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해보니까 즐거워요"
"책 읽기, 해보니까 즐거워요"
  • 담당 김양미 기자
  • 승인 2015.09.25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쁜소식강남교회 '책사모'(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책사모 어때요?”
“마음이 부드러워졌어요. 마음의 힘도 얻을 수 있어서 복음 교제할 때도 좋아요.” _김명희 자매
“내 기준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_남민영 자매
“평소 잘 읽지 못하던 성경을 읽을 수 있어 좋아요.” _박찬주 자매
“내 생각 속에 빠질 때마다 벗어날 힘을 얻을 수 있어요.” _김은옥 자매

지난 봄, 살림하랴 남편과 아이들 챙기랴 교회 모임 오랴…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마들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사모와 함께하며 보낸 고난의 시간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책을 펴는 것이 이제는 즐겁다.
“요즘 책 읽는 재미가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행복한 미소를 짓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네 사람의 이야기다.

 
주일 오후, 기쁜소식강남교회 예배당 한쪽에 주일학교 학생들이 조용히 앉아 있다.
주일학교 댄스부 ‘리틀 스타즈’ 멤버들이다. 음악을 틀고 댄스를 연습하던 주일학교 학생들이 몇 달 전부터 조용해졌다. “이번 주 숙제를 다 하지 못한 학생들이 밀린 성경 쓰기를 하는 거예요. 숙제를 안 하면 댄스 연습도 할 수 없거든요.”(박지영 자매)
지난 3월, 전국건전댄스대회를 앞두고 댄스부 모임에 송연주 사모를 초청했다. 박지영 자매가 아이들을 이끄는 것이 어렵다고 하자 송 사모는 주저하지 않고 책 읽기를 추천했다. 선생님과 댄스부 학생들의 엄마들도 예외 없이 책 읽기를 시작했다.

댄스부에서 책 읽기를 하자고 했을 때 분위기가 어땠어요?
박지영
: 모두 너무 부담스러워했어요. 평소 전혀 가깝지 않던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너무 싫은 거예요. 책을 생각하면 싫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읽어야 겠고, 부담스럽지만 시작했죠.
 숙제를 내줬는데 한두 아이 외에는 제대로 해오는 아이들이 없었어요. 스마트폰과 게임 속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성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거예요. 더군다나 성경은 내용도 쉽지 않잖아요. 성경을 한 장 쓰는 데 2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댄스 배우러 왔는데 갑자기 왜 성경을 쓰고 책을 읽어야 하냐?’고 반항하고, 책만 열면 속이 울렁거린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댄스를 연습시키는 것보다 숙제 지도하는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엄마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문홍순: 엄마들도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난시인데다 안구건조증까지 있어서 평소에도 텔레비전이나 성경을 보려면 눈이 시큰거리고 따가웠거든요. 그걸 핑계로 책을 잘 안 봤어요. 그런데 ‘어차피 나이 먹으면 눈은 좋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텐데, 그럴 바에야 교회에서 이끌어 줄 때 책을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책을 보자고 마음은 정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도 성경을 펴지 않더라고요. 습관이 안 되어 있으니까요. ‘성경을 펴는 게 이렇게 어려웠나?’ 싶은 거예요.
‘그럼 우선 펴놓아 보자’ 하고, 독서대를 사서 식탁과 거실 책상에 놓고 일단 성경을 펴놓았어요. 책을 보고 싶어서라기보다 숙제를 안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죠.
 처음에는 눈이 따가워서 한 장 넘기기가 어렵더라고요. 전에 전도사님에게 “저는 성경 한 장 넘기기도 어려워요.”라고 하자 “그건 다 사탄이 주는 생각이에요. 그때그때 생각을 물리치세요. 다 버리세요.”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그럼 내 생각을 버리자. 성경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읽어 보자’ 하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어요.

