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진주
노인과 진주
  • 편집부
  • 승인 2024.03.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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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오래전 인도에 카란이라는 노인이 살았어요. 노인은 미국에서 온 선교사 피터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냈어요. 자주 함께 이야기하고 음식도 먹고 산책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노인은 선교사를 무척 좋아했지만 선교사가 성경 속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면 달가워하지 않고 생각했어요. 
‘예수님이 은혜로 용서해 주셨다고? 그럴 수 없어. 내 잘못은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해.’

세월이 흘러 하루는 선교사가 노인의 집에 갔어요. 어느덧 나이가 많이 든 노인은 힘없이 선교사를 맞았어요. 그리고 차 한 잔을 대접하며 조용히 말했어요.  
“선교사님,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요?”
선교사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묻자 노인은 방에 들어가 작은 보석 상자 하나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살며시 뚜껑을 열어 보였어요.

“와! 진주군요!”
선교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주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어요. 
“이렇게 크고 빛깔이 아름다운 진주는 처음 봐요. 값이 아주 비싸겠는데요. 적어도 50만 달러는 하겠어요.” 
한참 동안 진주를 쳐다보던 선교사가 그제야 생각난 듯 고개를 들고 물었어요. 
“그런데 무슨 부탁인데요?”
“선교사님, 이 진주를 좀 맡아주세요.” 
“네?”
깜짝 놀라는 선교사에게 노인이 차분히 이야기했어요.

“제게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진주조개잡이를 하는 아이였죠. 아들은 수영을 잘하는 데다 폐활량이 뛰어나서 바다 깊은 곳까지 가서 진주를 캐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진주를 캐러 가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바다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왔는데, 아들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며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한참 후에 바다 위로 무언가가 떠올랐어요. 바로 제 아들의….”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노인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을 이어 갔어요. 
“큰 진주를 캐기 위해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는데, 숨이 모자라 그만 심장이 멎은 거예요. 바다 위로 떠오른 아들을 건져내고 보니 아들의 손에 뭔가가 쥐어져 있었어요.”
“그게 바로 이 진주군요.” 
선교사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날부터 이 진주는 제 아들이 되었어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진주를 꺼내보았죠. 진주 덕분에 슬픔을 이기고 지금까지 지낼 수 있었는데, 이젠 저도 늙어 아들 곁으로 곧 갈 것 같아요. 선교사님, 부탁인데 이 진주를 좀 맡아주세요. 선교사님은 진주를 소중하게 간직해주시리라 믿어요.” 
노인이 진주가 든 상자를 선교사에게 내밀며 말했어요. 그러자 선교사는 손사래를 쳤어요.

“카란, 그럴 수 없어요. 이렇게 소중하고 값비싼 진주를 제게 주시다뇨. 큰돈을 받고 팔 수도 있는 진주를 제가 그냥 받을 수는 없습니다.”
“팔다니요! 저는 진주를 팔 생각이 전혀 없어요. 누가 자기 아들과 같은 것에 값을 매깁니까? 제발 그냥 받아주세요. 제가 아들을 사랑하고 아꼈던 것처럼 진주를 소중히 여겨주시면 돼요.”
노인이 간곡하게 부탁하는데도 선교사는 진주를 받지 않았어요. 
“이렇게 귀한 진주를 제가 어떻게 그냥 받아요? 말도 안 돼요. 정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돈을 구해올게요.” 

돈을 가져오겠다는 선교사의 말에 화가 난 노인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어요. 
“이런 돈밖에 모르는 선교사를 봤나! 이 진주는 내 아들이란 말이오! 아들을 돈 받고 팝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만하고 어서 내 집에서 나가시오!”
그러자 선교사가 일어나 노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카란, 아들을 돈 받고 팔 수 없다고 했지요? 하나님도 그러셨어요. 하나님은 우리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주셨습니다. 그 아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어요. 우리가 그 사랑을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왜 그럴 수 없다고 하십니까?”
노인은 그제야 선교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아주 평안하고 행복한 여생을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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