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과 앉은뱅이(하)
소경과 앉은뱅이(하)
  • 이가희
  • 승인 2017.03.14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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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건너 마을에는 앉은뱅이가 살고 있었어요. 앉은뱅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약해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아서만 지냈어요. 앉은뱅이는 잔치 소식을 듣고 대문 앞에 나와 앉았어요. 마침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궁궐 잔치에 가고 있었어요.

“오늘 잔치를 하려고 송아지를 100마리나 잡았다더군.”

“하하하, 맛있겠다. 빨리 가서 좋은 자리에 앉아야지.”

“임금님 얼굴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성취 하네요.”

앉은뱅이는 그 사람들을 보며 눈물지었어요.

“나도 임금님의 잔치에 가면 좋으련만….”

 

그때 저쪽에서 마차 한 대가 달려왔어요.

“옳거니! 저거면 되겠다.”

앉은뱅이는 팔을 흔들며 소리쳤어요.

“이보시오, 마부 양반! 나 좀 태워주시오.”

“무슨 일입니까?”

“궁궐에서 열린 잔치에 가고 싶은데 보다시피 나는 걸을 수가 없소. 미안하지만 나를 궁궐까지 태워다줄 수 있겠소?”

앉은뱅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마부는 흔쾌히 허락했어요.

“좋소! 그런데 짐칸에 타야 해서 많이 불편할 겁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자, 어서 갑시다.”

앉은뱅이는 마차를 얻어 타고 궁궐로 향했어요. 마차는 부리나케 달려 이제 숲 하나만 지나면 궁궐에 도착할 참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마차를 막아섰어요.

“으하하하!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나?”

“으악, 산적이다!”

앉은뱅이는 앞에서 마부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산적 중 한 사람이 험악한 인상을 쓰며 말했어요.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짐을 내리시지.”

마부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흥, 내가 마부 경력이 몇 년째인데, 순순히 내줄 것 같으냐?’

그러더니 전속력으로 말을 몰기 시작했어요.

“이럇! 달려라, 달려!”

마차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쏜살같이 달렸어요. 짐칸이 이리저리 덜컹덜컹, 앉은뱅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이구, 다 부서지겠다! 사람 살려!”

그때 마차 바퀴가 커다란 돌부리에 부딪쳤어요. 그 바람에 짐칸에 타고 있던 앉은뱅이의 몸이 붕 떠올라 길가로 떨어졌어요.

“아이고, 아이고, 사람 죽네.”

 

앉은뱅이는 언덕길을 데굴데굴 굴러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어요.

“맨바닥에서도 겨우 기는 내가 진흙탕에 빠졌으니 이를 어쩐다?”

그곳은 몇 시간 전에 소경이 떨어진 곳과 가까운 곳이었어요. 인기척을 듣고 소경이 소리쳤어요.

“여보세요! 나 좀 도와주세요.”

“엥? 이런 진흙탕에서 뭐하시오?”

“나는 앞을 못 보는 소경이에요. 길을 잃고 여기에 떨어져서 몇 시간 째 꼼짝도 못하고 있어요. 나 좀 여기서 끌어내 주세요.”

“미안하지만 도와줄 수가 없소.”

“아니, 왜요?”

“나는 앉은뱅이라 걷지를 못하오. 두 팔을 이용해 겨우 꿈적거리는데 이런 진흙탕에 빠지니 꼼짝도 못하겠소.”

“에휴!”

사람을 만나 반가운 것도 잠시, 소경은 다시 실의에 빠졌어요.

 

 

그러다가 소경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저기요, 우리가 여기서 벗어날 길이 있어요.”

“그게 뭐요?”

“나는 앞을 못 보지만 다리는 튼튼해요. 댁은 걷지는 못하지만 눈은 밝지요? 그러니 내게 업혀서 길을 알려주세요.”

“엥? 안 될 말씀! 내가 걷지를 못하다보니 살이 쪄서 꽤 무거운데 어떻게…”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허리, 다리는 무척 튼튼합니다. 자, 어서 이쪽으로 와서 내 등에 업히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초면에 남의 등에….”

소경이 소리를 빽 질렀어요.

“그럼 이 진흙탕에서 평생 살 거예요?”

“아, 아니오. 그건 아니오.”

“그럼 어서 내 등에 업히세요. 어느 쪽으로 가면 좋을지 알려만 주세요.”

앉은뱅이는 어쩔 수 없이 소경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어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실례를 하겠소.”

소경은 앉은뱅이를 업고 앉은뱅이가 가르쳐주는 대로 걸어서 진흙탕을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소경 양반, 든든하게 업어주니 꼭 내가 꼭 걸어가는 것 같소. 이제 마른 땅에 다 왔소.”

소경은 앉은뱅이를 내려주며 말했어요.

“휴,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다리도 불편하면서 어딜 가는 길이세요?”

“임금님이 장애인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주었다기에 궁궐에 가는 길이었소.”

“나도 거기 가던 길인데!”

소경과 앉은뱅이는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어요. 소경이 말했어요.

“그러면 우리 계속 같이 갑시다. 다시 내 등에 업혀 길을 알려주세요.”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렇게 해서 소경과 앉은뱅이는 함께 궁궐로 향했어요. 궁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어요.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실컷 먹을 수 있었어요.

소경이 앉은뱅이를 업고 다니는 것을 임금님이 보았어요.

“저기를 보아라. 소경은 앉은뱅이의 다리가 되어주고, 앉은뱅이는 소경의 눈이 되어 여기까지 왔구나!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들에게 상을 베풀어야겠다.”

소경과 앉은뱅이는 생각지도 못하게 임금님께 상을 받아 기뻐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냐고요? 둘은 다정한 이웃이 되어 평생 서로 도우며 살았다지요.

 

 

<생각해 볼까요?>

* 궁궐 잔치에 가던 앉은뱅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 소경과 앉은뱅이는 어떻게 진흙탕에서 벗어났나요?

* 앉은뱅이와 소경이 서로 도왔을 때 행복해진 것처럼,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을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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