 
김미순: 책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습관이 안 붙어서 안 되더라고요. 책을 펴면 너무 졸려요. 엉뚱한 생각들도 몰려오고요. 졸지 않으려고 뭔가를 계속 씹었어요. 같이 숙제해야 하는 딸과 같이 근처 산에 가서 읽기도 했고요.
 책에 집중이 안 돼서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읽는지 유심히 지켜봤어요. 한번은 친척 모임에 갔더니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이 있더라고요. “너는 시끄러운데 어떻게 책을 보니?” 하고 물었어요. “집중이 안 될 때에는 입으로 소리내고 손으로 짚어가며 집중될 때까지 읽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대로 따라해 보니 효과가 있더라고요.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아서 교회 오가는 버스에서 봤어요. 저는 원래 차 안에서는 핸드폰 문자만 봐도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숙제를 못 하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책을 보는 훈련을 해야 했어요. 기도하면서 버스에서 책을 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첫날에는 어쩌다 한번 괜찮은 거겠지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김은정: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고정된 생활방식이 있는데, 그 사이에 책 읽기라는 것이 들어와야 하니까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직장 갔다 오면 집에 할 일이 쌓여 있고, 애들도 돌봐야 하고, 또 교회 모임도 가야 해서 나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되는 거예요.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서 보고, 자기 전에 30분 보고, 버스 탈 때나 버스 기다릴 때 보고, 일하면서도 틈틈이 봐요. 옛날에는 그냥 자고 그냥 일어났는데, 하다 보니 읽을 수 있었어요. 내가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4월부터 시작해 5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박지영: 아이들의 눈빛이 또랑또랑해졌고, 무엇보다 집중력이 아주 향상됐어요. 도저히 성경 쓰기를 못 하겠다고 울던 아이들이 지금은 앉아서 꾸준히 쓰는 훈련이 다 됐어요. 책을 읽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서 머리가 어지럽다던 아이도 요즘은 금방금방 읽고, 눈도 좋아졌대요. 성경에 ‘여호와의 계명은 사람의 눈을 밝힌다’는 말씀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너무 힘들어하는 학생은 상담하며 무척 가까워졌어요. 더 감사한 것은, 평소에 ‘나는 하면 할 수 있다’고 자만하던 아이들이 숙제를 못 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된 거예요. 주일학교 모임 때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댄스부 아이들이 서로 발표해요. “저는 숙제를 잘 못해요, 자제력이 없어요, 집중력이 없어요, 생각이 없어요.” 하면서요.

문홍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차례로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두 번째 좋은 점은 딸과 공감대가 형성된 거예요. 전에는 제가 “서연아, 학교 숙제했니? 학원숙제 했니?” 하며 잔소리했는데, 이제는 딸이 “엄마, 숙제 다 했어?” 하고 묻는 거예요. 또, 전에는 “엄마는 좋겠다. 텔레비전 보고 싶으면 보고, 자고 싶으면 자고. 나도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지금은 그런 말이 없어졌어요. 같이 숙제하며 대화하는 거죠.
 “서연아, 엄마 이번 주에 숙제 다 못했다. 어떻게 하지?” 하면 “엄마, 선생님이 마음먹고 하면 다 할 수 있대. 엄마도 할 수 있어.”라고 해요. 서로 힘을 주며 하니까 아주 좋아요.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모녀가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보니까 좋아하더라고요. “우리 집에 책 읽기 붐이 났구나 붐!” 하며 기분 좋아서 이야기해요.

 
김미순: 우리 딸은 공부보다 노는 걸 무척 좋아해요. 주로 텔레비전,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을 하며 놀다가 학원도 늦게 가고 빼먹기도 하고요. 수학 시험을 볼 때도 문제는 안 읽고 숫자만 보고 푸니까 다 틀리고요.
그런데 저도 성경과 책을 읽다 보니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기더라고요. 학생 캠프 교제였던 <탕자 돌아오다>를 읽고 딸의 마음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어요. 아이가 듣더라고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대답도 하고요. 서로 대화가 되니까 좋아요.
 집안 분위기도 바뀌었어요. 책을 읽어야 하니까 집에 오면 전처럼 텔레비전을 켤 수 없어요. 책을 읽지 않아도 텔레비전 켜는 횟수가 현저히 줄더니, 요즘은 우리 사이에서 텔레비전이 아예 빠져나갔어요.
벌금의 공헌도 커요. 벌금 때문에라도 틈나는 대로 책을 보려고 해요. 아침에 남편 출근시킨 후와 잠자기 전에 읽고, 외출할 때에는 꼭 책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어요.

