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50년 전 중학생 배성만이 나를 만나러 온다니...
[라이프] 50년 전 중학생 배성만이 나를 만나러 온다니...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1.06.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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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_257 | 박옥수 목사 간증

 

 

“목사님, 우리 엄마가 교회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
“왜 그러셨지?”
“점쟁이가 예수 믿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했어요.”
내가 김천에서 지내며 어린이 전도를 시작했을 때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일반인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찾아오면서 교회가 형성되었다. 그 당시 어려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삶 속에 일하셨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하다. 
한번은 배성만이라는 학생과 만났다. 성만이가 친구들과 함께 지나가다가 2층에 있는 우리 교회에 올라와서 내가 오후 내내 복음을 전했다. 그 후에도 두 번 더 찾아와 말씀을 듣고 믿음이 확고해졌다. 성만이는 동생들도 데리고 매일 교회에 왔다. 
성만이가 교회에 오고 친구들이 오고 동생들이 오면서, 교회에 학생과 주일학생이 확 늘어난 기분이 들어 너무 기뻤다. 성만이가 중학생이지만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어서 나와 어울리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성만이가 교회 모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어 보니, 성만이 엄마가 교회에 나가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엄마가 죽는다는데도 교회에 나간다고 하니
성만이 아버지는 대구에서 사업을 크게 했고, 어머니는 점쟁이와 가깝게 지냈다. 어느 날 점쟁이가 성만이 엄마에게 “4월이 되면 망하겠소.”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4월이 되자 문제가 생겨 회사가 부도나고 말았다. 집도 다 빼앗겨 성만이 가족은 도망치다시피 대구를 떠나 김천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 후 성만이 엄마가 점쟁이를 다시 찾아갔는데, 점쟁이가 “9월이 되면 당신이 죽겠소.”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 전에 점쟁이 말대로 4월에 망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죽는다는 이야기가 심각하게 들렸다. 점쟁이에게 왜 죽느냐고 물었더니 집안에서 두 신이 싸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믿는 신과 성만이가 믿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이었다. 성만이 엄마가 믿는 신이 하나님을 못 이기니까 성만이 엄마가 9월에 죽는다는 것이었다. 
성만이 엄마는 집에 와서 아이들이 교회에 못 가도록 단속해야 했다. 성만이와 동생들을 앉혀놓고 말했다. 
“얘들아, 봐라. 지난번에 점을 쳤을 때 4월에 망한다고 했는데 망했잖아. 이번에 점을 쳤는데 너희들이 예수를 믿는 것 때문에 우리 집안에서 두 신이 싸워 내가 죽는다고 한다. 나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어떻게 살겠냐? 그러니까 교회에 가지 마라.”
동생들은 “예. 엄마, 교회에 안 갈게요. 엄마가 있어야지요.”라고 대답하는데, 성만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들이지만 괘씸했다. 엄마가 죽는다고 하는데도 대답을 안 하니까 ‘저게 인간인가?’ 싶었다. 그래서 성만이에게 다그쳤다. 
“너, 대답 안 하냐?”
“엄마, 그러면 내가 죽을게.”
“내가 지금까지 너 하나 바라보고 살았는데, 네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냐?”
“엄마, 그럼 내가 집을 나갈게.”
엄마가 너무 화가 났다. 엄마가 죽는다는데도 교회에 나간다고 하니 너무 괘씸하고 분했다. 그날부터 성만이와 엄마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아침이 되면 엄마가 문고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면 성만이가 “엄마, 나 변소 다녀올게요.” 하고는 집에서 나와 교회에 왔다. 그러면 동네 이웃들이 보고 다 이야기해 주었다. 
“성만이 엄마, 성만이 또 교회에 갔어요.”
성만이 엄마는 미칠 지경이었다. 엄마가 죽는다고 해도 교회에 가는 아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도 예수 믿자
성만이 이야기를 듣고 하루는 그 집에 찾아갔다. 그런데 방안 풍경이 진짜 이상했다. 좁은 방에 장롱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누워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집은 목신木神을 섬기기 때문에 나무로 만든 물건은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고 했다. 한번은 아버지가 “목신은 무슨 목신?” 하고 나무에 손을 댔다가 엄마가 한 열흘 동안 죽을 듯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장롱에 손을 대지 못해 장롱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성만이 엄마가 장롱 쪽으로 돌아눕더니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말했다. 
“성만이 엄마, 저는 교회 전도사인데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신은 하나님이십니다. 성만이 엄마가 신을 믿고 어려움을 많이 당하시는데 하나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성만이 엄마 진짜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삽니다. 하나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듣는지 안 듣는지, 성만이 엄마는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내가 예수님 이야기를 마치고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는데, 방안에서 성만이 엄마가 성만이에게 “이 자식아! 누가 저런 인간을 우리 집에 끌어들이라고 했어?”라고 했다.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나왔다. 
그런데 며칠 뒤 성만이가 웃으면서 나에게 뛰어왔다. 
“전도사님, 엄마가 집에 한번 오시래요.”
“그래? 웬일이야?”
성만이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돌아간 뒤 성만이 엄마는 아들이 너무 괘씸했다. 자신이 죽는다고 하는데도 교회에 가는 아들을 참을 수 없어서,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그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이야기를 듣고 성만이를 매로 때려서 성만이가 정신을 좀 차리라고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그러지 말고 우리도 예수 믿자. 목신, 진절머리 난다.”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엄마, 우리 예수님 믿어요. 그러면 엄마 안 죽어요. 하나님을 믿는데 왜 죽어요?”라고 했다. 온 가족이 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엄마가 할 말이 없어서 “그러면 나도 모르겠다.” 했다. 
그 뒤 성만이 엄마 마음에 ‘예수를 한번 믿어 볼까?’라는 마음이 들어 며칠 후 나를 집으로 초청했던 것이다. 가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 말씀을 전한 뒤 식사를 대접받았다. 그런데 밥상을 꼭 제사 드리는 것처럼 차려놓았다. 사과도 위를 깎은 채로 올려놓고…. 그날 저녁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우리는 너무 행복했다. 그날 성만이 부모님이 다 구원받았기 때문이다. 성만이 엄마도 활짝 웃으셨다. 
그 후 성만이 엄마가 예배 시간에 간증하러 나와서 ‘항상 머리가 아팠는데, 예수님을 믿고 난 뒤 하루는 꿈에 집 구들장 밑에서 굵은 뱀이 나오더니 “나, 이제 나간다. 네가 예수 믿으니 나는 나간다.” 하면서 집에서 나가 강을 건너갔다’고 했다. 그 다음날 또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새끼 뱀들이 굵은 뱀이 갔던 곳으로 따라가면서 “대장이 나갔는데 우리도 나가야지. 별 수 있나.” 하면서 나갔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늘 아프던 성만이 엄마가 깨끗이 나았다고 했다. 우리가 그 집에 가서 기념 잔치도 하고, 성만이 가족이 교회에서 간증도 하고, 정말 행복했다. 성만이 아버지도 사업에 실패한 뒤 김천에 와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처음으로 웃는다고 하면서 간증하셨다. 

