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혜민이
옆집 혜민이
  • 김신용
  • 승인 2022.07.05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6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강원도 어느 시골 마을에 전교생이 스무 명인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5학년 영민이는 학교에서 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영민이네 마을에는 열네 가구가 모여 사는데, 주민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 분들이어서 영민이는 귀여움을 받으며 지냅니다.

 

어느 날, 영민이네 이웃에 사시는 한 할머니 댁에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아이인데, 엄마가 동생을 낳고 몸조리를 하는 동안 할머니 댁에서 잠시 지내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혜민이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영민이 동생 혜민이가 왔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이름 끝자가 ‘민’으로 똑같기 때문입니다. 영민이도 외동이어서 형이나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동생 같은 혜민이가 온 것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후 이웃집 할머니가 혜민이를 데리고 영민이네 집에 오셨습니다.
“영민아, 동생 좀 데리고 놀아줘. 심심해해서 데려왔어.”
이웃집 할머니가 영민이를 부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와. 혜민이 형이랑 놀면 되겠네. 영민아, 혜민이 왔다.”
영민이 할머니는 혜민이를 영민이 방으로 들여보내셨습니다. 혜민이는 붙임성이 있는지 수줍어하지 않고 영민이를 보자마자 말을 걸었습니다.
“형, 안녕? 형, 나랑 놀자.”
“혜민이라고 했지? 무슨 혜민이냐?”
“오혜민. 형, 장난감 없어?”
“장난감은 없는데.”
“그럼, 스케치북 있어? 그림 그리자.”
영민이는 서랍에 있는 스케치북과 연필을 꺼내어 혜민이가 그림을 그리도록 해주었습니다.

 

“뭘 그릴 건데?”
“공룡. 나 공룡 좋아하거든.”
혜민이는 공룡 몇 개를 그리다 영민이에게 스케치북을 주며 공룡을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영민이가 영화에서 봤던 공룡 모습을 떠올려 그리기 시작하자 혜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며 좋아했습니다.
“와! 형 공룡 진짜 잘 그린다!”
그날부터 혜민이는 매일 영민이 집에 놀러왔습니다. 공룡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로봇, 동물도 그려달라고 하고 그림을 그리다 재미없어지면 밖에 나가자고 했습니다. 영민이는 혜민이와 나가서 마을 강아지도 데리고 놀고 곤충도 잡고 개울의 물고기도 잡으며 놀았습니다.

혜민이는 영민이와 놀면서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영민이는 혜민이가 오는 것이 점점 귀찮고 싫어졌습니다. 혼자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재미있는 영상도 보고 싶은데, 혜민이가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영민이는 생각했습니다.
‘저 녀석 이제 그만 좀 왔으면 좋겠어.’
혜민이는 다음 날도 어김없이 영민이 집에 왔습니다.
“형, 익룡 그릴 수 있어? 휭~ 날아가 는 익룡 그려주라.”
“나 숙제해야 해.”
“그려주고 하면 되잖아.”
“야, 귀찮게 좀 하지 말고 집에 가!”
영민이가 짜증을 내며 크게 소리치자 놀란 혜민이는 울먹이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튿날 혜민이는 영민이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영민이는 하고 싶었던 것을 혼자 실컷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 날도 자유로운 오후를 보내는데, 문득 혜민이 생각이 났습니다.
‘혜민이는 뭘 할까? 내가 짜증내서 화가 많이 났나 봐.’
영민이는 그다음 날에도 혜민이 생각을 했습니다.
‘왜 안 오지? 혜민이가 없으니까 심심하네. 얘기하고 놀아서 좋았는데….’
그날 저녁 영민이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옆집 할매 손주가 병원에 입원했대요.”
“혜민이가?”
“네. 밤에 열이 많이 났는데 기침도 심하고 설사까지 해서 입원했대요. 할매가 놀랐을 텐데 내일 한번 가보려고요.”
“쯧쯧, 어린 것이 고생하네.”
다음 날 영민이 할머니는 영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셨습니다. 할머니가 병실 앞에서 ‘오혜민’ 이름을 확인하고 문을 여시자 혜민이 할머니와 혜민이가 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맞았습니다.
“영민이 형이다!”
침대에 누워 있던 혜민이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습니다.
“형, 심심해서 왔어? 나 없어서 심심했지?”
“그래, 그림 그려달라는 사람도 없고 놀자고 조르는 사람도 없어서 심심했다.”
“헤헤. 형, 익룡 그려줄 거야?”
“스케치북 있어? 있으면 그려줄게.”
영민이는 혜민이가 건네준 스케치북을 펼쳐 날아가는 익룡을 크게 그렸습니다.

“익룡이 뭐여? 형아 힘들게 뭘 또 그려달래.”
혜민이 할머니가 혜민이에게 눈을 찡끗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에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영민이는 혜민이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귀찮지도,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혜민이와 같이 있을 때가 즐겁다는 것을 안 혜민이의 눈빛이 반짝거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