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고자 93년을 기다려주신 하나님
나를 만나고자 93년을 기다려주신 하나님
  • 김정엽
  • 승인 2015.12.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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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간증

나는 모태교인으로 평생 장로교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부유한 부모님을 만나 그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에 유치원에 다니며 어린이 대표를 맡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초등학교 때는 2등만 해도 화가 나서 울곤 했다. 서울 경기여고에 시험 보러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떨어질 거라 했는데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 진학했다. 또 이대를 졸업할 때는 각 대학교와 전문학교 수석졸업자에게 주는 이왕가상李王家賞을 받기도 했다.
 결혼 후 남편은 경북대학교 교수로, 나는 경북여고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대구에서는 유식한 계급에 속했고 생활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딸 셋을 서울에서 공부시켰고, 아들내외는 미국유학을 보냈다. 나는 오로지 교회에 나가서 예수 믿고 세상에서 학벌 얻는 것, 그것만 중요한 줄 알고 자녀들한테 그것들을 얻게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 자녀들도 내 뜻을 따라 주일학교도 잘 다니고 큰 탈선 없이 말을 잘 들었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한편으로는 ‘나도 결혼만 안 했으면 뭘 못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평생 신앙생활을 하며 평탄한 삶을 살았는데, 어느덧 내 나이도 93세다. 어딜 가도 최고령자다. 그러다 보니 소외되고 고독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 다정했던 친구들이 다섯 명 있었다. 두 사람은 작년에 세상을 떠났고, 남은 두 사람은 다리며 허리가 아파 외출이 어려워 만날 수 없었다. 그저 전화로 연락하는 게 다였다. 육신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현실이 마음에 편하지 않았다.
 혼자 살다 근래 들어 아들 내외와 같이 살게 되었다. 영감님이 계실 때는 잘 몰랐는데, 그동안 어른이 된 며느리와 어쩌다 보니 갈등을 겪게 되었다. 며느리는 나 같은 시어머니와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혼자 살걸. 괜히 합가했구나’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며느리와 갈등을 겪으면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 매일 기도해도 그때뿐이고 다시 같은 마음이 일어났다. 

 
 이제 이 땅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천국에 갈 확신도 서지 않고 두렵기만 했다. 처음으로 그런 갈등 속에 1년을 지냈다. 그러면서 내가 평생을 믿어온 믿음이 나를 구해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고, 나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어떤 힘을 갈망하게 되었다.
 올해 손자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사는 딸(하나영 자매, 기쁜소식강남교회) 집에 2주 동안 유하게 되었다. 딸 나영이는 옛날부터 ‘엄마가 구원받아야 하는데…’ 하면서 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크게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속으로 ‘그렇게 구원 구원 안 해도 신앙생활 잘하고 나쁜 일 안 하고 살면 되는 거지. 너무 별나게 믿지 마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에 올라와 있자니 내 신앙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믿은 신앙이 나로 하여금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하지도, 또 누군가를 미워하는 죄에서 자유롭게 하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나영이가 나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하고 원했던 게 무엇인가? 이번에 가면 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딸이 알아차리고 목사님과의 교제를 주선했다. 교회에 외국손님이 많고 분주한 가운데에도 목사님이 시간을 내주셔서 교제를 몇 번 받았다. 목사님은 말씀으로 나아만 장군 이야기를 하셨다. 목사님은 나와 잠시 대화하시더니 나아만 장군처럼 높은 나의 마음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아 맞습니다. 내가 나아만 장군처럼 너무 교만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교만합니다.” 하고 시인이 되었다. 나는 내일 어떻게 될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또 몹쓸 병에 걸린 나아만 장군과 똑같은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 ‘결혼만 안 했어도 내가 뭘 못해?’ 하는 교만이 마음이 꽉 차 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하나님이 가장 높은 곳에 계시는 가장 두려운 분, 죄를 고백해 회개하고 죄를 씻어야 바라볼 수 있는 무서운 분이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로마서 말씀을 들으며 그런 편견이 없어지고 하나님은 참 자비로운 분, 아담 때문에 죄인으로 태어난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예수님을 보내어 큰 고초를 당하면서까지 우리 죄를 지게 하시고 죄를 씻고자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신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사님은 그게 구원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으로 내 마음이 이제 편안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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