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꽃, 팬지
사랑받는 꽃, 팬지
  • 홍은혜
  • 승인 2024.05.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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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오래전, 어느 나라에 정원을 무척 아끼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윌리엄이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윌리엄은 넓은 정원에 갖가지 나무와 풀을 심고 정성껏 가꾸었어요. 작은 풀 한 포기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돌보며 사랑했지요. 

 

어느 날, 윌리엄이 정원에 나가 보니 나무와 풀들이 시들어 있었어요. 윌리엄은 놀라서 현관문 바로 옆에 서 있는 떡갈나무에게 물었어요.
“떡갈나무야, 무슨 일이 있었니? 왜 다들 시들어 있지?”
떡갈나무가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대답했어요.
“그건 말이에요, 서로 자기 자랑을 하다가 힘이 빠져서 그래요.”

“자랑을 하다 힘이 빠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윌리엄이 더욱 놀라 다시 묻자 떡갈나무가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오늘은 나무와 꽃들이 어떻게 이 정원에 있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러다 저마다 자신의 자랑거리를 말하기 시작했답니다. 자랑거리가 있어서 주인님의 사랑을 받는 거라고 하면서요.”
“그래? 나무들이 뭐라고 하더냐?” 

 

떡갈나무는 정원을 한 번 둘러본 뒤 말을 이어갔어요. 
“소나무는 자기가 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것을 자랑했어요.”
“그래, 자랑할 만하지.”
“포도나무는 자기가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고 자랑했고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복숭아나무가 포도나무에게 ‘너는 지지대가 없으면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잖아!’ 하며 자기는 똑바로 서서 열매를 맺는다고 자랑했어요.”
“저런.”

“라일락은 자기 향기가 가장 좋다고 자랑했고, 제라니움은 자기보다 아름다운 꽃잎은 없다고 했어요.”
“모두 자랑거리가 하나씩 있으면 됐지, 대체 왜 힘이 빠져?”
“그게 이상해요. 서로서로 자랑을 했는데, 나중에는 힘이 다 빠져버렸어요. 소나무는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포도나무는 복숭아나무처럼 똑바로 서 있지 못한다고, 제라니움은 라일락처럼 향기롭지 못하다고 하면서요.” 
윌리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음, 그런 일이 있었군.”

 

그런데 시든 꽃나무들 사이에서 유독 생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꽃이 하나 눈에 띄었어요. 바로 팬지꽃이었지요. 윌리엄은 팬지꽃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팬지야, 다들 실망해서 시들어 가고 있는데 너는 생기 넘치게 피어있구나!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팬지꽃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어요. 
“저는 원래 볼품없는 꽃이잖아요. 특별히 자랑할 것도 없지만 실망할 것도 없어요. 저는 주인님께서 커다란 떡갈나무와 늘 푸른 소나무, 달콤한 열매를 맺는 포도나무, 향기로운 라일락 곁에 저를 심어놓고 보살펴 주시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를 뽑아 버리고 다른 훌륭한 나무를 심으실 수도 있으실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것이 늘 감사하답니다.”

 

“오, 그래. 작고 여리지만, 마음에 감사를 가득 안고 지내는 네 모습이 아름답구나. 이제부터 네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하마. 너를 생각해주길 바라고, 감사해하는 너를 보니 정말 기쁘다.” 
윌리엄은 미소를 머금고 정원을 한참 동안 거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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