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에이즈 추모행사날 2만 관중 앞에 둘러싸인 말라위 단기들
[말라위] 에이즈 추모행사날 2만 관중 앞에 둘러싸인 말라위 단기들
  • 김영석
  • 승인 2008.06.10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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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목사님 딸인 하경이가 학교에서 들은 소식을 전했다.

“내일 독립기념일 행사하나봐! 선생님이 이번에는 댄스 안하냐고 물어보던데?”

2006년 독립기념일 행사 날, 4만 국민과 대통령이 모인 자리에서 5기 단기들은 IYF소개와 댄스를 선보여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IYF를 남게 한 적이 있다. 우리 7기 단기들이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신기해하며 우리도 한번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비둘기가 그 기다리던 잎사귀를 물고 온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긴장 하고 있는 단기들을 뒤로 한 채 몇 명의 정탐꾼이 정보를 알아보러 떠났다. 그들이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그 날은 아무 행사가 없는 날이었고, 단지 오는 일요일에 특별한 행사가 하나 있다고 했다. 그 행사는 International Candlelight Memorial Day라는 에이즈 관련 행사인데, 수많은 에이즈 단체가 모이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우린 처음에 참가할지 망설였지만, 박목사님이 받으신 약속과 ‘또 별’을 떠올리며 우리 IYF도 에이즈 퇴치에 앞장설 단체라는 마음이 들어 참가하기로 정하였다. 또한 우리가 이 행사에 참여해서 IYF를 미리 알리면, 케냐 세계대회의 협조를 요청하러 정부기관을 방문 할때도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주최 측에 참가하려고 알아보니, 이미 모든 행사준비가 끝나고 오직 리허설만 남아있는 상태라, 우리는 다음날 리허설이 있는 스타디움에 가보기로 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스타디움을 찾은 우리는 수많은 무리 중에 간신히 공연 총 책임자를 만났다. 그리고 IYF를 넣어 줄 수 있는지 물어 봤다. 하지만 그가 대답하길 “여기 모인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희가 그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와서 저한테 공연을 넣어달라고 하니 제가 어떻게 넣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마 당신들은 좀 많이 늦으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하면서 정중하고도 냉정하게 거절 했다. 그때 우리는 낙심하며 아마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싶어서 그 자리를 바로 떠나지 않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한 여자가 그 곳에 등장했다. 그 여자는 이 행사의 주관자로써 대통령비서관 정도 되는 아주 높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던 사람들과 하나하나 인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우리에게 허락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분과 접촉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고 있다가 결국 만나서 한마디 하게 되었다. “우리는 IYF에서 왔습니다. 저희도 공연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그 사람은 굉장히 바빠보였고, 우리 질문을 귀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에게 한마디를 남겨주고 떠났다. “오늘 임시 사회자한테 말하세요.” 우리는 그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그 임시 사회자를 찾아서 우리 IYF이름을 리스트에 써넣었다. 그런데 공연 총 책임자는 우리를 이미 거절 했고, 그가 이 사실을 확인한다면 다시 취소시킬 것 같아 교회에서 대기하고 있는 단기들에게 날아오라고 전화했다. 그 전화를 받고 단숨에 달려온 우리 단기들은 옷을 갈아 입자 마자, 바로 나오라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연습한대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우모자 댄스를 하였고, 모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공연이 끝나고 총 책임자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우리에게 시원스럽게 공연허락을 내려주었고 내일 아침 첫 순서로 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행사 당일, 우리는 그곳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만 족히 2천명은 모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대통령이 온다면서, 스타디움 잔디를 둘러싼 빨간 레드카펫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수십명의 건장한 경호원들과 군인들도 정말 삼엄하게 경계태세를 갖추며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 대통령이 자신의 차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포스터에서나 보던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우리들은 신기해서 사진도 찍으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제로 바로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한 쪽에 가만히 서서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렸다. 피부도 하얀데 우모자 의상까지 입어 너무나 튀었던 우리는 한 라인을 만들어 우리의 존재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대통령은 한걸음 한걸음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 왔고, 결국 우리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가 입을 떼려고 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어떤 단체 입니까?” 대통령이 질문 했다. 그 때 한 단기가 IYF의 목적과 활동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렸다. 설명을 들은 대통령은 굉장히 기뻐하며 현지인까지 16명이나 되는 우리 멤버들과 일일이 다 악수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개인적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대통령을 하나님이 IYF 알리라고 분명하게 이런 만남을 허락하셨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만남이 끝난 후 TV, 라디오 방송국 기자들도 우리를 찾아와 생방송으로 몇차례 인터뷰를 가지면서 우리는 IYF를 확실하게 소개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우리는 첫 순서로 우리가 불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자는 우리가 아닌 다른 팀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진행자들을 만나러 갔는데 오늘 공식 행사 순서에는 우리 IYF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마 어제 그 사람이 실수로 우리 이름을 안 올린 것 같았다. 사회자는 그 리스트에 쓰여진대로만 진행시키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사회자를 반드시 만나야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자가 VIP좌석(대통령과 귀빈들만 앉는 좌석) 앞에서 사회를 보기 때문에 우리가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만 동동 구르고 멀리서 VIP좌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곳에 왠지 낯익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 두 분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목사님과 사모님.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목사님과 사모님이 참석하러 들어갔을 때 주최측이 VIP좌석으로 인도해주어서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참 감사하게도 두분을 통해서 우리의 메시지와 상황이 적힌 종이는 사회자의 손까지 잘 전달 될 수 있었다. 결국 사회자는 IYF를 다음 순서에 넣어주었고, 우린 바로 우모자를 시작했다. 말라위 단기들과 하경이, 현지인들까지 16명이나 되는 우리 멤버들은 모두들 온 마음을 들여서 댄스에 임했고, 2만이상의 관중이 모인 그 장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또한 그때 미리 전달한 IYF소개 내용이 댄스를 하는 중 흘러나왔다.




"IYF는 국제 청소년 연합으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이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단체입니다. 최근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에이즈는 이 시대에 어린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무섭고 잔인한 질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바탕으로 특별한 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날 행사 내용은 말라위 전 지역에 생방송 되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를 드리면서 댄스 후 그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그 날 이후 거의 2주가 지난 지금, 이제는 방송을 보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요즘에도 재방송으로 몇 번 우리 공연만 잘라서 보여준다고 한다. 그 방송을 본 주변 이웃들은 교회에 한번 꼭 오겠다는 말도 하고, 요즘 어디 이동할 때 차도 잘 태워 준다. 특히 정부기관을 방문할 때도 그 행사에 참석하였던 많은 정부 고위 인사들이 우리들을 알아보고 굉장히 반갑게 맞아 준다. 우리는 처음에 이 행사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말라위 선교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 일을 준비하면서 몇 번 고비를 만나 포기 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공연총책임자가 우리에게 안된다고 했을때, 우리는 안되는 줄 알았고, 사회자가 우리이름이 없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위에서 계속 ‘된다’고 하시니까 결국은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소년 다윗같이 우리는 아무 능력이 없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시니까 너무 일이 아름답게 된 것 같다.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신 그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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