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먼 나라에서 온 마에스뜨라, 지식 넘어 기쁨과 변화를 선사
[파라과이] 먼 나라에서 온 마에스뜨라, 지식 넘어 기쁨과 변화를 선사
  • 이지성
  • 승인 2016.03.08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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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 나라? 이젠 음악의 길이 열린다!

미 빠라과이~ 꼬모 뚜 노 아이 오뜨로 이괄~ (나의 파라과이, 이 보다 좋은 곳은 또 없네)
나라에 대한 부심과 사랑을 노래하는 파라과이 현지 인기 가요. 파라과이 곳곳에서 즐겨 듣고 부르는 이 노래는 또한 남미 대륙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아름다운 노래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음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온 국민들이 음악의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사실. 그 이유는 나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실시 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7일, Dr. ELIGIO AYALA 학교에게 특별한 날이 찾아왔다. 그라시아스 음악학교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은과 피아니스트 김민정이 ‘마에스뜨라 데 무시까’ (음악 선생님)로 학교를 방문해 첫 음악 수업을 가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마에스뜨라와 기자 일행이 학교에 도착하자 학교 담당자이신 죨란다(Yolanda) 교장께서 반겨주시며 “음악 교육 자원이 부족해 여태껏 음악 교육을 추진하지 못해 아쉬었는데, 멀리서 학교까지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 마에스뜨라들과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교장님
   
▲ "찾아와줘서 고마워"

10평 남짓한 교실에는 이미 마에스뜨라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30명의 학생들로 꽉 찼다. 간단한 자기소개 뒤에 곧 바로 이어지는 김지은 마에스뜨라의 바이올린 솔로 공연 ‘A Lover’s Concert’.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조합으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멜로디는 학생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고, 학생들은 감동을 선사해준 마에스뜨라에게 긴 박수를 배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 라이트,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악 수업시간. 마에스뜨라들은 정성껏 준비해온 소품으로 학생들에게 음표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간단한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마에스뜨라 따라 공책에다 음표를 그리느라 바쁘다. 

   
▲ 열심히 음표를 따라 그리고 있는 현지 학생

간혹 실수 때문에 옆자리 친구에게 놀림을 받기도 하고 마에스뜨라의 칭찬을 받아 만족하며 미소를 짓는 학생들. 비좁은 교실은 어느새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꽉 차 첫 만남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 흥미진진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현지 학생

첫 수업인 만큼 이날 수업의 핵심 부분은 음계를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은 피아노 음에 맞춰 “도 레 미 파 솔...”을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음계를 접해서 인지, 일부 학생들은 너무 쑥스러운 끝에 입을 열고 따라 부르기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하는 마에스뜨라의 이끌림에 따라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서툴고 실수도 많았지만, 마에스뜨라에만 고정되어 있는 시선들과 활짝 피어있는 미소들을 통해 학생들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 강의 중인 김지은 마에스뜨라
   
▲ 음표 강의 중인 김민정 마에스뜨라

마에스뜨라의 격려에 힘입고 점차 담대해진 일부 학생들은 심지어 교실 앞쪽에 서서 당당하게 모든 학생들을 마주 보며 큰소리로 음계 부르기에 도전한다. 부담스러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도전의 성취감을 누리는 학생들은 마냥 기뻐 보이기만 했다. 

   
▲ 제일 처음으로 음계 부르기에 도전한 현지 여학생
   
▲ 학생들 앞에서 음계를 부르고 있는 현지 남학생

기자는 학생들 중에서 제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로케 (Roque, 14 , 학생) 학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케는 “이런 음악 수업을 학교에서 들어 보는 것이 처음이다. 너무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 며 “앞으로도 이런 수업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적극적으로 발표에 도전하러 나서는 로케

2016년 3월 8일, ‘마에스뜨라 데 무시까’ 들이 수업을 가지는 둘째 날. 오늘의 목적지는 ÑEMBY 학교.

이날 수업 대상은 모두 덩치가 큰 데다 목소리까지 크고, 나이 보다 훨씬 성숙해 보이는 고등학생. 처음으로 접하는 음악 수업 때문에 들떠있는 이들을 두 마에스뜨라의 힘으로 통제하기란 다소 벅찬 일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음표 그리기 까지 잘 따라오던 학생들이 음계 부르는 단계에서 부터 소심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뒷 자리에 앉아 있는 덩치 큰 남학생들은 쑥서러워서 좀처럼 고개를 들고 입을 열지 못한다. 다행히 마에스뜨라의 이끌림에 따라 학생들이 한 명씩 도전을 하기 시작했고, 수업 초반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던 학생 마저 교실 앞에 나서서 발표를 도전했다. 알차고 흥미롭게 준비된 수업 덕분에 모든 순서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 흥미로운 수업 내용 때문에 웃음을 터뜨린 학생들

수업을 마치고, 기자는 잠시 동안 마에스뜨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기자: 오늘은 연속 3시간 동안 수업했는데 힘들지 않은지?
김지은: 솔직히 3시간 연속으로 수업 하니까 힘들어요. 그렇다고 자꾸 힘든 생각만 하면 "아 오늘 진짜 힘들었다”는 기억만 남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니까 학생들도 즐거워 하더라고요.

