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를 리드하는, GBS
케냐를 리드하는, GBS
  • 이영혜 (GBS 홈쇼핑 제작팀)
  • 승인 2014.02.0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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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GBS방송국 이야기 (11회)

 
차가운 바람, 흩날리는 눈의 결정들과 함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에 비해, 푸른 하늘과 가까운 케냐의 새해는 맑고 따스한 편이다. 나는 오늘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머리를 채 말리지 못하고, 30초 남짓 거리의 방송국으로 부랴부랴 달려간다. 스물 두 살이 되었음에도 게으름을 피우는 내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내 이름은 이영혜, 선교사인 아버지(이해석 선교사)를 따라 일곱 살에 에티오피아에 온 아프리카 소녀이다. 3년 전, 나는 우연히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을 보게 되었다. 방송에 출연한 연기자들과 담당 PD가 자유롭게 소통하며 방송을 재밌게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있었고, PD의 꿈을 갖게 되었다. 때마침 아버지께서 케냐 전도 집회에 참석하러 가셨다가 GBS  대표이신 허용 장로님을 만나, 나에 대해 말씀드리셨다. 그것을 계기로 GBS와의 행복한 동행은 시작되었다. 2010년 내 나이 열 여덟, 고등학교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케냐행 기차를 탔다. 생각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온 너무 이른 나이의 출가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영혜의 일기>
2010년 8월 3일, 내가 케냐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 사무실을 벗어나 케냐의 풍경 속에 있으니 기분이 마냥 좋다. 차창 밖으로 높은 안테나가 있는 작은 건물이 보인다. 차에서 내리자 후끈거리는 태양이 내 정수리 바로 위에서 내리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리무르 송신소, GBS의 방송 시그널을 나이로비 인근에 뿌려주는 곳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뜻밖의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반긴다. 나지막한 기계음 사이로 생전 보지 못했던 여러 기계들이 방에 한 가득이다. 기계들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낡은 에어컨이 구석구석에 붙어 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 “영혜야, 넌 오늘 역사적인 장소에 와 있는 거야,” 그날은 바로 GBS가 그토록 기다리며 준비한 아날로그 방송을 시작하는 날이다.  GBS 모든 직원들이 열광했다. 무서워 보이기만 했던 장로님께서 아이처럼 기뻐하신다. 방송인으로서 내 인생의 첫 추억.

홈쇼핑 제작 팀에서 일하며
홈쇼핑 제작 팀에서 일하면서 촬영 전에 늘 한국 홈쇼핑 자료를 찾아보고 참고도 많이 하지만, 케냐라는 특성상 한국 시스템을 따라 하는 데 늘 한계가 발생한다. 촬영 전에 모든 준비를 하는데도 실제 촬영장에서 돌발상황이 많이 생긴다. 예를 들어, 케냐 사람들은 “10분 안에 도착한다”고 해놓고 40분이 넘어도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촬영에 애를 많이 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스태프들은 “This is Kenya(이곳은 케냐예요)” 하고 웃어넘긴다.

 
GBS가 케냐에서 최초로 홈쇼핑을 시작한 까닭에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처음 방송했을 땐, 시청자들이 직접 방송국까지 찾아 와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고 꼼꼼히 체크한 후 사가곤 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고객들과의 신뢰가 쌓여 직접 물건을 배달해 준다. 한국 사람으로서 답답할 때가 많지만, 나도 어느새 이곳 문화에 적응해 케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맞춰가며 진정한 아프리카인이 되어 간다.
현재 홈쇼핑에서는 컵라면, 블랙박스, 스마트폰 등 케냐 사람들에겐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며, 이곳 사람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방송 일을 배우며 부담스런 일에 부딪힐 때마다 피하고 싶지만, 내 마음이 피할 곳이 없게 몰리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조금씩 깊어졌다. “오직 그 말씀이 네게 심히 가까와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신 30:14)는 말씀을 약속으로 받은 뒤로 어려움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자,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나는, 누구도 쉽게 이를 수 없는 곳에 서 있다
더 높이 뛰려면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하는 법. 2013년 12월 케냐 정보통신부(CCK)가 준비한, 아날로그 방
 
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려던 계획들이 무산되었다. 디지털로 전환하면 GBS가 케냐 전국에 방송 될 수 있기에 모두 기대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우리를 아시고, 먼저 GBS 식구들의 마음부터 하나로 만들어 방송인으로서의 마인드를 갖추는 시간을 주셨다는 마음이 든다.
2013년, 기쁜소식선교회의 10대 뉴스를 보며 ‘2014년에는 GBS 소식도 올라왔으면…’ 하고 강하게 바란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소망은, 하나님 뜻 안의 이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사라지는 그날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보이는 세계가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을 만들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GBS가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방송국이 될 거라는 하나님의 약속대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하나님의 역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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