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르그 유치장 (2)
비보르그 유치장 (2)
  • 김원장
  • 승인 2004.09.02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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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후 숲을 통해서 두 번째 도시잠입을 감행했습니다.
허리를 팍 숙이고 고개를 파묻고 천천히 검문소를 멀찍이 떨어져 빙 돌아들어가 거의 성공한 줄 알았지만, 갑자기 제 뒤에서 그 싸샤가 쑥 나타나더니 제 팔을 붙잡았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완전히 그들의 시야 밖에서 행동한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우리를 봤느냐고 묻자 때마침 화장실 가다가 그에게 제 뒷모습이 잠깐 보였답니다……허.
아나톨리전도사님은 그에게 우리는 저 도시에 있는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서 가는 거라고, 너 때문에 도시에 못 들어가면 네가 저 죽어가는 영혼들 책임질 거냐고, 네가 저 영혼들 다 죽이는 셈이라고 저주를 퍼 부었지만 그는 맡은 바 직무에 너무 충실했습니다.
안 된다는 말만 계속하고 이번만 봐 준다면서 우리를 돌려 보냈습니다.
벌써 시간이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하나님이 저 도시에 복음 전하기를 기뻐하시지 않으시나…. 하는 마음이 일어났지만, 교회가 우리를 스베타고르스카야로 보낸 것이 분명했고, 그곳에 주님이 준비하신 영혼이 있는 것도 분명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우린 다른 경로를 살펴 보았습니다. 숲 반대편에 철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로 세 번째로 도시 잠입을 시도했습니다. 낌새가 이상할 때마다 바닥에 팍 엎드려 가면서, 나무,풀 등으로 자신을 엄폐해가면서 결국에는 세 번째 시도 만에 도시잠입에 성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별 훈련도 다 하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드디어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엉망으로 망가진 옷 매무새를 대충이나마 추스르고 도시를 살펴보니 도시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도시 옆에 있는 제지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도시전체가 매캐한 화학약품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우선 이곳에 교회가 어디 있는지 물어 찾아갔고, 조그만 교회의 이거리라는 목사를 만났습니다. 그가 우리를 초청하여 교회 안으로 들어가 차를 같이 들면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없는 사람이었고, 인간적으로 무척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지 못하였고, 곧 그의 교회에서 나와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열 시가 가까웠고, 잘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결국 기차역 대합실을 찾아 거기서 하룻밤 자기로 했습니다. 새벽이 되어오면서 추워오기 시작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도 하나밖에 없었고, 그나마 가지고 간 면티 등을 다 꺼내 껴입었지만 계속 추웠습니다.
그렇게 한 세시간을 떨고 앉아있는데, 새벽 두 시쯤 되자 경찰 세 명이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아마도 대합실에서 자고 있는 우리를 수상히 여긴 누군가가 신고한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우린 출입허가증이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몇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더니 낯에 친분을 많이 쌓았던 그 싸샤와 다른 군인들을 불렀습니다. 허…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다신 그의 얼굴을 볼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싸샤가 우릴 보더니 씩 웃었습니다...그의 웃음을 보는 순간,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전도사님과 나를 자기네들 본부로 데려가더니, 취조를 시작했습니다.. 왜 여기 왔냐..무얼 타고 왔냐….어떻게 들어왔냐…뭐 하는 사람들이냐… 특히 저는 그때 분실상의 우려로 제 여권을 선교학교에 두고 온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은 나를 더욱 의심했고, 러시아 말을 어떻게 배웠냐면서 저를 중국에서 온 스파이 정도로 까지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서 왔다….이 도시에 연고자도 없다….돈도 안 가지고 왔다…. 하는 우리말을 당연히도 그들은 이해하질 못했습니다…그렇게 새벽까지 취조를 받고 아침까지 우리를 자기네들 휴게실에 가둬두더니 날이 밝자 우리를 군용트럭에 실어서 비보르그 유치장에 또 한번의 취조 후에 가뒀습니다. 2인실이였고, 작은 방에 두 개의 더러운 침대, 탁자가 있었습니다. 이틀에 한번씩 조잡한 식사가 나왔고, 화장실을 가려면 일일이 간수를 불러 문을 열어달라고 해야 했습니다. 침대와 배게는 아주 더러워서, 눈병이 옳았고, 연달아 재채기를 했습니다.
당연히도 , 저는 감옥이란 곳이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굉장히 어려웠지만, 육신이 지치고 어려운 것은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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