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네팔 아이들 꿈 키워주고 싶어요." - 서울신문기자
"순박한 네팔 아이들 꿈 키워주고 싶어요." - 서울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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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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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네팔 아이들 꿈 키워주고 싶어요”

“쓸모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네팔에서 1년 동안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 지난 1년동안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한 최상훈(왼쪽 세번째)씨가 현지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청소년연합 제공)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 보낸 1년이 ‘비행 청소년(?)’의 삶을 바꿔놓았다. 지난달 31일 국제청소년연합(IYF) 해외봉사단 일원으로 네팔에서 1년 동안 머물다 귀국한 최상훈(25)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학 1학년 때까지 울산 모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경찰에 적발된 적은 없지만 “싸움이 벌어졌다는 전화만 오면 뛰어나갈 정도였어요.”라고 할 만큼 밤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2001년말 군입대를 하면서 가까스로 손을 씻었지만 여전히 인생의 나침반은 흔들렸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졸업 후 파트타임으로 소일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제청소년연합 해외봉사단의 팸플릿을 본 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명회장을 찾았던 그는 꽉 막힌 인생의 탈출구로 네팔행을 선택했다.

다른 두 명의 봉사단원과 함께 네팔의 소도시 틸슐리를 처음 찾았을 땐 어떻게 1년을 머물지 막막했다. 전기가 안 들어올 뿐더러 군불을 때 난방을 하는 등 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한마디밖에 할 줄 모르던 그였지만 순박한 네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시나브로 말이 늘었고, 웃음을 되찾았다. 폭력조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던 그가 비로소 안식을 발견한 셈.

틸슐리에서 지역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네팔 국가대표 태권도팀 훈련을 돕게 됐다. 대표팀을 맡고 있던 한국인 권혁중 감독의 통역을 겸해 품세나 겨루기 자세를 취하는 도우미로 나선 것.
네팔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63㎏급에서 마니타 사이 선수가 동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달 말 예정된 귀국발표회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봉사단으로 활동했던 사람들과 함께 1년간 느꼈던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댄스 공연 등으로 풀어내는 형식이다.

그는 “(경찰행정학과를 나오긴 했지만)경찰이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난 공부랑 담을 쌓고 살았기 때문에 못 할 것 같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네팔에 다시 한 번 가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서울신문 2007년2월14일자 29 면에 실린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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