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무전전도여행
케냐 무전전도여행
  • 안명원, 조서인, 김아현, 방미혜
  • 승인 2016.10.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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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나이로비에서 승용차로 5시간 거리인 메루Meru로 4박 5일간 무전전도여행을 갔다. 8월 22일 아침,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고속도로 부근에 있는 마타투 스테이션(봉고차 정류소)에 도착하니, 기사들이 자기 차를 타라며 우리에게 몰려왔다.
 “저는 좋은 집도 있고 좋은 차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메루에 복음을 전하러 갑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을 보고 싶습니다.”
 기사들은 백인이 돈이 없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돈이 있어야 표를 살 수 있지만 돈이 없어도 메루에 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많은 차들이 우리를 지나쳐 갔고, 15분 정도 지나자 기사 한 분이 우리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하나님이 준비하신 차들을 타고 하루가 걸려 목적지인 메루에 도착했다.
 메루는 하늘에 손을 뻗으면 구름에 닿을 듯 경관이 굉장히 아름답고 공기도 신선했다. 작년 무전전도여행 때 숙박을 허락해 주신 할아버지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선뜻 자신의 집에서 머물며 복음을 전하길 바라셨다. 하나님이 그곳에 머무는 것을 기뻐하여 준비하셨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도여행 중에 하나님이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셨다. 길을 걷다가 10대 후반의 여학생을 만났다. 동네에 백인들이 다니는 것이 신기해서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메루는 카돌릭 신자들이 많은 지역인데, 그 학생도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했다. 학생을 따라 집에 가보니 집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작은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동네 어른들이 자신을 키웠다고 했다. 부모님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보살펴 주는 이도 없이 아주 허름한 방에서 자라 철없는 학생이 무척 안쓰러웠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중학생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인지 그 여학생이 더욱 안쓰럽게 보였다. ‘복음만이 이 학생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학생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전도하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학생 또한 회개기도를 하면 자신의 죄를 사함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학생에게 성경을 펴고 말씀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로마서 6장 23절 “죄의 삯은 사망이요”라는 구절을 폈다.
 “성경에는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적혀 있어. 너의 간절한 기도로 죄가 사해지는 것이 아니야. 너의 선한 행위나 선한 마음가짐으로 죄가 사해지는 것도 아니야.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하였고, 여기서 사망은 우리가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말하는 거야.”
 평소에 잘하지 못하는 영어지만 복음을 전할 때면 영어가 입에서 신기하게 술술 흘러나왔다. 여학생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네 생각을 믿을래, 말씀을 믿을래?”
 학생은 마음을 말씀 편으로 옮겨 복음을 받아들였다. 내가 구원받은 후 교회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듯이 이 학생도 복음 안에서 성장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전도여행을 하다 보면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길을 걷다 보면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가도 사람들을 만나 성경을 펴고 말씀을 전하기 시작하면 무력함이 금세 사라진다. 하나님은 우리가 온 마음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마음을 모아주셨다.
 한번은 나무 그늘 아래 모여 계신 동네 어른들에게 다가갔다. 백인들이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신기해 쳐다보셨다. 내 소개를 짧게 하고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하자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다.  케냐 사람들은 누구든 하나님 이야기를 하면 모두 귀를 기울여 들으려고 한다. 케냐는 복 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계신 할아버지의 아들이 사는 동네에 가서도 복음을 전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역시 무척 기뻤다.
 시장에서 바나나와 토마토 몇 개를 놓고 장사하는 아주머니, 동네 어른들, 어린 동생을 업고 다니는 어린이 등등 삶의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마음은 똑같았다. 모두 자신이 죄인이라고 하면서도 천국에 갈 수 있는 믿음을 갖고 있는 죄인이라고 했다. 하나님을 믿지만 한 번도 성경에서 무엇이라고 하는지 확인해 보지 않고 살고 있었다.
 

 

전도여행 중에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왜 성경에서 확인하지 않으세요?”였다. 그때마다 내가 전하는 말씀들이 순간순간 나에게도 되돌아와 나를 가르쳤다. 나 역시 얼마나 오랫동안 하나님의 말씀에서 확인하지 않고 내 생각을 믿고 내 감정을 믿고 내 생각으로 결정하며 살아왔는지 말이다. 그동안 복음을 전하지 않고 일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살았는데,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복음을 전해야 된다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새겨주시는 것 같았다.
 올해 초 박옥수 목사님과 교제할 때, 목사님은 생각과 말씀을 분리하고 정리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나 자신을 신뢰하는 순간부터 종의 음성을 무시하고 내 판단과 감정을 따라 살았는데, 무전전도여행 기간 동안 목사님이 교제해주신 말씀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람들에게 생각과 말씀을 구분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내 마음에 있던 오만 가지 감정들도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성경 말씀을 찾고 또 말씀을 전하고, 그 어느 때보다 내 영혼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 12:1)
 하나님은 전도여행에서 이 말씀을  내 마음에 세워주셨다. 지금 머물고 있는 내 마음, 내 생각에서 떠나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말씀하시는 편으로 마음을 옮기길 바라신다는 것을 말이다.

