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선교의 첫 역사, 파라과이 교회
중남미 선교의 첫 역사, 파라과이 교회
  • 글/박민희 편집장, 취재/김현영 신선혜
  • 승인 2015.02.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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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교회를 찾아서/기쁜소식아순시온교회(파라과이)

 
 

선교의 시작, 뿌려진 희생
1992년, 지금은 주님 품에서 쉬고 있는 이용재 선교사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 파송되었다. 언어도 모르고, 의지할 사람도 없고, 가진 돈도 얼마 없이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며 선교를 시작했다. 복음이 꽃피는 땅마다 복음 전도자의 희생은 거름으로 그 땅에 뿌려진다. 배고픔도 있었고, 막막함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이 선교사는 훗날 파라과이에서 주님 품에 안겨 ‘삐리베부이’에 있는 교회 수양관의 한편에 묻혀 있다.

 
“이 선교사님이 먹을 것이 없어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과일들로 배를 채웠어요. 어떤 날은 아침, 점심, 저녁을 망고만 먹기도 했지요. 내가 크게 감명을 받은 것은, 이 선교사님이나 그 후에 온 선교사님들이나 결코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았어요. 한번은 선교사님이 제가 살고 있던 곳을 방문하셨어요. 심방을 마치고 돌아가시는데, 돈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작은 물질을 드렸어요. 그러자 선교사님이 ‘형제, 그 마음 하나님이 주신 거야. 차비가 없어서 걸어서 교회로 돌아갈 생각이었어’ 하셨지요. 날씨가 좋건 비가 오건 상관없이 그분들의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순수했고, 파라과이로 가득 차 있었어요.”
미겔 롤단Miguel Roldan의 이야기다. 그는 파라과이 선교학교에 첫 번째로 입학한 학생이기도 했다.
“제가 선교학교에 들어간 후 구스따보, 에르미니오 형제가 들어왔어요. 파라과이 교회에서 가장 먼저 구원받은 성도들이에요. 우리 셋은 목사님의 인도를 좇아, 목사님처럼 사는 법을 배웠지요. 무전전도여행도 가고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미겔이 이야기를 이었다.
“박옥수 목사님이 파라과이에 자주 다녀가셨어요. 당시 우리에게는 목사님께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목사님 마음에는 항상 파라과이가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목사님이 다른 나라보다 파라과이에 자주 오신 것이 궁금했어요. ‘왜 그렇게 자주 오셨을까? 왜 목사님 속에 파라과이에 대한 마음이 클까?’ 하고 속으로 자주 물었어요. 아마 파라과이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복음이 필요한 나라였기 때문일 거예요.”
가난했고 순수했던 초기 파라과이 교회의 성도들. 많은 성도들이 교회에 마음을 쏟았고, 인생을 드렸다. 요즘도 예배당 건축이 한창인데, 당시에도 예배당을 지었다. 얼마 되지 않는 형제 자매들이 아주 늦은 밤까지 일했지만 지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둘러앉아 음식과 음료수를 먹으며 교제를 시작하면 아무도 집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훨씬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나누었다. 그것은 선교사에게서 흘려받은 마음이었다.
“그때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죄에서 건져내셨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하나님이 누구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셨는지…. 그 시절의 일들이 우리에게는 첫사랑과 같지요.”(미겔 롤단)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한 예배당 건축
현재 파라과이는 예배당 건축 아스팔트 공사가 한창이다. 처음 예배당은 수도 아순시온의 위성도시에 있었던 데에다 큰 도로에서 400~500미터 떨어져, 예배당이 좁게 느껴졌을 때에 아순시온에서 부지를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땅이 없었는데, 어느 날 현재 예배당 부지를 보았다. 건축할 때 사람들이 ‘이곳에 이런 땅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할 만큼 숨겨져 있던 땅이었다.
예배당 공사에는 형제 자매들이 모두 동참했다. 새벽 1시 가까이 되어 잠자리에 들고 다시 5시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했다. 지방에 사는 성도들 가운데에는 직장을 쉬고 건축이 끝날 때까지 교회에서 지내며 예배당 짓는 일에 마음을 쏟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형제 자매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몰려들어 일을 거들었다. 자매들도 벽돌과 흙을 나르고, 간식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예배당은 파라과이 교회 형제 자매들의 기본 터이기에 모두가 기쁨으로 공사에 함께한 것이다. 공사하는 동안 많은 청년들이 공사에 함께했는데, 하나님이 공사 기간에 청년들이 교회에 더해지는 은혜를 입히신 것이다.
새로 지어진 예배당은 아순시온에서 가장 크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주변 국가의 교회에서 마음을 쏟아 도와주어 공사를 은혜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예배당 건축에 대해 한이용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2012년 1월 17일에 파라과이로 파송 받아 교회에 도착했을 때, 1층 콘크리트 골조만 되어 있는 상태에서 흙바닥 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어요. 교회 재정이 없었기에 우선 벽돌을 조금씩 쌓아 예배 공간을 만들었어요. 공사비가 없어서 오랫동안 건축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는데, 2013년 6월에 옛 예배당을 시청에서 거액에 매입해 본격적으로 건축을 시작했어요.”
공사하면서 하나님의 손길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큰 건물이기에 오수 처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공사에 필요한 상하수도 도면이 없는 데에다 신청한 후 6개월이 지나야 움직이는 행정으로 인해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시市에서 교회 앞에서 대형 오수관 배관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날 교회의 오수 처리 관들을 그 큰 관들에 연결해 하루 만에 오수 처리를 마칠 수 있었다. 덤으로, 교회 앞 도로도 아순시온에서 가장 아름답게 정돈된 거리가 되었다. 전에는 비만 오면 하수 처리가 안 되어 예배당 앞이 물바다가 되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교회 앞대로는 물이 고이지는 않는 쾌적한 거리가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복음을 위해, 수 년 동안 미루어졌던 공사를 시에서 급히 진행하게 하신 사실을 이웃들을 잘 모르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은 분명히 압니다.”(한 이용 선교사)
화재에 대비해 20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탱크를 설치하는 일도 큰일이었다. 옥상에는 건물에 영향을 주기에 위험 부담이 컸고, 지하에 만들려니 비용과 공사 기간이 문제였다. 하루는 우연히 한 회사에 거대한 FRAP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FRAP 물탱크는 비용이 콘크리트로 물탱크의 절반이었고, 제작 기간도 절반이었다.
예배당 공사에는 이처럼 다 소개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손길이 늘 함께했다.