 
박지영: 아들도 책 읽기를 시작한 뒤로는 두꺼운 책을 한 시간에 읽어요. 습관이 돼서 앉을 때마다 책을 읽고, 제가 읽은 책도 읽어요. 이제는 독서를 넘어 영어 공부까지 스스로 하고 있어요.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갖고 있을 줄 전혀 몰랐어요.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만 보던 아이였거든요.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니, 성공한 분들은 신문을 읽으며 세상의 흐름을 알았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아들에게 ‘용돈을 줄 테니 신문을 읽고 엄마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읽어요.
 처음에 억지로 책을 읽을 때 아이에게 잘한다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니까 기분 좋아하며 읽고, 그러다가 습관이 잡히고, 이제는 공부까지 이어진 거죠. 너무 놀라워요. 글씨도 예뻐졌어요. 쓰는 속도도 아주 빨라서 성경 쓰기 진도보다 훨씬 앞서 이사야를 쓰고 기다리고 있어요. 책 읽기 모임이 없었다면 지금도 “공부해라, 게임 하지 마라!” 하며 아이와 싸우고 있었을 텐데, 너무 놀라운 변화예요.

김은정: 댄스부인 6학년 딸이 특히 많이 변했어요. 학교 숙제는 못 해도 이 숙제는 꼭 해요. 집중력이 높아지니까 성적도 같이 올랐어요. 마음도 밝아지고 모든 면에서 크게 변했어요.
 4학년 아들도 누나 따라서 책을 보더니 재미가 붙어 무척 좋아하게 됐어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좋아서 구역 모임에서도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다들 아주 좋아해요. “나는 직장에 다녀서 책은 못 봐.” 하던 자매님도 동참해 굉장히 즐거워해요. 자매님이 성경 출애굽기를 읽을 때 마침 <성막> 읽기가 숙제여서, 성경과 책 내용이 연결되니까 이해가 잘 되어 무척 재미있었다며 감사해 했어요.
 병원에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 언니는 교회와 신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인데도 저를 따라서 <기쁜소식>과 <키즈마인드>는 매달 꼭 읽어요. 내가 읽으니까 주변 사람들도 변하더라고요. <키즈마인드>를 아주 재밌게 읽어요.

읽었던 책 중에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박지영: <죄에서 벗어나게 하는 속죄제사>가 복음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어서 아이들과 교제할 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히브리서 강해>는 어려웠어요. 계속 반복해서 말씀을 풀어주시는데, 이해가 잘 안 되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어요.
 내가 평생 읽은 책보다 책사모에서 읽은 책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월간 <기쁜소식>에서 성도들의 간증을 읽으면서는 나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6월호에서 게으름과 잠 때문에 힘들었던 자매님이 거기에서 벗어난 간증이 무척 공감되었어요. 저도 따라해 보니까 좋더라고요.

문홍순: 저는 <유대인 엄마의 힘>을 보고 많이 자각했어요. 반성도 하고요. 유대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말로만 ‘해라! 하지 마라!’ 하지 않고 엄마도 아이들과 같이 움직여 주더라고요. 무조건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알게 하고, 어려서부터 경제관념도 갖게 하고요. 왜 유대인의 교육이 좋은지 알게 됐어요.
 딸이 읽는 책도 같이 봐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어요. 교회가 고마워요. 나 스스로는 절대로 이렇게 할 수 없거든요. 벌금이 있어서라도 읽게 되니 저는 고마워요. 숙제를 못한 사람이 내는 벌금도 유용하게 써요. 책갈피를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우수 학생에게는 책도 선물해 주고요.

김미순: <화목제>와 <소제>를 읽으면서 제사법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어요. <성막>에는, 박옥수 목사님이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때 그 부분을 정해놓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기록해 놓은 적이 있어요. 나도 시간을 정하고 마음을 정해서 그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경과 신앙 서적을 보다가 딸이 빌려오는 책도 가끔 보는데 재미있어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천로역정>, <숭례문> 등을 보았어요. 책을 보기 시작하니까 일상에서 보는 것도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숭례문을 읽고 전쟁기념관에 갔는데, 순국선열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보는데도 마음이 남다른 거예요. 딸에게 제가 느낀 부분을 말하며 서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고요. 책을 읽으니까 삶 속에서 감동도 다르더라고요.

 
김은정: 지금까지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회개와 믿음>, <겨자씨 한 알>, <히브리서 강해>, <성막>, <번제>, <소제> 등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것은 저자인 목사님이 썼지만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 마음에 분명하게 느껴졌어요. 이 책들의 중심은 예수님 한 분이에요. 예수님의 피가 우리 죄를 사했고,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감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문홍순
: 마음에 남는 말씀이나 구절이 있으면 메모지에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수시로 봐요.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시간이 날 때면 항상 뭔가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각인된 거예요. ‘내가 지금 어디를 읽어야 하지?’ 하며 바로바로 책을 펴는 습관이 들었어요.

