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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케렘성지 순례(33회)
장주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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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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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어머니 처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유대에 속한 한 산동네로 달려가서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엘리사벳의 뱃속에서 아기 세례 요한이 기뻐하며 뛰놀았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마음에서부터 충만한 기쁨이 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만났던 유다의 작은 산동네를 가보자.

유대의 산지 마을이었던 엔케렘
엔케렘은 예루살렘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4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예루살렘 외곽의 작은 마을이다. 해발 660미터 가량 되는 곳으로,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집들이 듬성듬성 자리해 그야말로 산 위의 동네처럼 보인다. 엔케렘에는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고, 그들은 모두 가나안 족속의 일부라고 고고학자들은 추측한다. 엔케렘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이곳이 고대 가나안 족속들이 정착했던 곳 가운데 하나임을 말해 준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유대의 산지 마을이었던 엔케렘은 예수님 시대를 한참 지나 4세기 이후부터 카톨릭과 그리스정교회의 손길이 닿으면서 성지화되기 시작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이 독립전쟁을 거치면서는 쫓겨난 아랍인들의 거처가 되었다. 그 후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확장을 시작하면서 엔케렘은 예루살렘에 속한 작은 위성도시 같은 성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은 유대인들이 정착하여 사는,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예루살렘 외곽의 운치 있는 명소가 되었다. 엔케렘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삭막한 예루살렘과 달리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솟아 있는 전형적인 산동네로 보기도 좋고 공기도 좋다는 것이다.

유대인 친구, 샬롬
엔케렘에 사는 ‘샬롬’이라는 유대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안식일을 함께 보내는 동안 엔케렘을 다시 자세히 둘러보았다. 샬롬의 집안은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전부터 엔케렘에 대를 이어 정착하여 살고 있었다. 샬롬은 화물선의 선장으로 배를 타고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며 살다가 배 타는 것을 그만두고 이스라엘로 돌아와 정착한 곳이 고향 엔케렘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지는 않지만 세례 요한이 엔케렘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다음에 만나 성경공부를 할 때에는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세례 요한과 예수님이 만나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자신의 모든 죄가 제사장의 아들 세례 요한에게서 하나님의 어린양인 예수님에게로 다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난 곳
성경 속에서 엔케렘은 구약보다 신약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엔케렘이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성경학자들은 누가복음 1장에서 마리아와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의 만남이 이루어진 장소, 곧 세례 요한의 고향 마을로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목해 왔다.
 마리아가 갈릴리의 나사렛에서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할 때, 가브리엘 천사가 늙어서 수태하지 못하던 그녀의 친족 엘리사벳도 수태하여 이미 여섯 달이 지난 이야기를 전하며 ‘하나님의 말씀이 믿는 자에게 능력이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눅 1:36~37). 그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가 급히 유대의 한 산중 동네에 이르러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눅 1:39~40). 그 동네가 바로 엔케렘이라고 여기고 있다. 성경학자들은 구약의 예레미야 6장 1절에 나오는 ‘벧학게렘’이 엔케렘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벧학게렘은 엔케렘 입구에 있는 동네인데, 지금의 엔케렘이 구약 시대에는 벧학게렘이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엔케렘은 히브리말로 ‘포도원의 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벧학게렘은 ‘포도원의 집’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엔케렘은 세례 요한과 관련된 이야기들 까닭에 관광객들, 특별히 기독교인들에게 기억되는 곳이다. 언덕 곳곳에 세례 요한, 그리고 마리아를 기념하는 수도원과 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마리아의 생수’라 이름하는 샘터에서 물을 받아 세수를 했다. 이 생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다. 세수한 후, 언덕 위로 나 있는 길로 곧장 올라가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마리아 방문 기념 교회’를 찾아가 보았다. 물론, 성당이 세워진 곳이 사가랴의 집터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카톨릭에서 그곳이 사가랴의 집터라고 정했을 뿐 증명할 자료는 없다. 그 성당에 유명한 동상이 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나는 동상으로, 배가 좀 더 부른 쪽이 엘리사벳이다. 그런데 두 여자에게 왜 수녀복을 입혀 놓았는지는 의문이다.
 성경학자들 가운데에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석 달을 머문 것을 근거로(눅 1:56), ‘마리아가 잉태한 후 핍박을 피해 엘리사벳에게 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누가복음 1장을 자세히 읽어 보면, 마리아는 수태치 못하던 엘리사벳이 잉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실이 너무 궁금하고, 또한 기뻐서 엘리사벳을 만나러 빨리 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핍박을 피해 도망간 것이 아니라 엘리사벳이 어떻게 잉태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고, 또 자신에게 임한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서 지체 없이 달려갔음을 알 수 있다.
 성경에서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충만하게 주主를 증거하며 마음에 어떻게 말씀이 임했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두려움이나 염려나 어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인하여 마음이 충만한 것을 볼 수 있다. 엘리사벳은 기쁨으로 나아오는 마리아에게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믿은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라고 하였고, “주께서 그에게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리라.” 하였다. 마리아는 하나님이 비천한 자신에게 준 충만한 마음을 간증했다(눅 1:46~55). 그날부터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 석 달을 머물렀다.