 

케냐에 온 지 어느 덧 5년째. 하나님이 케냐에서 일하시는 것을 보면 감사하고 기뻤지만 정작 나는 내 생각에 갇혀 살았다. 내 마음을 아신 안명원 사모님의 권유로 무전전도여행을 떠났다. 나이로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출발부터 막막했지만 하나님이 마타투 기사의 마음을 열어주어 도착지인 엠부로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잘 곳을 구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가 히브리서 10장 10절 “이 뜻을 좇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라는 말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구원을 확신했다. 우리는 아주머니가 잠잘 곳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아주머니는 자신이 주인이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방법을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것을 만나고 싶어 복음만을 전하러 다녔다.
 그때 한 아저씨를 만났고, 저택 같은 그의 집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아침마다 우리를 시내로 태워 주셨고, 저녁에 우리를 데리러 와 주셨다. 그리고 최고급 음식으로 우리를 대접하셨다. 하나님이 준비해 주신 것이 너무 놀라왔다.
 복음을 전하다 폴린이라는 싱글맘을 만났다. 아이 둘을 낳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복음을 전하자 매일 죄를 짓는데 어떻게 의인이 될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나는 사람의 기준과 하나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하나님에게 아무 상관이 없음을 말해 주었다. 폴린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말씀이 거룩하다고 하면 거룩한 건데 왜 믿지 못할까?’ 안타까웠다. 그러나 나 역시 폴린과 다를 바 없음을 알았다. 폴린과 교제하는 동안 내 마음에 복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얼마 후 폴린이 구원을 확신해 무척 기뻤다.
 반가운 부부도 만났다. 바로 GBS채널 애청자였다. 나의 남편(김시준 형제)이 GBS방송국의 매니저라고 소개하자 무척 신기해하며 반가워했다. 그들은 우리 교회 주일 예배 말씀이 3중 통역으로 전해지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부부에게 복음을 마음껏 전했고, 그들이 말씀 앞에 마음을 옮겨 구원받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이 그들을 만나게 하시려고 우리를 보내신 것이 아주 감사했다. 복음을 전할 수록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우리를 도우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았다.

 

 그동안 나는 내 마음에 복음을 향한 마음이 없는데 복음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고통스러웠다. 내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찾으려고 했으니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었다. 그러나 전도여행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대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더듬다 보니 내 안에는 답이 없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만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나님이 ‘의롭다’ 하셨고 ‘온전하다’ 하신 것이 정답이었다. 하나님은 그것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복음을 전하면서 하나님만 이야기하고 말씀만 믿으니 나의 가족과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다 사라졌다. 
 무전전도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 조는 호강하면서 복음 전했다. 아침 저녁으로 우리를 픽업해 주는 차가 있었고, 좋은 집이 있었고, 우리를 섬겨주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었다. 전도여행을 출발할 때는 두 개의 가방을 메고 갔지만 돌아갈 때는 세 개의 가방과 여러 개의 봉지를 들고 와야 했다. 끝까지 우리를 도우신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어요
김아현(케냐 기쁜소식나이로비교회)

 

처음 이틀 동안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없는 집에서 지냈고, 나머지 이틀 동안은 전기도 들어오고 물도 있는 집에서 지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처음에는 고생하는 것이 싫어 ‘내가 왜 무전전도여행을 왔지?’라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다. 중간에 나이로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이 감사로 바뀌며 내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했고, 복음을 들었다는 사실도 감사했다. ‘내가 만약 아프리카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났다면 복음도 듣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다 지옥에 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에게 복음을 전한 후 바나나를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무전전도여행을 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지 알았다.

구원도 확신하고 고민도 해결했다
방미혜(케냐 기쁜소식나이로비교회)

 

사모님과 함께 여섯 번의 히치하이킹을 하며 메루에 도착했다. 처음 가본 무전전도여행이라 모든 것이 아주 신기했다.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사모님이 전하시는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 그대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평소에 듣기만 하던 복음을 전할 수 있어서 무척 감사했다. 복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무엇보다 사모님이 내 마음을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게 교제해 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나는 자주 구원받은 것을 의심했는데, 사모님과 교제하며 구원은 내 행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보는 것임을 정확히 알았다. 그리고 구원을 받으면 하나님이 성령을 선물로 주시기에 성령이 나를 이끄신다는 말씀도 받았다. 구원도 확신하고 고민도 해결할 수 있어 무척 감사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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