박지영: 엄마들은 1주일 동안 요절을 묵상하고 토요일에 외운 것을 카톡에 올려요. 하나님이 때에 따라 저에게 필요한 말씀을 주셔서 마음에 힘을 얻는 것도 감사해요. 앞으로 책 읽기가 정착되면 좋은 구절은 노트에 정리하는 것도 하려고요. 나중에 그것만 봐도 책 내용을 되새길 수 있어 좋대요.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힘도 얻고 제 마음에도 힘을 얻을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해요.

김미순: 아이들이 곧 초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이런 모임이 일찍 시작되어서 독서 습관을 잡아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늦은 것 같지만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우리들이 이제라도 책 읽기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 감사하죠.

김은정: 처음에는 숙제라서 의무적으로 읽었지만 이제는 읽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읽고 있어요. 그것이 감사해요. 물론 책을 다 읽지 못할 때도 있어서 벌금도 내지만 다 즐거워요.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힘든 부분, 감사한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고비도 넘고 힘도 얻고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데, 함께 하니까 서로 힘이 되어 가능한 거죠.

 
봄부터 시작된 책 읽기가 결실을 맺고 있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태도가 변하고, 삶이 변하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달라지고 있다. 책 속에 흐르는 소중한 내용들이 양분이 되어 이 가을에 탐스런 열매들을 하나 둘 맺고 있다. 앞으로 어떤 열매들을 더 맺어 갈지 궁금하다.

 
기쁜소식강남교회에서 책 읽기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강남교회로 이동된 후 한 달간은 적응하느라 바빠 책을 1권밖에 못 읽었어요. 혼자 읽으려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같이 책 읽을 사람을 찾았어요.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몇몇 분들에게 이야기하니 동참하겠다고 하셨어요. 우리가 책 읽는 모습을 다른 자매님들이 보고는, 평소 못 보던 모습이니까 “지금 뭐 읽는 거야? 우리도 껴줘.” 하셨어요. “숙제를 못 하면 벌금도 있어요.” 하는데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하니 말릴 수 없더라고요. “책 좀 읽어야지 했는데 잘 됐다.” 하며 아주 좋아하셨어요. 그 후, 우연히 주일학교 댄스팀 모임에 갔다가 아이들과 엄마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독서 모임을 권장했어요. 그렇게 해서 책사모가 생겼어요.

평소에도 책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아니오. 저도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양산교회에 있을 때 습관이 붙은 거예요. 전도사님이 항상 바빠 안 계실 때가 많아 제가 부인회, 청년회, 주일학교 등을 인도해야 했어요. 막상 하려고 보니 저에게는 지혜가 없더라고요. 성경과 우리 선교회에서 발행하는 잡지와 신앙 서적을 읽었는데, 혼자 하니까 잘 안 되는 거예요. ‘이렇게는 안 되겠구나’ 싶어서 부인 자매님 열 명과 함께 독서를 시작했어요. 설교 말씀 속에 지혜가 있듯이 책에도 지혜가 있더라고요. 자매님들이 다 직장에 다니시니까 초반에는 진행이 잘 안 됐어요. 제대로 읽게 해야겠다 싶어 1주일 단위로 숙제를 점검하고, 벌금제를 도입했어요. 숙제는, 매주 기쁜소식강남교회의 주일예배 말씀 5번씩 듣기, 성경 읽기, 요절 외우기가 기본이었고, 월간 <기쁜소식>과 <키즈마인드>, 신앙 서적과 추천 도서들을 주 단위로 읽었어요. 1주일에 한 번 리포트도 제출하면서요.

독서가 시작된 후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자매님들의 경우는 하루 종일 주방에서 일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특히 6월에 있었던 서울 성경세미나 기간에는 너무 힘들어서 2주간 쉬었어요. 그런데 다시 시작하려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쉬는 건 없다. 아무리 바빠도 성경과 요절은 기본이고, 책은 계속 읽자.” 했어요. 대신 아주 바쁠 경우는 얇은 책으로 대체했어요. 월드문화캠프에 교사로 참석하는 분들도 예외 없었어요. 그 주의 숙제를 다 못해서 벌금을 낼 때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들 좋아하세요.