 

   
 

“안식일에는 엔케렘으로 와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세요”
‘마리아 방문 기념 교회’ 근처에는 ‘세례 요한 탄생 기념 교회’가 있다. 많은 관광객, 특히 카톨릭과 그리스정교회 신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이 두 성당이다. 엔케렘은 이처럼 기독교인들에게는 세례 요한을 기념하는 곳으로, 일반 유대인들에게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또, 엔케렘에서는 안식일에도 여유로운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다. 예루살렘과 달리 안식일에도 식당이나 커피숍 등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안식일에는 엔케렘으로 와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세요” 이런 문구들이 안식일에 식상한 일반 유대인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유대교인이 아닌 유대인들은 회당에 가는 대신 가족들과 함께 엔케렘에 와서 식사도 하고 여가를 즐기며 즐겁게 보낸다.
 엔케렘에는 특별히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 주인이 직접 만들어 파는 이 아이스크림을 엔케렘으로 놀러오는 모든 연인들은 맛보아야 한다는 소문이 돌아 엔케렘을 방문하는 커플들에게 인기가 높다. 먹어 보면 특별한 맛이 없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유대인들의 번뜩이는 상술을 엿볼 수 있다.

 

   
 

헤롯 안티파스에게 죽임 당한 세례 요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산동네 엔케렘의 어딘가에서 세례 요한은 어머니 엘리사벳의 뱃속에서 마리아 안에 잉태된 예수님을 만났을 것이다.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고, 예수님 시대에 유대의 산지 마을이었기에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엔케렘에서 태어난 세례 요한은 장성하여 빈 들로 가고, 유대광야 쪽 요단강 어귀에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베풀며 예수님을 기다리는 삶을 산다.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는 요한이 태어났을 때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가 선지자 엘리야의 심정으로 예수님이 오시는 길을 예비하러 왔음을 알린다. 그가 죄 사함의 복음을 사람들에게 알게 하기 위해 준비된 사람인 것을 증거한다(눅 1:77). 세례
요한의 인생에서 예수님이 이루실 영원한 속죄를 뺀다면, 그의 인생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례 요한은 헤롯 안티파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헤롯 안티파스가 그의 이복동생 헤롯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한 것을 세례 요한이 부당하다고 맹렬히 비판했고, 헤롯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죄로 인해 괴로워했다. 그만큼 회개에 대한 요한의 말씀들은 신선했다. 하지만 헤롯 안티파스는 세례 요한을 옥에 가두고, 헤로디아와 그녀의 딸 살로메의 간계로 세례 요한의 목을 벤다.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 만 것이다(마 14:3~10). 그 후 갈릴리 지방에서 일하신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을 때 그는 세례 요한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 하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에 빌라도가 예수님을 그에게 보냈을 때에도 높은 마음을 꺾지 못해 눈앞에서 자신의 메시아를 비웃고 그냥 돌려보냈다. 그 후 그는 다메섹 전쟁에서 패해 비참한 말로를 걷는다. 지금은 고통 가운데에서 얼마나 후회하고 있겠는가?
 엔케렘에서 새벽에 숲길을 걸으며 기도했다. 잠시 후 아침해가 떠올랐는데, 오솔길 앞에 짐승들이 보였다. 긴 꼬리에 짙은 황색 털을 가진, 개와 비슷하게 생긴 짐승 다섯 마리가 인기척을 듣고 숲 속으로 도망쳤다. 가만히 보니 여우였다. 엔케렘의 골짜기에는 여우, 너구리 등이 산다. 그런 짐승들이 새벽에 자주 나오기에 여자들은 산책하러 갈 때 큰 개를 데리고 간다고 샬롬이 일러주었다. 예수님이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 안티파스를 가리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가서 저 여우에게 이르되…”(눅 13:32)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하나님의 사람을 대적하는 그를 교활한 여우에 비유하셨다.

 

   
 

샬롬의 딸이 인형을 생각하는 것처럼
엔케렘을 둘러보며 몇 가지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엔케렘은 기념 교회들을 가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복음에 나오는 대로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어떻게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였는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장소였다.
 엔케렘에 사는 유대인 친구 샬롬에게는 여덟 살 난 딸이 있다. 하루는 샬롬이 딸에게 인형을 선물했는데, 아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밥을 먹을 때에도 밥상 위에 인형을 올려놓고, 잠을 잘 때에도 인형을 안고 자고, 학교에 갈 때에도 엄마 몰래 가방에서 책을 하나 빼내고 인형을 넣어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하루종일 즐거워한다고 한다. 샬롬의 딸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깊어졌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을 그 아이가 인형을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에 생각하고 살까? 하나님의 사람이 교회에서 전해 주는 하나님의 말씀을 나는 그 아이처럼 밥을 먹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어디를 가든지 생각하고 묵상하는가? 내 마음의 가방에서 다른 것은 빼내고 말씀을 넣어서 누구를 만나든지 바로 말씀을 꺼내 그것부터 증거하며 사는가?
 만약 우리가 샬롬의 딸이 인형에 반응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한다면 우리 마음이 얼마나 가볍고 복되겠는가? 무시를 받아도 마음에 말씀이 있기에 마음 상하지 않고 기쁘고 감사하며, 어려움을 당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사렛에서 예루살렘을 지나 엔케렘까지?
누가복음에서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만나기 위해 일어나 엔케렘으로 달려갔다.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속에 임한 천사가 전해준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나누려고 말이다. 나사렛에서 예루살렘을 지나 엔케렘까지? 차로 세 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마리아의 마음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가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마리아는 자신이 비천한 계집종이라고 스스로 말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었다. 말씀을 믿어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마리아가 달려가서 엘리사벳을 만난 곳, 엔케렘. 그곳을 돌아보며 우리도 하나님이 전해 주신 말씀을 마음에 담아 어디든지 달려가서 증거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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