림 등 약 1억 5천만 개의 자료가 보관되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되었어요.
도서관 건물도 5층으로 된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1층에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과 갤러리, ‘대영 도서관의 보물’ 등 전시회장이 있고, 2층부터 인문학, 귀중한 책과 음악, 사회과학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는 열람실과 인터넷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3층에는 인문학과 필사본, 과학 코너와 과거의 신문을 모아둔 ‘뉴스룸’이 있고, 4층에는 동양과 아프리카에 대한 자료들과 과학 자료가 마련되어 있어요.
▲ 책의 훼손을 막고 잘 보존하기 위해 표지판에 적어놓은 주의사항을 따라야 해요.
대영도서관의 자랑거리
대영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층에 마련된 ‘대영도서관의 보물들’이라는 전시장이에요. 이곳에는 유명한 문학가들의 소장품과 역사적인 유물이 보관되어 있어 늘 관람객들로 붐벼요.
다른 곳과 달리 사진촬영이 금지된 이곳은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이 쓰던 책상, 모차르트와 헨델이 직접 그린 악보, 찰스 다윈이 쓴 편지, 가수 비틀즈가 쓴 노래 가사, 구텐베르크의 <성경복사본> 등 세계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1층 로비에는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관람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 전시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음료를 마시려고 도서관 안쪽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어요.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된 거대한 벽면기둥을 수많은 책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킹 조지 컬렉션’이라고 하는 이 서고 또한 대영도서관의 큰 자랑거리라고 해요. 조지 왕이 직접 수집한 각종 희귀본, 고서적, 초판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당시 왕의 관심사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더 놀라운 것은 눈요깃감으로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원하면 사서에게 신청해서 책을 꺼내볼 수 있다고 해요. 정말 대단하죠?
▲ 도서관 안에 마련된 카페. 카페에 앉아 킹 조지 컬렉션을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해요.

자료를 좀 더 잘 보존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자 열람실 밖 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왜 열람실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공부하는지 묻자, 열람실보다 홀이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열람실 안에 들어가 보고야 그 뜻을 알 수 있었어요.
이곳의 모든 자료들은 훼손을 막기 위해 이용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어요. 먼저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 등록카드를 만들어야 해요. 외국인의 경우 여권과 지금 살고 있는 집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확인서류가 필요해요. 또 등록카드를 만드는 이유와 어떤 책을 보려고 하는지 등을 적고 사서와 인터뷰를 해야 카드를 발급해 줘요. 18세 이하의 학생들은 보호자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반드시 이용목적을 기록해야 해요. 열람실에 들어갈 때는 손이 젖어 있으면 안 되고, 큰 가방과 볼펜은 가져갈 수 없어요. 연필만 허용이 된답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무음상태로만 사용해야 하고, 음식이나 뾰족한 물건, 겉옷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 그래서 큰 가방이나 겉옷을 맡기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허용이 되는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들어가야 해요. 워낙 오래되고 중요한 자료들이 많은 도서관인 만큼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었어요.
열람실 안의 분위기도 다른 도서관보다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서고의 배열은 일렬로 단순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워낙 책이 많다보니 사서의 도움을 받아 책을 찾아야 해요.
▲ 열람실 안에서는 최소한의 소지품만 가지고 책을 보거나 자료를 찾기 때문에 무척 조용해요.
영국의 전통과 역사, 세계의 지식이 한자리에
3층에 올라가 건물 안을 내려다보니 도서관 건물의 멋진 공간과 이용객들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영국인들뿐 아니라 외국 여행객들도 많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부터 학교에서 단체로 열람을 온 초등학생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알파벳보다 먼저 책 읽는 습관을 배운다는 영국의 어린이들은 동네마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고, 이렇게 방대하고 멋진 대영도서관이 있어서 늘 책과 함께하고 있어요.
영국의 전통과 역사, 세계의 모든 지식이 한곳에 모여 있는 대영박물관. 키즈마인드 독자들도 영국에 오면 꼭 들러보세요.
▲ 쇠고랑이 매달린 커다란 책 모양의 조각품.‘역사 위에 앉아서’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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