주일학교 댄스부 엄마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초기에는 “못 하겠어요. 힘들어요. 내가 왜 책을 읽어야 해요?”라고 하며 불만이 많았어요. 하루 살기도 버거운데 책까지 읽어야 하고, 더군다나 못 읽으면 벌금까지 내라니까 힘겨운 거예요.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이건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사실 책 한두 권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모르는 세계로 가는 거예요. 꾸준히 읽으면 반드시 바뀐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올해는 책을 읽게 하는 워밍업 과정이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내용도 이해가 안 가고 읽는 속도도 느려요. 그렇지만 다 못 읽어도 괜찮고, 벌금을 내도 괜찮아요. 읽다 보면 속도가 나고 내용도 조금씩 들어와요. 생각의 세계는 눈에 안 보이니까 읽는 것을 쉽게 포기하는데, 성경을 읽는 사이에 사고의 폭과 마음의 세계가 깊어진다고 확실히 믿어요. 성경이 가장 깊은 마음의 세계를 담은 책이라고 하잖아요. 마음의 세계를 알려면 무엇보다 성경을 읽어야 해요. 다른 좋은 책들도 읽고요.

평소 독서습관은 어떠세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면 없고, 있다고 생각하면 있더라고요. 바쁘지만 책이 좋으면 얼마든지 책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어요. 스마트폰 만지고 인터넷 하고 텔레비전 보며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책을 읽으면 그런 시간이 줄어드는 거예요. 일주일에 1권을 읽을 경우 전체 페이지를 7일로 나누고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할애하면 1주일에 한 권을 읽을 수 있어요. 오늘 해야 할 일 1순위에 책을 두면 책을 먼저 읽게 돼요. 벌금도 책을 읽게 하니까 중요해요.

사모님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책을 보게 하세요?
저에게는 세 살과 다섯 살 아이가 있어요. 아이들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읽어 주기도 하지만, “엄마가 책 읽기 숙제하니까 너희들도 같이 책 읽자.”라고 해요. 아직 글을 모르니까 큰아이에게 그림책을 보며 동생한테 이야기해 주라고도 하죠.
전에는 아이들이 동영상 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요즘은 영상물은 아예 못 보게 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만화 보여 달라고 졸랐던 애들인데 지금은 책과 놀아요. 제가 책을 보니 아이들도 책을 보더라고요.
나를 바꾼 한 구절이나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있다면요?
전에 어떤 분과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문득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어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 사람을 대접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그대로 한다.” 먼저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바뀌니까 상대방도 바뀌더라고요. 내가 가질 수 없는 마음의 세계를 책이 만들어 주는 거예요. 좋은 구절은 아주 많지요.
<성막>을 보면서는 많이 울었어요. 설교 시간에도 말씀을 듣지만 책으로 읽으면 또 다른 감동이 있어요. 물두멍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 성막에서 시중 드는 여인들이 자신의 거울을 드려서 물두멍을 만들었대요. 더 이상 나 자신을 보는 세계를 다 녹여서 없앤 거죠. 이제 내 모습을 보려고 해도 거울이 없으니 볼 수 없는 세계가 된 거예요. 이제는 예수님만 바라보면 되는 거예요. 책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며 여러 번 울었어요. <성막> 안에는 죄 사함도 있고, 회개와 믿음도 있어요. 아주 자세하게 풀어줘요. 마치 신앙의 종합선물세트 같아요. 또 읽고 싶고, 다른 분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에요. 정말 좋아요.

앞으로 책사모에 대해 어떤 계획과 바람이 있으신지요?
올해는 읽기만 했는데, 내년에는 좋은 내용은 기록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정해서 리포트도 쓰고 토론회도 하고 싶어요.
1주일에 2권씩 읽으면 더 좋고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서 토요일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에도 가고 연극도 관람하는 문화체험을 계획하고 있어요.
가장 큰 바람이라면, 많은 분들이 독서모임을 가지면 좋겠어요. 가족끼리나 친구끼리, 직장에서도 할 수 있고, 동네 아주머님들과도 할 수 있어요. 그럼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되는 거죠. 내년쯤 되면 아마 자매님들 스스로 책에 빠져서 그렇게 하실 거예요. 자율적으로 독서 모임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