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변화와 소망의 캠프 2 - 아쉬운 작별_삼켜야 제맛이 나는 푸푸
[케냐] 변화와 소망의 캠프 2 - 아쉬운 작별_삼켜야 제맛이 나는 푸푸
  • 김용환
  • 승인 2008.08.20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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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소망의 캠프 2 - 아쉬운 작별

삼켜야 제맛이 나는 푸푸




서아프리카의 월드 캠프 분위기는 중남미 이상으로 열광적이었다. 블랙펄이 아카펠라를 하거나 리오 몬따냐가 노래를 부르면 일어나서 춤을 추다가 열정을 이기지 못해 앞으로 뛰어나와 춤을 춘다. ‘에-이!’ 하는 소리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야유 소리 같지만, 가나 사람들은 너무 좋으면 내는 소리란다. 고릴라처럼 주먹을 쥐고 양손을 흔드는 모습과 성난 고릴라 같은 억양 소리를 들으면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들은 최고의 찬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대에 선 공연자들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무대에 올라가 돈을 붙인달지, 아니면 포즈 취하고 사진을 찍는달지, 또 아니면 기괴한(?) 행동으로 표현한달지 하는 행동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피아노를 치는 이자벨라의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했고, 지휘를 하는 보리스의 등에 테이프로 돈을 붙이기도 했고, 머리에, 이마에 동전을 붙이기도 했다. 지휘를 마친 후에 보리스는 땅에 떨어진 동전을 줍기도 했는데, 심지어 땅에 떨어진 동전을 허리를 굽혀 찾기도 했다. 그때, 미묘한 감동이 일었다. 그건 동전을 줍는 자세가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을 줍는 자세였다.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벨라도 미소로 답했고, 블라디미르나 보리스도 그들의 도발적(?)인 애정표현을 마음으로 다 받아줬다. 아마 러시아의 뮤지션들로서는 이런 관객들은 난생처음이었으리라. 그러나, 클래식을 감상하는 수준은 낮을지라도, 아프리카 학생들은 불행하게도 즉흥적인(temporary) 음악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일지라도, 그라시아스와 학생들 사이에는 명백한 마음의 교감이 있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준비되어 진행되는 월드 캠프이기에 그라시아스와 러시아 뮤지션은 그 하나님의 마음 안에서 학생들을 보았고, 학생들 역시 하나님의 마음으로 자신들을 대하는 박옥수 목사 및 모든 연주자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보았고, 그 마음을 받아 아주 자유롭게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의 영역 안에서, 사랑 안에서 교감되는 모든 것들은 어떤 수준이나 상식이나 관념을 다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금요일, 자유관광을 하고 그라시아스 칸타타를 보는 날, 우린 아쉽게도 저녁 비행기를 타고 케냐 나이로비로 가야 했다. 리오 몬따냐 멤버들이 반과 함께하는 은혜를 입었다. 아크라의 유명한 마콜라 마켓을 함께 다니면서 점심으로 푸푸를 먹었다. 찰떡처럼 쫀득쫀득한 푸푸를 기름기 있는 매콤한 소스를 찍어 손가락을 쭉쭉 빨면서 먹었다. 씹으면 안 되고 삼켜야 된단다. 그들은 푸푸를 씹는다고 우릴 나무랐다. 생선살도 조금씩 떼어먹으면서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 그리고 거대한 마콜라 마켓을 빠져나왔다.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과 매연, 사는 사람들이나 파는 사람들이 분명 인생고에 찌들린 사람들로 보였는데, 길을 묻거나 뭘 물으면 전혀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가르쳐 준다. 아직 인생이라는 거대한 비극이 그들의 마음까지 전부 삼키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거기서 우리는 헤어져야 했다. 교회를 통해 구원받은 크리스틴, 사무엘, 이사야, 프란시스, 그리고 이번 캠프를 통해 구원받은 케말, 이삭, 그들 모두 이별을 슬퍼했다. 벌써 정이 들었나,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You will be the leader of Ghana and Africa, and all whole world in the future! I hope and I believe that.”
“Amen!”
“I will miss you!”
“Thank you, pastor!”
택시를 타고 손을 흔들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한참 갔는데도 그들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말 푸푸를 씹지 않고 삼킨 것처럼, 가나에서 월드 캠프 일주일이 너무 순식간에 삼켜졌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프로그램들을 씹을 겨를이 없이 삼켜야 했는데, 삼켜야 제 맛이 나는 푸푸처럼 캠프 역시 삼켜야 제 맛이 나기에 하나님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우리를 가나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옮겨 놓으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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