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네 명의 아이를 품은 엄마
[라이프] 네 명의 아이를 품은 엄마
  • 글 | 장미진(기쁜소식강남교회)
  • 승인 2024.02.0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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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기쁜소식
포토 에세이_ 행복 육아
2023년 부산에서 가진 여름캠프에서
온 가족이 함께(김상일, 장미진 부부와 네 아이들)

 

지난 1월 9일은 결혼기념일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14년 동안 함께한 남편, 그리고 네 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다.
작년 한 해는 아이들이 각자 위치에서 너무나 바쁘고 행복하게 보냈다. 첫째 딸은 6학년인데 주일학교 댄스 동아리 사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밝고 행복하게 지냈고, 둘째 아들은 3학년인데 새소리어린이합창단과 댄스 동아리 사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바쁘고 힘있게 보냈다. 그리고 셋째 아들은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에 찬조 출연하는 꼬마 산타로 무대에 서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했다.
아이들의 서로 다른 연습 일정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가야 해서 나는 아프거나 작은 사고라도 나면 안 되었다. 그때는 그게 일상이라고 생각했기에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다시 돌아보니 하나님이 정말 우리 가족을 지켜주셨다는 마음이 든다.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색깔이 달라서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아픈 것도 제각각이어서 하루에 소아청소년과, 치과, 안과, 정형외과를 다 다닌 적도 있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의 일은 잊히지 않는다.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고 아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때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서 상담하고 안수기도를 받았는데, 상담을 받기 전과 후의 분위기가 대반전이었다. 목사님은 우리 부부의 첫 아이 임신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하면서 “걱정하지 마. 정말 예쁜 아이를 주실 거야. 그런 건 병도 아니야.”라고 하셨다. 몇 주 뒤에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하니, 거짓말처럼 빈혈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 같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네 명의 아이를 다 낳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더 건강해진 거 같다고 하신다. 그때의 일은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다.
네 명의 아이 중 첫째가 성격이 가장 활발하고 밝고 건강하고 재미가 있어서 동생들에게도 긍정 에너지를 주고 있다. 집안일도 척척 도와주고 정말 최고의 딸로 잘 자라주었다. 

청년 시절에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혼하고 만나는 어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하나님은 우리 부부가 교회와 하나님과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셨다. 셋째는 태어나고 4개월쯤 됐을 때 40도가 넘는 고열이 자주 발생해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다. 요로감염이라서 큰 병은 아니지만, 아직 4개월밖에 안 된 어린 아기 몸에 주삿바늘이 들어가야 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 마음을 졸이고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술 당일,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목사님에게 연락드리면서 내 모든 마음은 아이가 더 건강해질 것을 소망하는 데로 마음을 옮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년 시절에 나는 아이들도 안 좋아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고, 내가 조금도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인생은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시작됐다는 마음이 든다. 친한 친구 중에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까봐, 아니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친구를 종종 보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항상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결혼은 꼭 해야 하고 아이가 생기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생기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이다. 물론 아이를 낳으면 희생도 필요하고, 내 시간도 사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대신 안정감이 생기고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데도 아이들은 지금도 ‘우리 엄마가 최고’라며 서로 안아달라고 한꺼번에 몰려와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내가 아이들과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과거에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소소한 추억을 나눌 때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사진, 처음 ‘엄마’라고 말하는 영상, 걸음마를 시작한 사진, 혼나는 영상 등등,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의 우리 가족을 보면서 이야기 나눌 때 매번 신기하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아무 어려움 없이 만들어 주신 게 아니라, 정말 하나님이 아니면 안 될 일들을 주셔서 우리 부부의 마음을 네 명 아이를 품고 살 수 있게 넉넉하게 넓혀주셨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산후 우울증에 걸릴 겨를도 없이 정말 정신없고 바쁘게 보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이사를 여섯 번 이상 한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큰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조금 멀리 가서 넓은 집에서 편하게 살면 행복할 거라는 마음이 자주 충동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교회가 있는 이곳보다 좋은 동네가 없고 우리는 교회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정리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 2년이 됐다. 아이들이 가장 원했던 집이고 남편이 오랜 시간 봐왔던 집이었는데 하나님은 우리 마음이 한마음으로 정리됐을 때 이 집으로 너무 쉽게 입주하게 해주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면 ‘와, 내가 이렇게 많이 낳았어? 저렇게 많이 컸어?’ 하고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는 앞으로도 더 많은 문제와 행복이 공존하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거 같다. 올해는 두 명의 아이가 졸업해서 졸업식도 두 번 가야 하는데 정말 감회가 새롭다. 새로운 시작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잘 이겨내고 몸과 마음이 건전하고 바른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온전히 나에게 주신 이 축복에 감사하고, 때로는 싸우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고 아름답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2024년에는 하나님이 또 어떤 에피소드를 남겨주실지 기대가 된다. 우리 부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인 네 명의 아이들 현서, 동건, 동윤, 서현이.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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