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르그 유치장(1)
비보르그 유치장(1)
  • 김원장
  • 승인 2004.09.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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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삐쩨르부르그교회 단기선교사 김원장형제입니다.
이번 두 번째 무전전도여행을 두고,몇 주전부터 기도를 하면서 주님 앞에 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많은 마음들을 제게 허락하셨는데요, 이번 전도여행에는 아무것도 나를 위해 준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넥타이와 구두차림에 성경과 세면도구, 그것만 챙기고 싶었습니다. 벌써 여름이 끝나가고 있어서, 그런 차림으로 유사시에 밖에서 밤을 보냈다간 얼어 죽기 십상이겠지만, 정말 이번에 주의 은혜를 입고 싶었고, 항상 곁에서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보고 싶은 마음 밖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기보다, 주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것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믿음의 간증들을 박목사님은 단기선교사 훈련 때 저희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나톨리전도사님과 떠나는 날에 입고 있는 정장에 속옷, 양말,세면도구,성경 등만 넣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섰습니다.
제 마음에 이런 사실들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고, 저희 선교회안에서 들은 여러 믿음의 간증들을 주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곳에서 저도 꼭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아나톨리전도사님이 가게 된 스베타고르스카야는 제가 살고 있는 상트뻬제르부르그에서 더 북쪽으로 200KM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비보르그를 경유해서 버스를 타고 스베타고르스카야로 향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 러시아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사람으로 꽉 들어찬 좁은 버스를 타고, 거의 스베타고르스카야 초입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도로중간에 검문소가 나타나더니 군인한명이 올라와서는 저와 전도사님을 내리게 하더니 네시간 뒤에 비보르그로 되돌아가는 버스가 있으니 그걸타고 되돌아가라는것이였습니다. 알고 보니 스베타고르스카야는 핀란드와 인접한 곳 이여서 특별한 출입허가증이 있어야 했습니다.우린 그걸 까맣게 몰랐었었구요,
다급한 마음에 그…저희들 잘하는 것 있지 않습니까?..우리는 그 검문소의 책임자인 싸샤란 군인에게 사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저기 꼭 들어가야 한다고, 우린 아무런 나쁜 뜻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니고 저 도시에 복음을 전하러 간다고, 그러니 꼭 좀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싸샤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우린 그 검문소 옆에 앉아서 잠시 점심으로 싸간 샌드위치를 까먹고 나서 두시간정도 계속 사정을 했지만, 허락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검문소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에도 몇 사람이 우리처럼 검문을 받아 차에서 내렸지만, 그 검문소 안으로 들어가서 무엇인가를 그들에게 주고 난 후에는 도시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은 그들을 위해 친절히 차까지 잡아 태워 보내줬습니다. 그 무엇인가는 당연히 돈이었습니다. 1인당 50루블, 100루블이면 당당히 스베타고르스카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우린 그들에게 돈을 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럴 돈이 있지도 않았고요. 화가 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릴 복음을 듣지 못해 죽어가는 스베타고르스카야의 영혼들을 위해 우리를 보내셨는데, 인간들이 자기들 맘대로 쳐놓은 경계선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니…저 도시 안에 분명히 우릴 기다리고 있을 영혼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어쩔수 없었습니다.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고, 해가 지기 전에 도시 안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오랜만에 해보는 잠입이란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다닐 적에 지각해서 몰래 학교에 숨어들어가다가 잡히면 엄청난 벌을 받아야 했지만, 이번에 하는 잠입은 복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검문소가 있는 도로 옆으로 빽빽이 숲이 펼쳐져 있었는데, 숲을 통해서 검문소 주위를 빙 돌아 경비병의 시야를 벗어나서 숨어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포기한 척 도로를 따라 되돌아가다가, 경비병들 눈에 안보일 만큼 떨어진 후 숲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허리까지 자란 풀들을 헤쳐 가면서, 경비병들 눈에 안 띄도록 최대한 소리를 죽여가면서 저쪽이 도심이다 싶은 쪽으로 걸어갔는데, 마을이 하나 나오길래 성공한 줄 알고 엄청 기뻐했었지만 그곳은 스베타고르스카야가 아닌 인접한 엉뚱한 마을이었습니다. 벌써 구두며 바지며 다 버린 지 오래였지만, 우린 처음 숲으로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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