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마지막 날에
집회 마지막 날에
  • 김용환
  • 승인 2004.09.20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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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집회 마지막 날
9월 20일, 월요일 아침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벌써 마지막 코스인 토고에서 집회 마지막 날이 되었다. 첫날의 흥분과 감격, 그리고 이곳의 종들과 형제자매들의 마음속에 살아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면서 망고가 햇볕에 익어가듯이 우리 마음도 익어가는 듯하다.

어제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TV방송국에 가서 생방송으로 목사님 시간을 가졌다. 불어와 이곳 부족어인 에웨 3중 통역으로 진행되었는데, 기자도 동행하여 방송국과 스튜디오, 조종실을 구경했다. 낡은 3층 건물에, 스튜디오는 옛날 우리나라 야매이발소처럼 허름해 보였다. 게다가 좁고 덥고 답답해 보이는, 텔레비전 방송국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우리는 조종실에서 모니터와 목사님을 번갈아보면서 말씀을 들었고, 목사님과 이준현 선교사님, 그리고 임마누엘 형제 세 분이 앉아서 요한복음 8장, 간음 중에 잡힌 여자에 대한 말씀을 전했다.
150와트 정도 되 보이는 전구 두 개가 유일한 조명이었고, 창문은 검은 천으로 가려 정말 후덥지근해 보였다. 기자는 조종실의 창문 옆에 앉아서 의자 없이 서 있는 대신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맛보았고, 어떤 분은 의자에 앉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땀에 옷이 흥건히 젖는 맛을 보았다. 우리 선교회 영상선교부 기술과 장비 수준이라면 아프리카에서 빼어난 방송국을 차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모두에게 들었다. 윤종수 선교사님은 ‘방송을 크게 여기고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여기 오면서 그런 관념들이 깨지고 자꾸 소망이 생긴다’ 했다.
토고는 야대마 대통령이 28세에 대통령이 된 이후에 38년째 집권 중인데, 독재로 인해 발전이 주위의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졌다고 한다. 모두들 진절머리가 나서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렸는데, 개표 상황이 정말 한참 뒤떨어져서 모두들 환호했다고,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과 방송이 다 중단되고 다음날 “저를 다시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당선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자신만 부유하게 살고 공무원들조차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 대부분 의욕을 잃었다고.... 빈곤하고 낙후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잘못된 지도자를 만난 것이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토고가 참된 영적 지도자를 만나 영적으로 부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또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줄 믿는다. 이곳 선교사님들이 ‘정말 그들에게는 복음 외에는 소망이 없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오늘 저녁도 토고의 크리스마스를 가졌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징글벨,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이들의 마음을 다 사로잡아 버렸다. 예수님 탄생이 우리의 소망이고 기쁨인 것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마음에 예수님이 탄생하고 있다. 박은숙 자매의 피아노 독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정말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로메에 거의 유일한 피아노를 빌렸는데, 박 자매가 “제가 어지간하면 그냥 치는데요, 이건 소리가 너무 안 나요. 바꿀 수 있으면 바꿔주세요” 했었다.
로메는 거의 다 찾았지만 바꿀 피아노를 찾지 못해 결국 그냥 쓰게 되었는데, 이때를 위하여 준비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박미수 형제였다. 기쁜소식사 취재 기자로 왔는데, 그는 전직 피아노 조율사였다. 그 물건에서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날 줄이야! 우리 같은 물건도 주님의 손에 잡힌다면 우리 생애를 통해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날 것이다. 우리와 문화나 풍속이나 의식구조가 전혀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도 교회라는 조율사를 만나 복음이라는 연장에 조율된다면, 하나님이 그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실 것이다.