순진했던 중학생이 예순이 넘은 어른이 되어 나를 찾아온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내가 김천에서 대구로 옮겨가 성만이 가족 소식을 잘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성만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요즘 큰 차를 운전하는 일을 하면서 서울을 왔다갔다한다고 했다. 우리 집 이야기를 했더니 한번 오겠다고 했다. 아마 이번 주말에 성만이가 우리 집에 올 것 같다. 
성만이가 너무 보고 싶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예순을 넘었다고 했다. 내가 1969년에 김천에 가서 지내기 시작해 성만이를 만났으니 벌써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성만이는 중학교에 다녔고 내 딸 은숙이는 그 후에 태어나 지금 50살이 되었으니, 성만이는 나이가 예순 서넛 정도 된 것 같다. 그 순진했던 중학생 배성만이 이제는 예순이 넘은 어른이 되어서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 궁금하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지난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주님이 우리를 도우셨던 것을 본다. 점쟁이의 말을 따르고 목신을 섬기던 성만이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성만이와 그 동생들이 교회에 와서 간증하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교회였지만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리며 함께 기뻐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주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은 변치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다. 많은 대적도 있고 방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우리 가운데에서도 방해하는 사람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오늘날까지 복음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최근에 세계 여러 나라의 종교 지도자들이 면담을 요청해, 하나님의 은혜로 온라인으로 면담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성만이를 만난 뒤 50여 년이 지났다. 세월은 흘렀지만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은 변치 않고, 주님이 우리를 통해 계속 일하기를 기뻐하시는 것을 볼 때 감사하다. 내가 다른 것은 다 갖지 못해도 예수님 한 분 가진 것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배성만 형제와 함께 복음의 일을 할 것을 생각할 때 감사하고 기쁘다. 과거를 생각하면 어려웠던 일들이 생각나지만, 그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어려움 속에서 일하신 주님이 너무 컸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넘어지지 않고 이겨내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우리 교회를 든든히 서가게 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 귀한 주님을 믿어 죄 사함을 받는 복음이 만방에 전파되어서 모든 사람이 구원받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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