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 수없이 물리고 새우잠을 잤지만…
벌레에 수없이 물리고 새우잠을 잤지만…
  • 이한솔 (아이티 선교사)
  • 승인 2013.11.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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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간증

 
얼마 전, 오지 마을에 다녀왔다. 산 너머 호수 언저리에 숨어 있는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책 속에서 보았던 원시시대가 펼쳐진 것 같았다. 68채의 집이 있는 작은 마을엔 아이티 사람들조차 보고 한숨을 내쉴 정도로 사람들이 비참하게 살고 있었다. 미신을 섬기고,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그곳에서는 철도 들지 않은 7~8세 아이들이 고기를 잡으러 새벽부터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갔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직 어린 아이는 텅 빈 마을에서 부모님과 형들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무엇을 선택할 권리도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교육은 사치요, 행복은 뜬구름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매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 한 주간 머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여덟 살 나이에 먹고살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던가? 그러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여기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마음을 다 쏟아 마을에서 캠프를 가졌다. 부유하진 않지만 우리에겐 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노래와 글을 가르쳐 주고, 성경 말씀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아 무척 좋아하고 감격스러워했다. 고맙다면서, 목숨처럼 소중한 생선을 우리에게 내주었다. 삶은 가난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티에 살면서, 어렵고 비참한 사람들을 책이 아닌 생활 속에서 직접 만난다. 그들과 함께 먹고 함께 자다 보면, 그들의 삶의 고통이 책에 소개된 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이곳에서 돈을 더 벌기 위해 아등거리지 않고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어서, 나보다 잘사는 사람들을 보며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며칠 사이에 살이 더 빠지고 피부가 많이 탔다. 모기에게 백 번은 넘게 물리고, 온 다리를 벌레에게 물려서 다리가 두꺼비 등처럼 되었다. 밤마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져서 새우잠을 자고, 반찬이 없어서 맨밥만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전혀 문제가 안 될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돌아올 때, 내 손을 꼭 잡고 꼭 다시 와 달라고 하던 사람들. 내가 만난 그들의 보석 같은 마음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었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들 모두 건강하길…!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렵게 사는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한 번이라도 기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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