 
“월드캠프는 우리 예배당에서 하는가?”
2013년 8월에 콜롬비아의 보고타에서 월드캠프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한 이용 선교사는 파라과이 예배당 공사 상황을 박옥수 목사에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건축 마무리 시기에 물질적으로 어려움이 많음을 이야기하면 선교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며.
“새벽 사역자 모임 때, 박 목사님께서 창세기 1장에서 빛과 어두움을 나누시는 하나님에 대해 말씀하며 우리 육신은 어둠이고 예수님은 빛이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안 되지만 예수님은 된다고 힘있게 말씀하시며, 우리 마음에서도 빛과 어둠을 나누어 보라고 하셨어요. 우리 교회 재정이 거의 바닥나 공사가 중단될 것 같다는 생각은 분명히 어둠이었고, 예수님은 파라과이에도 살아 역사하시기에 얼마든지 건축을 마무리하실 수 있는 빛이었어요. 아주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목사님께 건축 상황을 이야기할 수 없었어요.
모임을 마치며 목사님께서 저에게 ‘파라과이 월드캠프는 우리 예배당에서 하는가?’ 하고 물으셨어요. 주저 없이 ‘아닙니다. 우리 예배당은 좁아서 국립중앙은행 극장을 빌리려고 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목사님은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요. 마치 제가 목사님의 말문을 막은 것 같았어요. 사실 캠프 장소는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지붕도 없고 언제 공사가 중단될지 모르는 우리 예배당에서 월드캠프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왔던 거예요.”
한 선교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박옥수 목사에게 파라과이 월드캠프에 대해 물을 수 없었다. 행여 캠프를 파라과이 예배당에서 하라고 할까봐. 콜롬비아 월드캠프를 마치고 파라과이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 선교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빛과 어둠의 싸움이었어요. 결국 빛이 이겼어요. ‘하나님이 우리 예배당에서 월드캠프를 하라고 하시면 하나님이 이루시겠구나!’ 제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어요. 파라과이에 도착하자마자 박 목사님께 전화를 드려, 월드캠프 장소에 대해 여쭈었어요. 목사님은 ‘우리 예배당에서 하면 좋아! 예배당에 천 명 들어간다고 했지? 중앙은행 극장도 천 명 조금 더 들어가잖아. 별 차이 없어! 우리 예배당에는 아카데미 할 공간도 있지, 마당에 나무 그늘도 많지, 훨씬 좋아. 그리고 밖에서 캠프하며 돈 쓰면 그냥 없어지지만 우리 예배당에서 쓰는 돈은 다 교회에 남는 거야. 예배당에서 캠프를 준비하게. 방송장비는 갖춰줄게.’ 하고 말씀하셨어요. 목사님께서 그렇게까지 파라과이 월드캠프에 대해 주밀하게 생각하고 계신 줄 몰랐어요.”
더 이상 마음에 갈등은 없었다. 월드캠프를 하기 위해 예배당 공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한 선교사가 계산했던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재정이 바닥났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매주 1만 달러의 헌금이 들어오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4개월 후, 새로 지은 예배당에서 월드캠프가 시작되었다. 완공된 건 아니지만 천장과 바닥 작업을 마감하고 에어컨도 설치할 수 있었다.
캠프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장비가 스타렉스 안에 가득 채워져 파라과이에 도착했다.

