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공과 은행가
구두 수선공과 은행가
  • 원작 라 퐁텐
  • 승인 2024.03.0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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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룰루랄라,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었어~”
오늘도 그레고리는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레고리는 
사람들의 낡은 구두를 고쳐주는 구두 수선공이에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서 근근이 생활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서 열심히 일했지요.
“룰루랄라, 룰룰루! 구두를 깨끗이 닦자!”
그레고리는 구두를 수선할 때도, 집에 있을 때도 늘 흥얼거렸어요. 
사람들은 그런 그레고리를 보며 감탄했어요. 
“정말 대단해. 항상 즐겁게 일을 하다니!”  

 

그레고리의 옆집에는 부자 은행가가 살았어요. 은행가는 큰 집에서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냈지요. 그런데도 은행가는 즐겁지 않았어요. 노래를 부르기는커녕 잠을 푹 자지 못해 늘 투덜댔어요. 
은행 일과 돈 문제로 고민하느라 밤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기 때문이에요.

겨우 잠들었지만, 은행가는 아침 일찍 옆집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어휴, 저 사람은 뭐가 좋다고 아침부터 노래야!”
짜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레고리가 늘 노래하는 이유도 궁금해진 은행가는 옆집을 찾아갔어요. 
“이보게, 그레고리!”
“아, 어서 오세요. 구두를 고치시게요?”
“그게 아니고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네.”
“네, 제가 알려드릴 것이 뭐가 있을까요?”
“자네는 항상 흥얼거리던데, 돈을 얼마나 많이 벌기에 그렇게 즐거운가?”

 

그레고리는 은행가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어요.   
“어이구, 많이 벌기는요. 온종일 낡은 구두 몇 켤레 고치고 받는 돈이 얼마나 되겠어요? 하지만 매일 먹을 양식을 살 수 있고, 아픈 데 없이 일하고, 망가진 구두를 들고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괜찮아요. 물론 일거리가 아예 없는 날은 걱정이 조금 되지만요.”
그레고리의 대답에 은행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그레고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지요. 

“내가 자네의 걱정을 덜어줘도 되겠나?”
“네?”
“일거리가 없는 날에도 즐거울 수 있게 내가 자네에게 돈을 주겠네.”
은행가는 그레고리에게 큰돈을 주고 돌아갔어요. 뜻밖의 돈을 받은 그레고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돈을 어디에 둘지 궁리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넣어둘 곳이 마땅치 않아 그레고리는 돈을 구멍난 벽에 넣어두었어요. 

 

그날 밤부터 그레고리는 깊이 잠들지 못했어요. 돈이 없어지거나 누군가 훔쳐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다음 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돈 걱정에 긴장이 되어 노래를 부를 마음은 아예 사라졌지요. 그레고리는 어쩌다 고양이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랐고, 매일 잠을 설치다 보니 머리가 자주 아프고 어지러웠어요.

“다 저 돈 때문이야. 이렇게 더는 못 살겠어!”
그레고리는 견디다 못해 돈을 들고 은행가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지요. 

 

“돈이 많아져서 삶이 풍요로워질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듭니다. 노래 부를 마음도, 일할 마음도,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할 마음도 모두 사라졌어요. 저를 생각해주신 마음은 감사하지만, 돈을 모두 가져가 주세요.”
그레고리는 은행가에게 정중히 돈을 돌려주었어요.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답니다. 그레고리의 집에서는 다시 즐거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와 마을 곳곳으로 퍼져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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