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아프리카의 새 장
서부 아프리카의 새 장
  • 김용환
  • 승인 2004.09.11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나에 도착하여

케냐항공 편으로 아프리카를 가로질러 가나로 갔다. 밑에는 구름밖에 보이질 않아 아프리카 상공을 날아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보다 짐이 줄어들었다. 물론, 합창단의 짐은 줄지 않았다.

아크라 공항에 도착하니 후덥지근한 것이 한국의 여름 같았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가나 형제들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환영했다. 테마로 향했다. 케냐나 동아프리카가 가을이나 겨울이라면 가나는 녹색의 여름이다. 나이로비는 시원하지만 도시가 좀 복잡하고 삭막해 보인다면, 아크라와 테마는 덥지만 좀 친근하고 차분해 보인다.
테마 교회에 도착하니 오늘부터 수양회가 시작되어 많은 형제자매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가지고 춤과 노래로 목사님과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800명 가량의 많은 현지인 형제자매들이 박수치며 우리에게 악수를 청하며 환영했고, 곧바로 환영 예배를 드렸다.
우리 모두에게 코코넛을 하나씩 주어 마시게 하는 순서, 그리고 댄스 공연, 블랙 펄(Black Pearl, 흑진주)의 공연이 있은 후에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예수 다메, 에베 투 에베네저를 부를 때,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몇몇 형제자매들이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앞으로 나와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웅장해 보이는 4층 수양관과 새로 짓고 있는 2층 별관 사이를 차광막으로 쳐서 하얀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집회 장소를 만들었다. 한국 수양회 같기도 한데, 피부가 검은 형제자매들이 자리를 다 채웠다.
목사님은 ‘여행’에 초점을 맞추어 간단한 환영사를 전했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오늘은 다른 이야긴 접고 그 부분을 좀 요약해 본다.

“우리는 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여행 이야기가 많은데 그건 마음의 여행을 말합니다. 창세기에는 야곱의 여행이 나옵니다. 그는 아버지 집에서 평안히 살다가 형 에서가 죽이려 해서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집을 떠나 여행을 해야만 했습니다. 육신의 삶이 전부라면 그는 집에 편히 있어야 하지만, 더 큰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따라 여행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1994년, 1995년 연이어 독일 괴팅겐을 방문하여 가나 사람들을 만났는데, 가나를 꼭 한번 방문해 달라는 사무엘 형제님의 요청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한 주 동안 가나를 방문했습니다. 아크라, 테마, 쿠마시 등을 방문했는데, 그때 가나 사람들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고, 하나님이 이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아프리카는 점점 사막화되어가고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사막이 아닌 아름다운 밭입니다. 저는 그 밭에다 하나님의 뜻을,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 보고 싶었습니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에 제가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종들이 보내지고 교회가 세워진 것은 아프리카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이기 위함이고, 또 우리가 온 것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이기 위함입니다. 우린 연약한 인간이지만 우리의 연약함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야곱은 지도 한 장 없이, 승용차도 없이 광야를 걸어야 했기에 그가 기대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분뿐이었습니다. 그때 벧엘에서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는 눈이 뜨였습니다. 돌베개를 베고 잤을 때, 하나님이 야곱에게 꿈을 보이셨습니다. 사닥다리가 보이고 천사들이 보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세계를 보고 또 보고 또 보았습니다. 다른 볼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천사만 있는 줄 알았더니 하나님도 계셨습니다. 그때 야곱에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음성은 오늘 동일하게 우리에게 주시는 음성입니다.
“가나 사람들아, 내가 너희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 너희를 떠나지 않고 내 뜻을 다 이루겠다. 내가 박옥수 목사, 조경원 목사와 함께하였듯이 너희와 함께하겠다. 그래서 아프리카 전역을 복음으로 채우겠다...”
야곱은 어느 날 이스라엘이 되었는데, 지금 그는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은 사람들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아프리카의 선교사입니다. 저는 케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복음을 들고 아프리카로 나아가십시오.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미국에도, 독일에도 가십시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줄 믿습니다. 여러분을 통해 아프리카를 복음으로 채우실 줄 확실하게 믿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동일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권영 사모님이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 사모님 비문에 이런 시를 썼습니다.
“꽃잎은 한 잎 두 잎 피어나지만
열매는 아직 이르다 하네”
그분은 성미가 급해서 열매 맺는 걸 보지 못하고 먼저 가서 수양관 기슭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여러분이 권영 사모님이 기다리던 열매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권영 사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바닥 모를 어떤 마음이 올라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목사님 마음에 맺힌 복음의 한(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또한 우리 주인의 마음에 맺힌 한이다. 이렇게 많은 검은 형제자매들이 우리와 함께 있게 된 것은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목사님의 환영사는 한없는 소망과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복음의 길은, 야곱이 자기 앞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듯이 우리도 전혀 모르지만, 생명에 대한 사랑과 사단에 대한 미움, 약속에 대한 소망과 육신에 대한 단호함이, 주인과 한없이 엮어진 사연들이 있는 길이다. 성령에 결박되어 예루살렘으로 가는 바울의 단호함과 비장함이 연상되는 말씀이다.
저녁에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발표 때에 이혜림 자매의 독주, ‘주 없인 실수만 하는’을 들었다. 비행기에서는 창백한 얼굴이었는데, 바이얼린의 현을 긁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느껴졌다. 혜림이가 ‘말라리아는 없다’고 선포한다. 아침에 비행기 탈 때에 배고파 힘이 없다고 찐 옥수수를 달라고 해서 남보다 먼저 먹었는데, 그 찐 옥수수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힘, 그것은 우리 가운데 흐르는 성령의 힘이었다!
오늘 이렇게 서부 아프리카에 새로운 하나님의 장이 시작되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06-13 17:21:56 게시판에서 이동 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