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그러면 다시 합치세요
[라이프] 그러면 다시 합치세요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3.01.20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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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_274회 | 박옥수 목사 간증

 

2001년에 IYF(International Youth Fellowship, 국제청소년연합)가 설립되면서 우리는 청소년을 위한 일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새엄마나 새아빠와 사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았다. 똑같이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지만 새엄마나 새아빠는 친엄마나 친아빠와는 다르다. 부모가 불화해서 이혼한 뒤 재혼하게 되면, 자녀들은 새엄마나 새아빠와 함께 살게 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새엄마 새아빠와 같이 살면서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는다. 

아이들에게 새엄마가 생기면 더 큰 아픔을 가져다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은 어느 중년 부인이 우리 교회에 새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죄 사함을 받았다. 하루는 내가 그 부인과 신앙 상담을 했는데, 이야기 도중에 그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저는 2년 전에 이혼했어요.”
“왜 이혼을 했어요?”
“성격이 너무 안 맞아서요.”
“성격이 안 맞으면 이혼합니까?”
“목사님은 몰라서 그래요. 그 사람하고 한번 살아 봐요. 얼마나 괴로운지요.”
“남편이 재혼했어요?”
“아니요.”
“그러면 다시 합치세요.”
그 부인이 죄 사함을 받고 새사람이 되어 내가 하는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며칠 뒤, 그 부인이 남편과 같이 교회에 와서 내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혼한 이유에 대해 아내는 성격이 맞지 않아서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대답이 달랐다. 
“목사님, 저는 너무 잘나서 저 사람 없어도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나보다 다섯 배는 잘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재혼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혼할 때 아이들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혼하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큰 아픔을 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재혼해서 아이들에게 새엄마가 생기면 더 큰 아픔을 가져다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새 아내를 맞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살다 보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고 그로 인해 겪는 괴로움이 심하면 이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혼한 뒤 시간이 흐르면 재혼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새엄마가 생기면 고통을 겪을 것을 알아도,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에 재혼을 결심한다. 어느 새엄마가 친엄마보다 좋겠는가?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여러 부분을 따져볼 때 재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어도 재혼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남편은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자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를 크게 받았는데 다시 상처 받을 것을 염려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고 남달랐다. ‘이런 훌륭한 아빠가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될까? 세상의 아버지들이 다 이 사람만 같았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시 합하라고 권했고, 남편도 내 말을 받아들여서 부부가 다시 합하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결정에 양가 가족들이 다 기뻐했다. 부부가 재결합한 뒤 아이들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해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정이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보니,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이혼한 엄마가 재혼하면, 아이들은 새아빠로 인해 고통을 겪어도 그 고통을 엄마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해서 엄마와 새아빠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해 입을 다문다. 새엄마나 새아빠 밑에서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괴로움을 삼키는 아이들이 세상에 정말 많다.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심한 갈등과 분노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리 아버지는 마흔일곱 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서 혼자가 되셨다. 그 뒤 아버지는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하셨고, 재혼하지 않고 그냥 혼자 사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아버지가 우리를 불러모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엄마가 죽고 1년이 다 되었는데, 주변에서 나에게 재혼하라고 사람을 소개해 주더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죽은 너희 어머니 같은 사람만 있으면 나도 재혼을 생각하겠지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죽은 너희 어머니 같은 사람은 못 만나보았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보니,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고생스러워도 그냥 우리끼리 살자.”
아버지는 재혼할 생각을 접으셨고, 혼자 일흔 살까지 살다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 내가 가끔 아버지를 생각하다 보면 ‘내가 조금만 생각할 줄 알았으면 아버지가 60세쯤 되셨을 때 새엄마를 맞으시게 할 것을…’ 하는 후회가 들곤 하였다. 

제일 좋은 것은, 부부 사이만 아니라 하나님과 가까운 것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정말 귀하다. 나는 목사인데도 지금도 아내와 다툴 때가 있다. 그렇게 지내다가 나이가 일흔이 넘은 부부가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내와 남편이 사랑하지만 당연히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다툴 수 있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일까? 다툴 때가 있어서 조금 불편해도 이혼하지 않는 사람이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남편이 
‘처음부터 아내와 다투지 말아야지’ 생각해도 그것이 쉽지 않다. 아내나 남편이나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다툼이 생기고, 그러면 사랑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겪는 고통도 크다. 괴로움이 너무 심해서 이혼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혼하기보다 다투고 싸우면서도 함께 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좋아서 결혼했지만 살다 보면 상대가 이해가 안 가고, 미워지고 싫어져서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혼하는 것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는 것보다 불행하다. 우리가 불행한 이혼을 피하려면 남편이나 아내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고, 희생도 필요하다. 
모든 부부가 처음 결혼한 아내, 처음 결혼한 남편과 사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참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과 가까워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부부 사이만 가까운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가까운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과 가까울 때 제일 행복하다. 하나님과 가까우면 행복하기 때문에 이혼해야 할 이유가 현저히 줄어든다. 확실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필요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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