기자: 타지에서 스페인어로 수업을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닐텐데, 봉사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김민정: 제가 중남미에서 1년 동안 봉사하면서 스페인어를 조금 배웠지만, 솔직히 수업을 하기엔 스페인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제스처까지 써가며 최대한 충분히 학생들에게 설명하고자 해요. 다행히 저희가 말을 잘 못한다고 빈정대는 학생 한명 없이 다 잘 들어줘요.

기자: 두번째 수업 초반에 수업을 참여하지 않던 남학생을 수업에 참여하도록 마음을 열게 한 비결은?
김민정: 수업마다 적극 참여하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함께 하지 않는 학생들도 꼭 있어요. 오늘은 첫 음악 수업인 만큼 무엇보다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수업을 참여 할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수업시간에 노래 듣는 거 아니다. 같이 이 음표 그려보자” 하면서 칭찬해주고 이끌어 주니까 학생이 점차 마음을 열고 잘 따라와 주었어요. 저도 그 학생에게 참 고마웠죠.

   
▲ 맨 뒤편에 숨어있는 학생, "음계 부르러 가자!"
   
▲ "도 레 미 파 솔..." '나도 할 수 있네?!!'

기자: 음악 수업이 파라과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김지은: 저는 음악을 통해 마음이 변하는 사람을 봤어요. 이 학생들에게 단지 음악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이 음악으로 다가갈 수있는 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음악을 접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른 공부 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자: 앞으로 3개 월간 정기적으로 수업을 가질 예정인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싶은지?
김민정: 물론 저희들이 이후의 수업을 통해 점차 더 깊은 음악 지식을 가르칠 거예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음악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누구에게든 마음을 열어 자신을 표현 하고 또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마음을 배울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학생들이 마음을 열게끔 소통하는 중인 김민정 마에스뜨라

2016년 3월 9일, 그라시아스 음악학교 ‘마에스뜨라 데 무시까’들이 수업을 가지는 셋째 날. 이날 방문하는 학교의 이름은 Míguela Rodríguez Araujo이다. 전날 밤 부터 이어지는 폭우 때문인지, 시골 한 구석에 위치한 학교의 분위기는 다소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그 우울한 분위기가 지속된 것도 잠시, 학교 교장 아나(Ana Benueniste, 49)의 인사말 후에 이어진 마에스뜨라들의 활기 찬 공연는 교실 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날은 특별히 선생님 몇 분도 수업에 함께 참여했다.

   
▲ 활기찬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마에스뜨라들

교실 지붕은 점점 심하게 쏟아 내리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여기 저기에서 빗물이 새기 시작했다. 빗 방울이 뚝 뚝 학생들의 책상과 몸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오히려 더 진지하게 마에스뜨라들의 수업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마에스뜨라들와 교류를 했다.

하나 둘 씩 교실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학생들을 보며, 학생들 사이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던 선생님도 더 이상 참지 못해 음표 그리기에 도전을 나서려고 한다. 마에스뜨라들의 지목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이트보드로 향해 자신만만하게 음표를 그렸다.

   
▲ 음표그리기 도전에 나선 선생님, '드디어 내차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1시간이라는 수업 시간이 쏜 살 같이 지나갔다. 학생들은 모두 아쉬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에스뜨라들과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기를 요청했다.

행복해 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있는 아나 교장은 기자에게 “우리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음악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주 정부에서 IYF를 우리에게 소개해 주기 전에는 이런 음악 수업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이 수업을 정기적으로 가질수 있는 것이 너무나 큰 축복이다.”고 말했다.

   
▲ "귀한 수업을 준비해주신 마에스뜨라들 고맙습니다."

3일 동안 학교 3곳을 찾아 다니며 수업을 가진 마에스뜨라들은 음악을 도구로 삼아 학생들과 마음의 교류를 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음악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을 통해 부담스러움과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에게 색다른 기쁨과 행복을 선사한 마에스뜨라, 젊음을 판 만큼 학생들 한명 한명의 마음을 얻은 이들도 동일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기자는 마에스뜨라들을 통해 파라과이에서 그라시아스 음악학교를 설립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시작된 음악 수업은 파라과이 음악학교 설립하기 위해 내 딛은 작지만 의미가 큰 첫걸음이다. 마에스뜨라들의 음악 수업을 통해 많은 파라과이의 학생들이 음악을 배워 변화 입기를 소망하며 파라과이 그라시아스 음악학교가 성공적으로 설립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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