 
월드캠프와 IYF 활동들
파라과이에서는 월드캠프를 지금까지 다섯 번 개최했다. 형제 자매들의 삶이 넉넉지 않기에 비용을 준비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일을 이루시는 분이 하나님이셨기 때문이다.
 
파라과이 대학생들의 관심이 큰 활동은 월드캠프, 아카데미, 영어 캠프다. 이 세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며, 그 속에서 구원받고 교회에 더해지는 역사들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단기선교사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파라과이 사람들이 외국인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월드캠프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월드캠프는 거듭난 형제 자매들이 더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지방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형제 자매들은 월드캠프가 다른 지역 교회의 형제 자매들을 만나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복음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일에는 어떤 일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담을 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부딪치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기에 기쁨이 더욱 커진다.

 
 

한이용 선교사 간증
뉘게 은혜를 입으면 이삭을 줍겠나이다

 
파라과이는 나에게 우루과이, 볼리비아 다음으로 세 번째 선교지다. 한국에서 연수를 받던 중에 파라과이로 선교를 가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고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우루과이와 볼리비아 선교에서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와 연수를 받았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내가 선교는커녕 선을 하나도 행할 수 없는 악하고 실패한 사람임을 발견했을 때, 예수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만이 마음에 견고하게 세워졌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파라과이로 파송받았다.
파라과이는 어떤 면으로 보아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감당이 안 되는 큰 선교지다. 내가 왔을 때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교회에 있었다. 내가 손댈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박옥수 목사님이 전해 주신, 룻기 2장의 “내가 뉘게 은혜를 입으면 그를 따라서 이삭을 줍겠나이다”라는 말씀이 기억났다. 스스로 이삭도 주울 수 없는 룻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일치했다. 내가 문제를 정리하고 교회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룻이 스스로 이삭을 주워 양식을 얻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거만하고 무지한 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드리는 일뿐이었다. 정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파라과이에 파송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감사한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이삭을 주운 것뿐이다.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이 복된 일에 쓰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단기선교사 출신의 젊은 전도자들이 세워져 전 세계로 나가는 것처럼, 파라과이에서도 젊은이들 가운데 많은 복음전도자가 세워져 파라과이 18개 지방에 모두 교회가 세워져 온 나라를 복음으로 덮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는 미국에도 파라과이의 젊 은 전도자들이 파송되어 수많은 스페니쉬권 사람들에게 복음을 힘있게 전하는 일에
 
쓰임 받기를 소망한다.2015년에는 하나님께서 많은 선교학생들을 일으키시고, 해외에 선교사로 보내시겠다는 약속을 주셨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이끄실 줄 믿는다. 예배당 건축도 마무리해야겠지만 먼저는 500명의 형제 자매들이 교회에 세워지길 소망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나무라고 말씀하신 대로 많은 생명의 역사를 이루시고 500명의 성도를 허락하실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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