로메 교회 형제들은 예배당 짓는 일을 통해서 기도하며 물질을 드렸는데, 교회 일이나 집회 일들을 나눠서 맡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메에는 직장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헌금도 하면서. 대개 한달에 20-50달러를 벌고, 100달러 정도를 벌면 아주 많이 버는 편이라고 한다. 선교사님 마음에 ‘이 사람들에게서 무슨 헌금이 나오겠는가’ 했는데, 믿음으로 발을 내딛으면서 ‘이제 우리는 가진 돈도 없고 한국에서도 믿음으로 하기를 바라고, 하나님만을 의지하여 예배당을 지어야 한다’ 하자, 형제자매들이 마음을 모아 연보하더라는 것이다. ‘한국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린 가난하다’ 하는 그 마음을 버리니까 그들이 힘에 지나도록 연보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마음이 교회의 가족으로, 주인으로 바뀌더라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물질을 보내줘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니까 그들 마음에 이건 한국에서 온 물질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물질이라는 마음을 갖더라고.
아프리카에서도 영어권은 여러 나라에서 선교사들이 많이 와서 ‘어느 선교사가 집회를 한다’ 해도 별로 프리미엄이 없는데 비해 불어권은 선교의 오지인 편이어서 선교사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마음을 여는 편이라고 한다. 말씀 앞에 더 순수하고 사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가나 집회 기간에 부루기나 파소의 한 목사님이 구원받아 자신은 사단에게 속은 거짓 종이었다며 우리 선교회에서 누구를 보내줘도 그에게 교회를 다 맡기겠다 했다. 라이베리아 난민촌에서 구원받은 형제들이 라이베리아로 돌아가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라이베리아는 내전이 종식되었고, 코트 디부아르에서 내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김성훈 목사님이 파인애플이나 바나나가 맛없다는 사람은 가나에 가보지 않아서 그런 사람이라 말씀하신 적 있다. 이곳에 와서 파인애플, 바나나는 식사 때마다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싫증나지 않은 것은 워낙 맛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메신저를 통해 하면, 사람들이 “제발 좀 숨겨가지고 와요, 맛 좀 보게” 하곤 한다. 그러면 “그럴 수 없지요. 이건 와야만 맛볼 수 있어요” 한다. 지금 망고 철이 아닌데, 망고 시즌이 되면 정말 싫증이 나도록 달디 단 망고를 먹는다고. 기자는 파인애플, 바나나를 자주 먹을 수 있기에 제 아무리 망고가 맛있다고 해도 망고에 탐심을 갖지 않고 여기에 만족한다. 동남아 사람들이 두리안을 절대 반출할 수 없도록 단속하는 이유는 와야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파인애플이나 망고보다 더 잊을 수 없는 맛은 이곳 사람들의 말씀 앞에 있는 마음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절대 잊지 못하는 병이 생기는 모양이다. 그 맛을 보려면 아프리카를 가야만 한다고. 어제 낮에는 마가복음 5장의 12해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에 대하여, 밤에는 마가복음 6장,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에 대한 말씀으로 복음이 증거되었는데, 여자가 예수님의 옷을 만진 순간에 혈루의 근원이 말라버렸다는 말씀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나왔고, 떡 5개가 예수님의 손에 쥐어지자 그것으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12광주리가 남았다는 말씀에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말씀에 반응한다.
몇몇 사람들이 말라리아 증세를 보여 의사를 불렀다. 너무 은혜로운 가운데서도 오랜 일정으로 기초체력이 부족한 분들이 좀 힘든가보다. 마지막까지 은혜를 입어야 한다. 어려운 만큼 은혜도 더 크게 들어온다. 오늘은 토고 집회 마지막 날, 아프리카 전도 집회는 오늘로서 막을 내린다. 목사님과 목사님의 마음을 받은 그라시아스 합창단, 그리고 선교사님들과 현지 사역자, 단기선교사, 현지인들..... 함께하는 이 은혜로운 시간도 다 지나가고 있다. 내일이면 다시 가나로 해서 모래 귀국길에 오른다. 다음에 쓸 글을 위해서 여기서 맺는다. 늘 쓸 시간이 부족하고 쫓기는 가운데 글을 쓴다. 아쉽다, 오늘도 쓰고 싶은 내용을 다 못 쓴 것 같다. 빨리 집회 장소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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